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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경기 김포시 애기봉 관측소(OP)에서 바라본 북측 영토. [사진 해병대]
2일 오후 경기 김포시 월곶면 해발 약 154m의 애기봉 관측소(OP). 만조로 물이 차오른 한강하구 중립수역을 사이에 두고 북측 영토가 지척에 펼쳐졌다.

지난 11일 부로 군 당국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는 등 이재명 정부의 화해 제스처에도 접경지에선 여전히 긴장감이 감돌았다. 고배율 망원경을 통해 보니 북한 A고개 능선 위의 검은색 사각형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북한이 아직 철거하지 않은 대남 확성기였다. 아군의 조치에 따라 북한이 대남 소음 방송을 중단하긴 했지만, 언제든 다시 틀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 군 당국도 고정형 대북 확성기를 아직 철거하지는 않았다.

해병대는 이날 서울 서측방을 방어하고 있는 수도 방위 부대인 2사단을 취재진에 공개했다. 2사단은 유엔사가 관할하는 한강하구 중립수역을 끼고 인천 교동도와 석모도, 강화도, 경기 김포 등 접적 지역을 작전 지역으로 한다. 해병대의 최전방 부대로 꼽히는 배경이다.

애기봉 건너편의 북측에는 지난해 북한의 오물풍선 부양 '원점'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 B산도 있었다. B산 중턱에는 북한군이 조성한 붉은 흙 길이 선명했다. 군 당국은 이 도로가 탈북을 시도하는 주민들의 발자국을 잡아내기 위한 용도라고 보고 있다.

B산과 인접한 대남 선전용 마을에는 주민들 3~4명이 나와 땅을 고르고 있었다. “북한군이 초소에서 다투는 모습까지 보인다”고 할 정도로 가까운 거리가 실감났다.

2사단 작전 지역과 북측 영토의 최단 거리는 약 1.3㎞. 조수 간만의 차이에 따라 더 좁혀지기도 한다.

2일 경기 김포시 애기봉 관측소(OP)에서 바라본 북측 영토. 사진 해병대
하루 두 차례 온전히 모습을 드러내는 갯벌은 천연 방벽 역할을 한다. ‘뻘 흙’이 아군도, 북한군도 오갈 수 없게 만든다. 반대로 물이 일정 정도 차오르면 이곳은 ‘탈북 단골 루트’로 변한다. 개성시를 따라 서해로 흘러드는 예성강을 따라 귀순자들이 헤엄을 치다 걷다를 반복하며 남으로 넘어오곤 하기 때문이다.

2사단 예하 부대의 주요 경계 임무도 주로 이런 귀순자나 북한군의 잠입이 주된 대상이다. 지난해 8월 8일 북한 주민 1명이 귀순 했을 때도 열상감시장비(TOD)에 북측 해역의 작은 열점이 잡히면서 ‘귀순 유도 작전’으로 이어졌다.

해병대 2사단은 서울까지 직선도로로 43㎞, 개성까지 23㎞다. 서울보다 북한의 주요 도시가 더 가까운 셈이다. 2사단 관계자는 “이곳이 뚫리면 수도권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게 된다”면서 “전술·전략적으로도 중요한 위치”라고 말했다.

작전 지역은 정면으론 81㎞지만, 도서 지역이 많아 경계해야 하는 해안선을 기준으로는 255㎞에 달한다. 육로의 군사분계선(MDL)이 약 250㎞인데, 이를 육군 10여개 사단이 지키는 것에 비하면 작전 지역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볼 수 있다.

동시에 2사단 관할 지역엔 거주 인구(김포 51만, 강화도 6만)도 작지 않아 유사시 시가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적군을 상륙 전에 차단하는 게 주요 임무인 이유다. 2사단은 K9 자주포, K-55A1 자주포 등 포병 전력과 상륙돌격장갑차(KAAV)등을 운용한다.



비탈길 거침없는 KAAV 타보니
올해 2월 코브라골드 연합훈련 참가를 위해 경남 진해 군항에 정박 중인 해군 노적봉함(상륙함, 4,900톤급) 격납고에 탑재된 해병대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KAAV) 및 K-55 자주포 모습. 뉴시스
이날 오후 3시쯤 2사단 영내 연병장. 상륙 작전에 투입하는 수륙양용 장갑차 ‘KAAV-P7A1’에 올랐다. 이날 경기도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내려졌다. KAAV 내부는 엔진 열기까지 더해져 군장 없이 앉아 있는데도 땀이 흘러 내렸다. 실제 작전·훈련 때는 차장·조종수·부조종수를 제외하고 완전 군장 상태의 병력 21명이 탑승한다.

수륙 양용 장갑차인 KAAV는 유사시 거점지 확보 및 요충지의 상륙 작전을 위한 필수 장비다. 쌍룡훈련 등 정례 훈련에선 독도함과 같은 수송함에 탑재돼 상륙 훈련을 한다. 적 해안지대에 교두보를 확보하고 뒤따르는 병력이 상륙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한다. 길이 8m,폭 3m, 높이 3.7m로, 중량 21t에 이른다.

차장석에 서 있던 여군 부사관의 지시가 떨어지자 “드르륵”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무한궤도가 육중한 KAAV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KAAV는 비에 젖어 진흙탕이 된 연병장을 크게 돌아 빠져나간 뒤 부대 내 언덕과 비탈길을 거침없이 오르내렸다.

이날 시범 운용은 영내인 점을 감안해 시속 약 20㎞ 속도로 진행됐지만, 육지에서 최대 시속 72㎞로 질주할 수 있다. 바다에선 차량 뒤편과 좌우측의 해수추진장치로 최대 7시간 떠 있을 수 있다. 항속 거리는 육상 480km로 K-4 고속유탄기관총과 K-6 중기관총 등 화기를 탑재하고 있다.

KAAV는 상륙 때는 생존성을 높이기 위한 위장으로 연막탄을 발사한다. “발연(發煙)!”이란 중대장 지시에 KAAV의 연막탄 배연기에서 짙은 흰색 연막이 뿜어져 나왔다. 연막은 수초 만에 3000평 연병장 시야를 완전히 가렸다.

해병대는 2028년까지 KAAV-II 도입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운용 중인 KAAV는 1970년대 양산된 미측 상륙장갑차를 개량한 것으로 1998년부터 국내 생산하고 있다. 이에 더해 자폭 드론 탑재형 무인 KAAV, 무인 상륙 수색차량 등 다양한 상륙자산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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