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대통령 후보에서 피의자 전락
‘계엄 사후 문건에 왜 서명했나’ 묻자 침묵
‘계엄 사후 문건에 왜 서명했나’ 묻자 침묵
제이티비시 갈무리
내란 특검 조사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대선 주자에서 내란 방조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전락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뒤바뀐 처지에 정치권 안팎에선 “만감이 교차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3일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인터뷰에서 “양쪽에서 팔짱을 끼고 가는 모습이 그래도 대한민국의 국무총리였고, 대통령 후보였는데 불과 한두 달 사이에 저렇게 (특검에) 불려 가 수사받고 조사받는 걸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가 전날 오전 특검 수사관에게 왼팔이 잡힌 채 서울고검 청사에 마련된 내란 특검팀에 출석한 데 대한 반응이다.
한 전 총리는 정권이 교체되고 내란 특검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다. 그는 그동안 12·3 비상계엄 선포에 반대했다고 강변해 왔으나, 비상계엄 해제 뒤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만든 사후 비상계엄 선포문에 서명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위헌·위법적 비상계엄 선포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한 전 총리는 해당 문건에 서명하고 며칠 뒤 ‘사후 문건을 만들었다는 게 알려지면 또 다른 논쟁을 낳을 수 있으니 없던 일로 하자’고 요청했고 결국 문건은 폐기됐다고 한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내란특검 조사를 받은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전날 한국방송(KBS) 시사프로그램 ‘사사건건’에 출연해 “한 전 총리가 (사후 서명) 얘기를 전혀 안 하고 있다가 지금 증거가 드러나서, 다른 사람이 증언하는 바람에 소환이 된 것 아니냐”며 “그러니까 계엄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사인을 했고, 그것을(선포문을)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없앴다는 식으로 공격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몫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기습 지명, 대선 출마 등 윤 전 대통령 탄핵과 파면 과정에서 한 전 총리가 보인 행보도 다시 입길에 오르고 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와이티엔(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김영수입니다’와 인터뷰에서 “대통령으로도 부족해서 일국의 총리가 중범죄를 저질렀다는 생각이 든다. 결과적으로 한 전 총리가 비겁한 증거 조작 행태에 가담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한편으로 씁쓸한 건 그러고도 대선에 출마했다는 게 어이상실이다. 어떻게 국민 앞에 서서 표를 달라고 할 수 있었을까”라고 꼬집었다.
한 전 총리는 특검 출석 14시간 만인 전날 밤 11시40분께 굳은 표정으로 서울고검 청사를 나섰다. ‘계엄 사후 문건에 왜 서명했냐’ ‘어떤 소명을 했나’ 등 기자들의 질문에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