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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문재인 정부와 다르다는 걸 보여주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부동산 관련 발언을 한 지난 1일, 대통령실 관계자가 한 말이다. 부동산 정책에서 실패했던 과거 민주당 정부와 이재명 정부는 다르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발신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의 이날 국무회의에서 부동산 발언은 과거 민주당 정부 대통령과 달랐다. ‘1유(有), 2무(無)’. 이전 민주당 정부와 비교해 새로 포함된 부분도 있지만, 과거 정부가 강조하던 것 중 두 가지는 빠져 있었다.



1有: ‘부동산=투자 수단’
이 대통령을 부동산을 투자 수단이라고 인정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대한민국의 투자 수단이 주택 또는 부동산으로 한정되다 보니까 자꾸 주택이 투자 수단 또는 투기 수단이 되면서 주거 불안정을 초래해 왔다”며 “다행히 최근 주식시장, 금융시장이 정상화하면서 대체 투자수단으로 조금씩 자리 잡아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7년 7월 25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과 김수현 사회수석(왼쪽), 장하성 정책실장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문재인 정부 때와는 전혀 다른 인식이다. 문 전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이 한창 치솟던 2020년 7월 국회 개원식에서 “부동산 투기를 통해서는 더는 돈을 벌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해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투자 차익은 환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부동산 정책을 총괄했던 김수현 전 정책실장은 책 『꿈의 주택정책을 찾아서』(2017년)에서 “(유럽 국가는) 집을 ‘투기 수단’이 아닌 ‘거주 공간’으로 보고 있다”고 썼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일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이 투자 수단화돼 있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었고, 이 대통령은 ‘부동산=투자수단’이라는 현실 인식에 방점이 찍혀 있어 다소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그러다 보니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을 투자 수단으로서 매력 없게 만드는 데 초점을 뒀던 반면, 이 대통령의 대책은 더 매력적인 다른 투자 수단을 만드는 데 초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 시민이 오가고 있다. 업계는 한동안 급매물 위주로만 간간이 거래가 성사되며 전체 거래도 크게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


2無: 세금, 대통령실
이 대통령의 부동산 발언에서 과거 민주당 정부와 비교해 없는 것도 있다. 대표적으로 세금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말해왔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세금을 올리는 데 초점이 맞춰 있었지만, 역효과만 났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공시가격 상향에 따른 보유세 증가 등 세금 관련 정책이 많았다. 반면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일 “부동산 세제 개편 당장은 검토 안 한다”고 말하는 등 이번 정부는 세금을 통한 부동산 규제에는 선을 긋고 있다.

부동산 정책과 발언에서 대통령실이 한발 물러서 있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취임 4주 만에 처음 나온 것이다. 국무회의 모두 발언은 중요도 순으로 배치되는데 부동산 발언은 세 번째 주제로 배치됐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7일 대출 규제 대책을 내놓았을 때도 대통령실은 “대통령실 대책이 아니다”(강유정 대변인)라는 말을 했다.

2021년 11월 14일 대선대응 청년행동 회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인근에서 열린 분노의 깃발행동에서 퍼포먼스를 마친 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문 전 대통령은 ‘집값 잡기’ 전쟁의 전면에 섰었다. 참모들에게 “부동산 가격을 잡으면 피자 한 판 쏘겠다”(2017년 7월)고 하거나,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공직자에게 “1채만 남기고 집을 처분하라”(2019년 12월)고 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인사는 “청와대가 부동산 대책의 중심이 되다 보니 모든 비난이 청와대를 향했다. 그러면서 다른 국정 동력까지 떨어졌다”고 회고했다.

현 정부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에서 대통령실이 나서면 시장에 왜곡된 메시지만 줄 수 있다”며 “앞으로도 대통령실은 부동산에 관해선 최소한의 메시지만 낼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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