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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이 하나 접수됐습니다. 고소 취지는 "못 받은 공사대금을 돌려달라". 이런 내용은 전국 법원 곳곳에 자주 접수되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번 소송의 특이한 점, 바로 공사비를 주지 않은 피고가 대한민국이란 겁니다.

■계약 없이 경호처 지시로 21곳 추가 공사…"5억 원 상당"

인테리어 업체 A사는 지난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에 맞춰 대통령실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대통령실 ICT 융합센터와 사무공간, 상황실과 긴급 출동 대기 시설, 보안센터 등 경호처가 발주한 5건의 공사에 수의계약 형태로 참여했습니다.

A사가 계약한 공사의 계약 금액은 25억 원 상당, 공사에는 최종적으로 22억 원이 들었습니다. 경호처는 이 돈은 A사에 지급했습니다.

지난해 9월 <대통령실·관저의 이전과 비용 사용 등에 있어 불법 의혹 관련 감사보고서> 中

문제가 된 건 정식 계약을 맺은 공사가 아니었습니다.

A사 측은 계약을 맺은 5건 외에 다른 21곳의 공사를 경호처 담당자의 지시로 계약 없이 추가로 진행했다고 했습니다.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한 공사 내용으로는 대통령실 본관 지하 1~3층 NSC(국가안보실)와 회의실을 비롯해 옥상 저격수 대기실과 초소, 대통령 출근길 문답 장소 벽체 공간 등을 지목했습니다.

소송에 포함된 공사대금 미지급 공사 구역(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 일부 구역)

경호처장 공관과 경호처 간부 관사 등에 대한 보수 공사도 맡았다며 이 금액도 공사비 청구 내용에 포함했습니다.

A사는 공사를 끝낸 뒤 경호처 담당자로부터 “현재 공사대금을 지급할 예산 부족하니, 다음 해 예산을 통해 추후 지급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소장을 통해 밝혔습니다.

돈 받기를 기다렸지만 해당 담당자가 대통령실 이전 관련 비위 사실로 고발돼 감사원 조사가 진행되면서 경호처에 근무하지 않게 됐고, 이후 대금을 지급받지 못해 소송했다는 겁니다.

[연관 기사] [단독]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공사비 미지급’ 피소 (2025.07.01 뉴스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91521

A사는 이렇게 21곳을 공사하고 못 받은 공사 금액이 5억 8천6백10만 원 상당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A사는 소송에서 4억 9천6백80여만원 상당을 지급해 줄 것을 청구했습니다. 실제 못 받은 공사 금액보다 1억 원가량 적습니다. 왜였을까요?

■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던 대통령실 공사 비리

A사는 소장에서 1억 원 가까운 돈은 이미 앞서 계약을 맺은 공사에서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공사에 사용되는 바닥 자재를 기존 계약보다 더 저렴한 제품을 써 1억 원 정도 이득을 봤다는 겁니다.

경호처와 계약을 맺고 했던 공사에서 1억 원 정도 차익을 봤으니, 미지급 공사 대금 중 그만큼을 뺀 약 5억 원을 달라는 게 소장의 내용인데요.

이 내용은 앞선 감사원의 감사 보고서에도 있는 내용입니다.

지난 2022년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감사원 국민감사청구가 있었고, 지난해 9월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당시 감사 보고서에선 A사 대표가 경호처 담당자와 짜고 공사비를 부풀려 1억 원가량 이익을 봤다고 적시돼있습니다.

" A사는 준공계약서에 계상된 계 1,731.34㎡에 해당하는 공사비(2억 4,059만 원)를 모두 지급받았다. 이는 실제 시공 물량보다 1억 610만 원 상당이 부풀려진 금액이었다."
-2024년 9월 감사원 감사보고서 中

감사보고서에는 A사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청구한 대금 미납 공사 중 경호처 출동대기시설 공사에 대한 내용도 나옵니다. 당시 경호처 담당자가 해당 공사를 숨기려고 경호처 예산을 사용하는 대신, 원래 알던 방탄유리 납품 브로커에게 해당 공사 비용을 대납하도록 했다는 겁니다.

감사 보고서에는 그 액수가 1억 7천6백만 원으로 나와 있습니다.

"(경호처 담당자가) 출동대기시설 등 공사비를 (브로커에게) 대납하도록 요구하는 등 부당한 부담을 이행하도록 하였고, 별도의 사업계획 수립이나 계약·준공 절차를 거치지 않고 A사 대표에게 직원용 관사 보수공사를 수행하게 하였다. 이로 인해, 출동대기시설 등 공사가 결과적으로는 국가 예산이 투입되어 준공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공사비 산정 및 준공의 적정 여부에 대한 확인이 어렵게 되었다."

-감사원 감사 보고서 中

이 때문에 당시 경호처 담당자와 방탄유리 납품 브로커, A사 대표는 함께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현재도 재판은 진행 중입니다.

[연관 기사] ‘대통령실·관저 공사 비리’ 경호처 간부·브로커 구속기소 (2024.10.02)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72304&ref=A

이렇게 공사비 부풀리기나 대납 같은 '꼼수'가 오갔는데도 건설 비용을 다 충당하지 못한 건 결국 경호처가 집행할 수 있는 예산 범위를 넘어서 이런저런 공사를 강행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 당시 대통령 경호처는 관련 사실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을 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까지 경호처는 공사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 공사대금 못 받은 피해자 vs 사기 사건 피고인

다시 정리해 보면 A사는 대통령실 공사에 관여하고도 공사비를 못 받은 피해자이자, 앞서 계약을 맺은 공사에서 국가를 속여 돈을 더 챙긴 혐의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기도 합니다.

A사 대표는 "바닥 공사 당시 공사비를 더 받은 금액은 경호처 담당자와 상의해 다른 공사에 사용했다"면서 "이번 공사대금 청구에서 그만큼을 제외했다"며 본인의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국가에서 발주한 여러 건의 공사 중 금액이 남는 부분을 다른 공사에 투입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면서 "실제로 공사를 한 증거도 많고, 재판부가 증거 보존 신청도 받아들였다"면서 "공사를 했는데, 국가에서 안 주면 이 돈은 어디서 받느냐"며 재판 과정을 통해 공사 사실을 입증해 대금을 받겠다고도 했습니다.

반면, 공사를 발주한 대통령경호처와 민사 소송을 수행하고 있는 검찰은 전혀 다른 입장입니다.

경호처는 "해당 재판과 관련하여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향후 재판 결과에 따른 필요한 후속 조치를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검찰은 A사가 주장하는 '계약'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중앙지검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에 따라 민사 소송의 원고 측, 즉 대한민국을 대리한 소송 수행자로 소송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검찰 측은 "원고 측은 경호처 관계자와 함께 사기, 뇌물공여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되어 현재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 계약서 작성 등 국가계약법에 따른 요건과 절차를 준수하지 않아 원고가 주장하는 계약은 무효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양측의 입장이 부딪히는 가운데, 다음 재판은 이달 22일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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