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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게 아픈 게 일상일 때, 또는 크게 아픈 후 컨디션이 예전 같지 않을 때. 이때의 문제는 무엇을 어디서부터 바꿔야 하는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는 거죠. 영양사 경력 20년이 넘는 전문가도 이런 악순환에서 빠지며 염증 수치는 제자리로, 체중은 20㎏ 감량한 정성희 소장은 아픈 후에야 음식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체감했다고 하죠. 건강관리에 진심인 영양사가 ‘애정’하는 식재료는 어떤 것들일까요. ‘밝은영양클래식연구소(BNCL)’의 정성희 소장이 치열하게 겪은 경험담입니다. 스스로 임상 실험하며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었는지, COOKING〈나를 바꾸는 음식〉에서 확인해보세요.

나를 바꾸는 음식 ⑫ 양파
명상으로 마음을 정돈하고 아침을 시작하면 요리하는 일이 귀찮게 느껴지지 않고 순순히 받아들여진다. 사진 픽사베이
나의 체중 감량 프로젝트는 2년에 걸쳐 진행됐다. 3번의 집중 감량기를 거쳤고, 감량 때마다 5㎏~10㎏ 정도의 체중을 뺐다. 목표 체중에 도달한 지금도 일상에서 2㎏ 정도 오르내리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줄어든 숫자가 알아서 얌전히 유지되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체중 감량에 완성은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체중, 아니 건강은 평생 관리하는 수밖에 없다.

내 몸의 균형점은 어디쯤일까?
완성은 없지만 얻는 것도 있다. 지난 칼럼에서 설명했듯 살을 뺀 후에는 일정 기간 그 체중을 유지하고 다음 감량기를 위해 쉬어주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렇게 ‘감량·유지·휴식’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삶의 균형점은 여기구나”라는 걸 경험하게 된다. 인도의 전통의학 아유르베다는 “삶의 균형은 음식습관・수면습관・마음습관 세 가지가 상호보완하며 이루어 간다”고 말한다. 즉, 삶의 균형점이란 몸과 마음이 모두 편안한 상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음식을 통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의 문제는 타고난 소화력보다 많이 먹는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무엇보다 과식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당연히 건강식의 비중도 중요했다. 정제 탄수화물과 가공식품, 간식과 술을 멀리하고 육식 비중이 높던 식단에서 채소의 양을 늘리며 신선한 재료로 직접 요리하는 횟수도 늘렸다.

식습관을 잘 관리하기 위해 사용한 또 다른 방법은 먹는 음식을 한 접시에 모두 담아 관찰하는 것이었다. 장점은 음식의 종류와 양에 따른 포만감의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단 점이다. 또 다음 식사까지 식욕이 일어나는 정도, 오늘 먹은 음식이 하루에 쓸 에너지로 충분한지, 잠을 자고 난 전후의 컨디션, 그리고 간식의 유혹을 절제할 수 있는지까지 면밀하게 관찰했다.

음식·수면·마음이 상호보완하며 이루는 균형
한동안 이 방법을 실행하자 누적된 나만의 데이터가 생겼다. 같은 음식을 먹는 가족 구성원과 내 몸의 반응 차이도 알 수 있었다. 나의 ‘한입’이 남들과 달리 꽤 양이 많다는 점도 이때 알게 됐다. 어느 때부터인가 나만의 균형점이 서서히 맞춰지자, 체중이 확 늘어나는 일이 줄어들었다. 성격이 밝아졌고 이롭지 않은 음식을 선택하지 않는 절제력도 생겼다.

건강을 관리하며 알게 된 또 다른 점은 몸과 마음이 연결됐다는 ‘체감’이다. 몸이 한결 편해지자 일과 요리, 육아 등 어떤 활동을 해도 에너지 넘치고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일할 땐 집중력이 좋아지고 성과도 낼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너그러워져 내 마음도 편해졌다.

하지만 얄궂게도 몸과 마음의 균형은 계절이 변하듯 한 자리에 머물지 않고 매 순간 잔잔하거나 큰 파동을 겪는다. 스트레스가 생기거나 마음이 편안치 않으면 식습관의 흐름도 바뀌곤 한다. 재미있는 점은 그 반대도 있단 것이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간식을 덥석덥석 집어 먹거나, 즐거운 대화에 집중하다가 소화할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이 먹을 때다. 괴롭든 즐겁든 마음의 균형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상태라 그렇다.

몸을 위한 마음의 지지 ‘절제력’
무너진 균형을 알리는 대표적 증상으로는 부종과 염증 반응이 있다. 일어날 때 찌뿌둥하거나 손목이나 무릎 관절이 뻑뻑해지고 백태가 끼거나 잇몸이 불편해진다. 내 경우, 과식 후 생기는 부종은 나트륨과 칼륨, 그리고 수분을 섭취하며 이틀 정도 운동으로 관리하면 좋아졌고, 통증이나 염증 증상은 7일 정도 식습관을 관리하면 사라졌다.

