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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전일로로 치닫던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충돌이 미국의 압도적 힘 앞에 멈춰섰다. 이스라엘의 기습 공습으로 확전된 지 12일 만이다. 중동 리스크는 빠르게 잦아들며 유가 상승과 금융 불안도 일단락됐다. 힘이 만들어낸 휴전이 얼마나 지속될지, 미국과 이란 간 핵 협정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단, 공습에서 휴전까지 이어진 전환은 전통 외교를 비켜간 트럼프식 외교방식의 단면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축하합니다. 세계여! 평화의 시간이 왔습니다.” 미국 스텔스 폭격기가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한 다음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 휴전’을 선언했다. “이란의 핵시설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말살’이란 표현이 정확하다”는 강경 메시지를 남긴 지 불과 하루, 이스라엘의 선제 공격이 시작된 지 12일 만의 일이다.
① 선제공격 – “사자들의 나라”가 깨어났다“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은 실제로 벌어질 수 있다.”

6월 12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에서의 무력 충돌 가능성을 처음으로 공식 언급했다. “임박했다고 말하진 않겠다”면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 발언은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결의안에 반발해 핵 활동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한 직후 나왔다. 이란은 공식적 핵보유국은 아니지만 ‘핵 문턱 국가’로 분류된다. 무기급 우라늄 직전 수준의 고농축 우라늄을 충분히 보유한 상태다. IAEA가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농도 60%의 고농축 우라늄 408kg을 보유하고 있다. 서방 전문가들은 이 농축도면 무기급(90%) 전환까지 1~2주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양만으로도 핵탄두 6~9기 제조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IAEA는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미국 정부 내에서는 이스라엘 선제 공격 우려가 급속히 번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우리는 이란과 합의에 근접해 있다”며 협상을 강조했지만 그 메시지는 채 하루도 가지 않았다.

6월 13일 새벽 이스라엘 공군은 테헤란 인근 핵시설을 정밀 타격했다. 작전명은 ‘사자들의 나라’. 이스라엘 국방부는 이를 “정교한 선제 공격”이라 명명하며 “이스라엘을 향한 이란 정부의 고조되는 분노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이란의 핵시설을 목표 삼았다”고 밝혔다. “공습 종료 시점에는 핵 위험이 제거돼 있을 것”이라는 발언까지 덧붙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는 존재할 수 없다”며 작전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이어 “이란의 위협이 사라질 때까지 공습은 수일간 이어질 것”이라며 장기전을 시사했다. 그는 지난 10여 년간 세 차례에 걸쳐 이란 공격을 저울질하다 철회한 바 있다. 이번엔 달랐다. 안팎에선 그의 군사행동이 불안정한 연정 돌파구를 위한 ‘정치적 승부수’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스라엘의 기습 공습 직후 이란은 대규모 미사일 공격으로 보복에 나섰다. 전면전이었다.

금융시장은 투자 심리가 냉각됐다. 뉴욕증시는 하락했고 세계 7위 산유국 이란으로부터 석유 수급이 불안정해질 것이란 전망에 국제 유가는 7%대 급등했다. 이날 유가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이후 3년 만의 최대 일일 상승폭을 기록했다.

시장에선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 해협은 전 세계 석유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다. JP모간은 봉쇄 시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엑손모빌(2.18%), 다이아몬드백에너지(3.74%) 등 에너지주와 록히드마틴(3.66%), RTX(3.34%) 등 방산주는 올랐고 델타항공(-3.76%), 유나이티드항공(-4.43%) 등 항공주는 유가 부담에 큰 폭 하락했다. 안전자산 선호도 높아졌다. 금 선물 가격은 1.5% 상승해 온스당 3452.8달러에 마감했으며 2개월 만에 3500달러 돌파를 목전에 두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선제 공격이 미국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개입의 타이밍은 저울질했다. 전쟁 3일 차인 15일. 이날로 예정된 미국과 이란의 6차 핵협상은 잠정 중단됐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 합의를 바라지만 때로는 싸워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② 미국의 참전 - “무조건 항복하라”트럼프 대통령의 초시계는 전쟁 닷새째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란 핵 문제가 걸려 있는 만큼 트럼프로선 어떤 형태로든 개입이 불가피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에 벙커버스터 ‘GBU-57’의 지원을 요청하며 전쟁 개입을 압박했다. 고농축 우라늄이 보관된 포르도 시설은 산악 지대 지하 암반 속에 자리 잡고 있어 기존 미사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위치다. GBU-57은 지하 61m 암석을 관통해 폭발하도록 설계된 전략폭탄으로 이스라엘은 이 폭탄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미군의 투입 없이는 사용할 수 없다.

