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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밤 부산 기장군 아파트 6층서 화재
에어컨 연결 멀티탭 전선 발화 추정
8일 전 부산진구서도 화재로 어린 자매 사망
모두 스프링클러 없는 아파트서 화재
부산시 스프링클러 미설치 아파트 전수조사
어린이 2명이 숨진 부산 기장군의 한 아파트 6층 화재 현장에서 3일 경찰,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에서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어린 자매가 화재로 숨지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지난달 부모가 새벽일을 나간 사이 화마로 어린 자매가 숨진 지 8일 만에 유사 사고가 재발함에 따라 부산시는 스프링클러 미설치 아파트 전수 조사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3일 부산소방본부와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58분쯤 부산 기장군 기장읍 한 아파트 6층에서 불이 났다. 화재 발생을 알아차린 이웃 주민이 119에 신고했다.

화재 현장과 4㎞가량 떨어진 일광소방서에서 출동한 선착대는 7분 만인 오후 11시 5분쯤 현장에 도착해 오후 11시 12분쯤 현관문을 강제 개방했다. 소방관들은 현관문 열고 들어가자마자 바로 앞에 있는 중문 근처에서 쓰러진 유치원생 동생(6)을, 얼마 뒤 안방 발코니 근처에서 초등학교 3학년 언니(8)를 발견했다. 자매는 모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지고 말았다.

불이 날 당시 부모는 집에 없었다. 화재 발생 30여 분 전쯤에 부모는 아이들과 함께 귀가했다가 아이들을 두고 다시 외출한 사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은 집 내부를 대부분 태우고 11시 33분쯤 진화됐다. 거실 바닥에는 층간소음 매트 등 가연물이 깔려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부산경찰청·전기안전공사가 이날 오전 10시부터 3시간가량 화재 현장을 합동 감식한 결과, 불은 거실 스탠드형 에어컨 주변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에어컨 전원선이 연결된 멀티탭의 전선에 단락 흔적이 있다"며 "정확한 원인은 에어컨과 전선 등 추가 잔해물을 정밀 감식 후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아파트는 지하 1층 지상 13층 규모로 2007년 3월에 준공돼 스프링클러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소방시설법상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1990년 6월 16층 이상 층부터 적용됐고, 1995년 11층 이상 층, 2018년부터 6층 이상 건축물 전체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부산에서는 앞서 지난달 24일 오전 4시 15분쯤 부산진구 개금동 한 아파트 4층에서 난 불로 10세, 7세 자매가 안방에서 자고 있다가 숨졌다. 화재 발생 당시 부모는 새벽 청소 일을 하러 나가 집을 비운 상태였다. 해당 아파트도 1994년 준공 당시 법적 의무가 아니어서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화재로 어린이들이 잇따라 숨지자 지역에서는 침통한 분위기다. 이번 화재가 난 아파트 이웃 주민들은 “가족이 함께 운동하거나 단란하게 살았고, 아이들도 잘 웃고 밝았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 누가 알았겠느냐”며 안타까워했다. 화재 현장을 지나던 한 주민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불이 난 6층을 바라보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시민 임모(51)씨는 “어린아이들이 화재로 연이어 숨져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했다.

부산시는 스프링클러 미설치 아파트를 전수 조사하고, 소방본부와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화재 예방과 화재 발생 시 긴급 대응 조치 방안 등을 논의해 마련키로 했다. 시는 또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한 대책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 화재 현장을 급히 찾은 박형준 부산시장은 “아이들만 남겨두고 나가는 일이 없도록 돌봄 지원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비통한 일이 벌어진 데 대해 안타깝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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