식습관 외에도 평소 움직이는 일을 늘리고 다양한 운동을 시도하며 균형점을 맞춰나갔다. 명상도 빼놓지 않았다. 나는 외향적인 성향이지만 내면에도 집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명상은 어디서나 가능하지만, 나의 경우엔 기상 직후에 하는 명상이 루틴이다. 잠시지만 현재에 머물러 누워 있는 내 몸의 감각들을 알아차리는 일도 명상이 된다. 또 조용한 시간에 편안한 자리에 앉아서,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이 들고 나가는 순간을 관찰하는 것도 명상이다.

명상 역시 식욕 조절과 비슷하다. 어떨 때는 되고, 어떨 때는 안되고의 반복이다. 되는 날은 하고 안되는 날은 또 지나가면 된다. 신기하게도 명상으로 마음을 정돈하고 아침을 시작하면, 요리하는 일을 귀찮아하지 않고 순순히 받아들인다. 마음이 번잡할 때 편하게 사서 먹자고 생각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럴 땐 절제력이 명상을 통해 키워진다는 걸 느낀다. 몸의 편안함을 위해 마음이 지지해 준다는 느낌이다.

식욕 돋우고 활기를 주고 싶다면
양파는 전분 함량이 낮은 비전분성 채소로, 열량이 낮고 수분과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사진 픽사베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파도를 겪은 몸의 균형을 잔잔하게 바꿔줄 때가 오면, 나는 양파를 볶기 시작한다. 양파는 전분 함량이 낮은 비전분성 채소다. 열량이 낮으면서도 수분과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 환경을 건강하게 형성해준다. 또 양파에 풍부한 칼륨은 체내 수분 균형에 필수적인 이뇨 작용과 혈압 조절을 돕는다. 양파의 매운맛은 황 성분 때문인데, 식품 속 황과 결합한 화합물이 혈압 감소·항산화·항염작용·해독에 효능이 있다는 보고도 있다.

양파 껍질에 많다는 항산화 물질 ‘퀘르세틴’도 중요한 성분 중 하나다. 심혈관 기능을 개선하며 인지 저하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들이 보고된 적도 있다. 양파의 크롬 성분 역시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또 식욕 조절 개선이나 우울증과 불안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아유르베다에서 말하는 양파는 “식욕을 돋우면서도 활기를 주는 성질”을 갖는다. 대표적인 맛은 단맛과 매운맛인데, 단맛은 체조직과 체액을 구성한다. 또 몸과 뇌에 휴식을 줘 지나치게 활동적인 심장과 마음을 느긋하게 해준다. 그리고 양파의 매운맛은 몸을 따뜻하게 만든다.

요리의 베이스가 되는 볶은 양파
양파를 뭉근해질 때까지 볶아 만드는 양파 수프. 사진 정성희
내게 있어 양파 수프는 단맛은 충족하되 열량은 줄이고 싶은 날, 몸에 기분 좋은 파동을 주고 싶을 날 먹는 음식이다. 베이스는 ‘볶은 양파’다. 채 썬 양파를 무염 버터·소금을 넣고 갈색으로 뭉근해질 때까지 충분히 볶는다. 여기에 육수를 넣고 토마토·렌틸콩·병아리콩·강황·커리 파우더 등을 추가해 수프나 스튜로 요리하면 된다.

어떤 날은 볶은 양파만 먹기도 한다. 극대화된 양파의 단맛을 오롯이 즐기는 방법이다. 조금 심심하다 싶으면 치즈를 조금 뿌리는데, 감량으로 몸이 비워진 때나 과식으로 더부룩할 때 먹으면 심신을 안정시켜주는 느낌이 든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볶음밥에도 무조건 볶은 양파가 들어간다. 색이 튀는 채소는 싫어해도 투명하게 볶아 달콤해진 양파는 아이들도 잘 먹는다.

샐러드에도 양파를 넣으면 맛이 더 좋다. 날로 먹을 땐 흰색양파보다 적양파를 다지고, 토마토·올리브유·레몬즙을 섞어서 찹 샐러드로 만든다. 스무디에도 생양파를 넣는데, 사과·당근·파인애플 등 단맛 나는 과일과 생양파의 조합이 의외로 훌륭하다. 과일의 비타민 C와 양파가 함유한 크롬의 영양 조합도 좋다. 혈당 안정과 수용성 비타민의 흡수에 유용한 섭취방법이다.
샐러드 등에 생으로 넣을 땐 적양파를 추천한다. 사진 픽사베이

몸의 균형이 전해주는 삶의 균형
나의 균형점을 아는 일은 체중을 감량하고 유지하는 건강관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또한, 내 몸을 이해하고 긍정하는 경험이기도 하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크고 작은 삶의 자극에도 무던해진다. “왜 내게만 이런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럴 수 있지”라고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균형점을 찾은 후 가장 달라진 점은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식사가 행복해졌다는 것이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혼자만 붓고 아팠던 때와 다르게, 그저 순수하고 편하게 잘 먹고 많이 웃을 수 있는 시간이 됐다. 조금 많이 먹더라도 몸이 버텨준다고 느낄 때, 즐거운 그 시간에 마음껏 머무를 수 있을 때 나는 삶의 균형을 느꼈다. 혹여 조금 균형이 치우쳤다 하더라도 괜찮다. 내 삶의 균형점을 알고 있다면 언제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가볍고 달콤한 양파를 꺼내, 오늘도 새로운 하루를 시작해본다.

정성희 [email protected]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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