반면 이란은 물러설 기미 없이 결사항전 태세를 드러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18일 국영방송을 통해 “이란은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이 공격한다면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선택한 시나리오는 하나. 압박 수위를 극한까지 올린 뒤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핵 포기를 받아내는 것. 트럼프는 G7 정상회의를 중단하고 급거 귀국해 백악관에서 긴급 안보회의를 소집했다. 곧바로 이란에 대한 직접 군사공격 가능성을 시사했고 최고지도자 제거까지 언급하며 최후통첩을 날렸다. “무조건 항복하라.”

이어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새 메시지를 발표했다. “가까운 시일 내 협상이 성사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앞으로 2주 안에 공격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2주 안에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라는 새로운 시한을 통보한 셈이다.

그러나 누구도 예상치 못한 타이밍, 전쟁 9일 차인 토요일 새벽. 미국의 B-2 스텔스 폭격기 편대가 이란의 핵심 농축 시설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을 정밀 타격했다. 지하 70m를 관통할 수 있는 GBU-57 ‘벙커버스터’ 14발이 동원된 작전이었다. 이란이 ‘핵무기 심장’이라 불러온 포르도는 잿더미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말살’이라고 표현했다. 핵시설의 실제 피해 여부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지만 IAEA는 “시설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격 직후 SNS에 “포르도는 끝장났다(FORDOW IS GONE). 우리는 이란의 핵시설을 완전히 파괴했다. 미국, 이스라엘, 그리고 세계를 위한 역사적 순간”이라고 썼다. 이란은 즉각 중동 내 미군기지를 언급하며 보복을 경고했다. 트럼프도 맞불을 놨다. “보복하는 순간 훨씬 더 강력한 무력에 직면할 것이다.”

군사적 충돌이 정점을 향해 치닫자 그간 관망하던 금융시장도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의결하자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떠올랐다. JP모간은 앞서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공습과 함께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고 충돌이 중동 전역으로 번질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한국으로 수입되는 중동 원유의 99%도 이 해협을 통과한다”고 분석했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들도 경영진 비상대책회의에 돌입했다.

다우존스 자회사 OPIS의 분석가 덴턴 신케그라는 “시장이 개장하면 패닉 매수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랙먼데이’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었다.
③ 휴전 – 새로운 미국 외교의 원칙그러나 예상보다 급격한 방향 전환이 이어졌다. 6월 23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이스라엘과 이란이 완전하고 전면적인 휴전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전면전 위기 직전까지 치달았던 긴장이 SNS 포스트 한 줄로 정리된 순간이었다. 이란 국영방송,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도 휴전 합의를 인정했다. 6월 13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지 12일 만의 휴전이다.

이 극적 합의 뒤에는 놀라운 수준의 막후 외교가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직후 네타냐후 총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전쟁을 끝낼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군사 임무를 완수했으며 이제 공격 작전을 중단할 것”이라며 이스라엘도 이에 동참하라고 압박했다.

이란은 군사 보복을 예고한 직후 카타르 알우데이드 미군기지에 미사일 19발을 발사했다. 그러나 이는 사전 통보된 형식적 보복이었다. 이란은 미사일 발사 전에 미국과 카타르에 계획을 알렸고 트럼프는 “사전 통보해 준 이란에 감사한다”고 밝히며 미군 피해는 없다고 강조했다.

통화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포격 직후 카타르 총리와 통화했고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타밈 빈 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국왕과 통화했다. 트럼프는 알타니 국왕에게 이란 측에 휴전 의사를 타진해달라고 요청했고 그가 이를 수락하자 이란은 동의했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이란의 정권교체까지 거론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 통화 후 입장을 급선회했다. 그리고 SNS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모두 축하합니다! 평화의 시간이 왔습니다.”

물론 긴장이 완전히 가라앉은 것은 아니다. 휴전 이후에도 이란과 이스라엘은 서로가 먼저 공격했다며 ‘휴전 위반’ 공방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합의에 미온적인 이스라엘을 향해 “중대한 위반”이라며 폭탄 투하를 하지 말라고 경고성 메시지를 날렸다. 그리고 평화의 메시지를 남겼다. “이란은 결코 핵시설을 재건축하지 않을 것이며 이스라엘은 이란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전쟁 우려가 잦아들자 6월 23일 국제유가는 하루 만에 7.2% 하락했고 24일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반등하며 금융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채권시장이 우려하던 전쟁 장기화로 인한 미국 재정적자 확대와 물가 급등 가능성도 한풀 꺾였다. 월가에선 이번 휴전으로 호르무즈해협 봉쇄, 유가 급등, 글로벌 성장 둔화 우려가 다소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습 공습에서 휴전으로의 급격한 전환과 소셜 미디어 게시물을 통해 발표된 주요 정책 전환은 친구와 적 모두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고 평가했다. 밴스 부통령은 이번 ‘12일 전쟁’을 두고 “국가 이익을 명확히 정의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상하되 필요할 경우 압도적인 무력을 사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미국 외교정책의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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