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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재석 선임기자 = 정년퇴직이 코앞인 나이가 되고 흰머리도 늘다 보니 커피 한잔하려고 카페를 찾을 때도 이래저래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매장 안에 젊은 손님들이 대부분인 경우 왠지 들어가기가 꺼려진다. '들어갔다가 다른 사람들한테 괜한 눈총을 받을 수 있다'는 지레짐작에서다. 자존심에 상처가 날까 걱정하는 마음이 움츠러드는 행동으로까지 이어지면 씁쓸하다. 아예 업소 출입문에 '노시니어존(No Senior Zone)'이라는 표시가 붙었으면 오히려 마음이 편했으려나 하는 엉뚱한 생각마저 들 때가 있다.

'노인 차별' 논란이 불거진 한 프랜차이즈 카페의 쪽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아직 법적 노인연령이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걱정도 많다는 핀잔을 들어도 할 말이 없지만 우리 사회에 나이를 이유로 차별하는 노시니어존 이슈가 점점 불거지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된 측면이 있다. '노키즈존'이 논란이 된 지는 오래됐고 앞으로 노시니어존 현상이 점점 더 사회적 이슈가 될 공산이 크다. 저출생으로 아이는 줄어드는데 노인 인구는 계속 증가하는 인구 구조 변화 때문이다. 노인의 경제활동이 증가하는 영향도 있을 것이다.

노시니어존은 노년층에 대한 혐오를 이유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주로 카페나 헬스장 등에서 노인들이 자리를 쭉 차지하고 있으면 젊은 사람들이 안 온다는 논리들이 많이 동원됐다. 지난달 SNS에는 울산의 한 호프집 안내문을 촬영한 사진이 화제가 됐다. '50대 60대 이상 한국인 중년남성 출입 불가'라는 내용이었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메탈이나 록 음악만 신청받아 틀어주는 곳인데 중장년층의 '출입 불가' 이유로 "반말, 욕설, 고성방가, 마음대로 실내 흡연. 담배 심부름" 등등이 열거돼 있었다. 업주 측의 대응에 공감하는 네티즌도 있었고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의 행태를 일반화해선 안 된다"는 반응도 있었다.

최근에는 안전사고 예방이 노인을 배제하는 논리로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안전사고를 막는다는 이유로 65세 이상의 회원 가입을 막은 헬스장에 대해 차별 시정 권고를 한 바 있다. 당시 인권위도 "안전사고 발생률이 반드시 나이에 비례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65세 이상에 대한 일률적인 이용 제한은 일반인들에게 고령자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부정적 인식을 확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일에는 70세 이상 고령층에게 회원권 판매를 거부한 회원제골프장에 대한 인권위의 차별 시정 권고가 나왔다. 70대인 진정인은 경기도에 있는 이 골프장의 회원권을 사려고 했지만 "70세 이상은 입회를 할 수 없다"는 회칙을 근거로 거부당하자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기존 회원의 경우 70세가 넘어도 자격이 소멸하거나 중단되지 않는다면서 고령 이용자의 안전사고를 이유로 입회를 불허하게 됐다는 골프장 측의 주장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만큼 노인의 건강할 권리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문화와 여가를 향유할 권리를 보장하고 실현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엔 잘못된 행동을 하는 노년을 보면 '노인들이라 어쩔 수 없다'며 일반화하는 경향이 있다. 개인의 비위를 세대의 잘못으로 치부해 버리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개성이 사라지고 서로 닮아간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우리는 누구나 늙는다. 젊은이 가운데도 젊은이답지 않은 행동을 하는 이들이 있듯이 노인 가운데도 어른답지 않게 행동하는 이들이 있다. 그렇다고 모든 노인이 잘못된 행동을 할 것이라고 예단하고 배제하는 건 옳은 일이 아니다.

남녀노소에게 인기 있는 프로야구 입장권의 현장 구매가 용이해졌다고 한다. 온라인 예매가 어려운 노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해 일부 티켓을 야구장에서 현장 판매하는 구단이 늘어서다. 차이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의 하나다. 차별과 혐오 대신 포용과 공존을 양산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노인 1천만명, 일하는 노년층이 급증하는 시대에 노시니어존이라는 말이 자꾸 회자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로 느껴진다. 단지 시니어가 되고 있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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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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