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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빈틈에서 헤맸다
입원형 호스피스, 입원 기간 60일
한 달 전부터 병원 찾기에 불안감
자문 · 가정형도 인프라 부족 문제
"가정형, 재택의료센터 대안 필요"

편집자주

'존엄하게 죽고 싶다'는 우리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 연명의료결정제가 올해로 시행 7년, 법 제정 기준으로는 내년이면 10년이 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 300만 돌파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 사이 이별의 풍경은 또 어떻게 달라졌을까. 전국 의료 현장에서 확인하고 파악한 실상과 한계, 대안을 5회에 걸쳐 보도한다.

입원형 호스피스 환자들 가운데는 임종을 앞두고 2개월에 한 번씩 병원을 옮겨다니는 이들이 있다. 정부의 관련 수가 정책 때문이다. 사진은 독립형 호스피스 시설인 전진상의원 호스피스센터의 병동 모습. 이수연 PD


"선생님, 제가 병원에서 또 쫓겨나는 꿈을 꿨어요."


오전 회진을 하다 들은 환자의 하소연에
노상미 전진상의원 호스피스센터장
은 가슴이 철렁했다. 환자의 상태가 안정적이라 "벌써 한 달을 이렇게 잘 지내셨어요"라고 인사를 건넨 게 화근이었다. '잘 해내고 계시다'는 응원인데 환자의 귀엔 다르게 들린 모양이었다.

이러려고 호스피스 왔나



환자는 이곳이 세 번째 호스피스 병원이다. 보건복지부 고시나 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 등에 따르면 환자가 병원 한 곳 호스피스 입원실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60일이다. 60일 넘는 입원이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이 시점부터는 수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된다. 병원으로선 손해라는 얘기다. 다수의 병원이 '방침'을 내세워 퇴원이나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권하는 이유다. 현재 호스피스는 5개 질환(말기 암, 후천성 면역결핍증, 만성 폐쇄성 호흡기 질환, 만성 간경화, 만성 호흡부전) 환자만 이용할 수 있다.

당연히 환자 입장에서 보자면, 임종을 앞두고 편안해야 할 시간에 두 달 단위로 '병원 찾아 삼만리'를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노 센터장은 "병상 회전율을 높이려는 병원에서는 두 달이 지나면 반드시 퇴원해야 한다고 미리 고지를 한다"며 "환자, 보호자들도 이를 다 알고 있어 입원 한 달이 넘어가면 다른 기관을 알아보고 대기를 걸며 불안하고 초조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편안한 마음으로 통증조절을 하고 가족과 못 나눈 이야기도 나누면서 삶을 돌아봐야 할 시점에 여러 병원을 옮겨다니는 환자 분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했다.
유은실 서울아산병원 명예교수 역시
"결국 마지막 순간에 잘 죽게 해줄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생애 말기에 환자들이 이 기관 저 기관을 옮겨다녀야 하는 형편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멍난 생애말기 돌봄체계



호스피스 서비스는 크게 입원형 · 자문형 · 가정형으로 나뉜다. 이 중 60일 기한 제한은 입원형이 주로 받는 지적인데, 자문형 · 가정형은 부족한 인프라, 낮은 수가, 접근성 등이 문제로 꼽힌다.
최진영 국립암센터 중앙호스피스센터장
은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옆에 있어준다는 측면에서 반드시 입원형 서비스를 늘리거나 대상자를 확대하는 것만으로 풀 수는 없는 문제"라며 "가능하면 집에서도 편한 말기 돌봄, 임종 돌봄을 맞이할 수 있도록 가정형 도입, 장기요양 대상자를 위한 재택의료센터 활용 등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한 팀으로 장기요양보험 수급자의 가정에 찾아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사회 돌봄 등을 연계하는 재택의료센터는 현재 시범사업 단계다.

이일학 연세대 의대 의료법윤리학과 교수는 "호스피스를 지나치게 특화한 전문 의료 서비스의 일부로 생각할수록 호스피스 부족 현상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필요한 지역사회 지원, 돌봄 서비스 등과 잘 연계될 수 있는 시스템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 '유예된 죽음' 특별취재팀팀장= 김혜영 기자(엑설런스랩)
취재= 손영하 · 이서현 기자(엑설런스랩), 백혜진 · 정혜원 인턴기자
사진= 정다빈 · 강예진 기자
영상= 박고은 · 이수연 · 박채원 PD, 김태린 작가
인터랙티브= 박인혜 기획자, 남유진 개발자, 이정화 디자이너

목차별로 읽어보세요

  1. ① 갈피를 잃었다
    1. • 심장이 멈춘 남편은, 계속 숨을 쉬었다...연명의료 죽음의 풍경 [유예된 죽음]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1902070004504)
    2. • "안 받겠다" 해도 결국 절반은 연명의료 받다 숨진다 [유예된 죽음]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1714550003896)
    3. • '연명의료 거부' 300만 시대... 70대 여성 31%가 쓴 이 문서는 [유예된 죽음]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2318510004794)
    4. • "나는 오늘 아빠의 죽음을 결정했다" [인터랙티브]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2911550002745)
  2. ② 마음이 흩어졌다
    1. • "연명의료 싫다" "끝까지 받겠다"...내 결정을 가족이, 의사가 막아섰다 [유예된 죽음]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0913350000358)
    2. • 소외된 외국인과 무연고자...이들은 연명의료를 끝까지 받아야 했다 [유예된 죽음]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1222360004659)
    3. • "임종 판단 못해" 그 의사가 벌벌 떤 이유... 식물인간은 대책도 없다 [유예된 죽음]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2323540003696)
    4. • "죽음 너무 괴로워 조력사 논의까지.. 대리인이 결정할 수 있어야" [유예된 죽음]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1922180002265)
    5. • '김 할머니' 떠난 지 15년 "죽음은 여전히 공장화... 가정돌봄 절실" [유예된 죽음]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1921090000993)
  3. ③ 빈틈에서 헤맸다
    1. • '심정지 1시간' 아빠, 간호사 자매는 연명의료를 선택했다 [유예된 죽음]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1610220003322)
    2. • 연명의료 중단 결정, 그 후 대책이 없다...방치될까 두려운 환자들 [유예된 죽음]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2423060002777)
    3. • "편히 가려고 왔는데"...60일마다 '병원 찾아 삼만리' 떠나는 까닭은 [유예된 죽음]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2510290001551)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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