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공원녹지과 직원들이 껍질이 벗겨진 후박나무 140그루에 나무의사가 처방한 약제를 바르고 있다. 서귀포시 제공
수령이 70년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되는 후박나무 140그루의 껍질을 벗긴 50대가 검거됐다.
제주자치경찰단은 50대 남성 A씨를 산림자원법 위반 혐의로 검거해 조사 중이라고 2일 밝혔다.
A씨는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임야에서 후박나무 140그루의 껍질을 무차별적으로 벗긴 혐의를 받는다.
자치경찰은 지난 17일 도내 환경단체에 의해 이 사실이 알려지자 서귀포시 관계자와 현장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주변 CCTV 영상 분석과 통신 조회 등을 통해 지난 27일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1차 조사에서 혐의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A씨는 “3명과 함께 박피 작업을 했고, 판매 목적은 아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치경찰은 앞으로 수사를 통해 공동 작업자들의 행위 가담 여부와 A씨의 범행 목적 등을 밝혀낼 예정이다.
산림을 훼손하면 산림자원법에 따라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반면 판매를 목적으로 한 임산물 절취는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동법에서도 처벌 수위가 더 높다.
후박나무의 껍질과 잎은 민간요법에서 약재로 쓰인다. 품질에 따라 100g에 2000원~3만3000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번 사건을 처음 알린 환경단체 ‘제주자연의벗’에 따르면 박피된 후박나무는 둘레길이(흉고) 70~280㎝·높이 10~15m의 거목으로, 상당수가 수령 70년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됐다.
사건이 알려진 후 서귀포시는 나무의사의 처방을 받아 황토와 살균제, 영양분을 섞은 약제를 박피된 후박나무 140그루에 도포했다. 나무의 회생 여부는 작업 후 한두 달이 지나야 알 수 있다.
나무는 껍질을 벗길 때 형성층의 체관이 함께 떨어지기 때문에 고사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체관이 떨어지면 잎에서 만들어진 영양분을 뿌리로 보낼 수 없어서다.
강수천 서귀포지역경찰대장은 “앞으로 추가 범행 등 여죄를 살피고 증거자료를 보강하는 등 더욱 면밀하게 사건을 수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