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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
미국과 베트남이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전격 합의에 이르렀다. 관세율을 46%에서 20%로 대폭 인하하는 대신, 중국 등 제3국의 우회 수출을 막기 위한 환적 관세 40%를 적용하기로 했다. 반면 일본과의 협상은 “버릇이 잘못 들었다(spoiled)”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도 높은 비판과 함께 안갯속에 빠져 있다. 전문가들은 베트남과 일본 사례를 분석해 한국이 ‘본보기’로 지목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베트남과 무역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베트남은 대미 관세를 0%로 낮춰 시장을 전면 개방하고, 미국은 베트남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46%에서 20%로 낮추기로 했다. 이 밖에 미국산 항공기 제품 구입, 농산물 시장 개방, 그리고 지적재산권 집행 강화 등 비관세 장벽 해소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합의로 오는 9일부터 베트남은 한국(25%)보다 낮은 관세율을 적용 받는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베트남에 생산 거점을 둔 한국 기업들의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이들 기업은 베트남 공장에 필요한 중간재를 한국에서 수출하고, 베트남에서 완성된 최종재를 미국 등에 수출하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은 환적 상품, 중국 등 제3국이 베트남을 경유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에 대해선 40%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점이다. 앞서 피터 나바로 미 백악관 무역 담당 고문은 베트남을 ‘중국의 식민지’라고 지칭하며 우회 수출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연합뉴스
반면 지난 4월부터 일찍이 시작된 일본의 대미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일본과) 합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들은 매우 완고하고 버릇이 잘못 들었다“며 “일본은 30%, 35%, 또는 우리가 결정하는 그 어떤 숫자든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존에 일본에 예고한 상호관세율 24%에서 더 상향 조정할 수 있다는 경고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품목별 관세(25%)를 낮춰줄 것을 요구해왔다. 반면 미국이 요구하는 쌀 수입 확대에는 강경하게 반대했는데, 이 과정에서 미국에 명확한 무역적자 해소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협상 시한인 9일에 30~35% 상호관세가 발동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일본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며 “협상을 다시 궤도에 올리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양국의 협상 결과가 엇갈린 배경에 대해 ‘미국이 가려운 곳을 긁어줬는지’가 핵심이었다고 보고 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트럼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슈 중 하나가 중국의 원산지 세탁인데, 베트남 정부가 이 부분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일본은 미국의 요구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괘씸죄’가 작용했을 수 있다. 일본을 본보기 삼아 다른 주요국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베트남과 일본의 사례는 한국에도 시사점이 있다. 일본과 같은 불성실 협상국으로 지목받는 상황은 피해야 하지만, 동시에 미국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이번 합의로 고율 관세는 피했지만, 환적 상품 관련 타협으로 향후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전망(블룸버그)이 나온다.

미국은 한국에도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망 사용료, 구글 정밀지도 반출 허가 등 디지털 시장 규제와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규제 철폐 등 시장 개방과 비관세 장벽 해소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부분 국내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정부가 이를 수용할 경우 반대 여론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최선의 협상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카드가 필요한데,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 정부의 부담이 크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베트남보다는 경제 구조상 일본·EU(유럽연합)·캐나다 등의 협상 결과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통상당국은 이날 통상추진위원회를 열고 협상 전략을 최종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7월 9일 이후 상호관세 유예 종료와 국가에 따라서는 추가적 관세 부과 가능성도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현재 주요국들도 미국과 경쟁적으로 막판 협상을 집중적으로 전개하고 있어 관련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주요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주말엔 여 본부장이 미국에 방문해 장관급 협상을 추진할 방침이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모든 걸 다 지키려고 하다간 일본 꼴이 날 수 있다”며 “다른 나라가 모두 합의하는 동안 한국만 늦어질 경우 수출 경쟁력 측면에서 불이익이 커지는 만큼 신중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원장도 “베트남 합의를 보면 미국이 비관세 장벽 철폐, 인증절차 간소화, 미국산 우선 도입, 시장 점유율 확대 보장 등을 요구할 수 있다”며 “플랫폼법·약품·소고기·농축수산물 등 분야별로 내어줄 부분을 정리하고, 방어할 부분은 잘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짚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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