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진보·보수 정권서 두루 요직 '안정적 관리'
이재명 정부 출범 한 달 만 전격 사의 표명
개인·가족 의혹 '조직에 부담' 언급 알려져
200여 자 입장문서 검찰개혁 방향 우려도
심우정 검찰총장이 지난달 1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심우정 검찰총장이 1일 임기를 절반도 채우지 않은 상태에서 전격 사의를 표명한 것은 새 정부 출범 후 추진될 대대적 검찰개혁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소(공소)청 분리 등 정부·여당이 검찰개혁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본인이 직을 유지할 경우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해석이다.

심 총장은 1일 오후 언론에 배포한 약 200자 분량의 사직 입장문을 통해 "오늘 검찰총장의 무거운 책무를 내려놓는다"며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지금 직을 내려놓는 것이 제 마지막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심 총장은 2일 비공식 퇴임식을 열 예정이다. 지난해 9월 16일 제46대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지 불과 9개월여 만이다.

심 총장은 임명 당시만 해도 보수·진보 정권에서 두루 요직을 맡을 만큼 안정적으로 조직을 관리할 적임자로 평가받았다. 심대평 전 자유선진당 의원의 아들인 심 총장은 2000년 검사 임관 후 법무부 형사기획과장, 법무부 검찰과장 등을 역임하는 등 검찰 내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꼽혔다. 그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7월 검사장으로 승진했고, 정권 교체 후에도 대검 차장검사(고검장), 법무부 차관을 거치는 등 승승장구했다. 이후 이원석 전 총장에 이어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검찰총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지난해 윤 전 대통령의 12·3 불법계엄 사태를 겪으면서 정치권의 타깃이 돼버렸다. 법원의 윤 전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에 즉시항고 포기를 지휘하면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사퇴 압박에 시달렸다. 이 과정에서 자녀의 특혜 채용 의혹도 제기됐다. 특히 지난해 10월 비화폰을 지급받아 김주현 전 민정수석과 통화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취 압박은 더욱 거세졌다. 서울중앙지검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에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심 총장이 대통령실과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사직서가 수리되면 심 총장은 1988년 검찰총장 임기가 2년으로 보장된 뒤 중도 퇴임하는 16번째 총장으로 기록된다. 심 총장의 사의 표명을 놓고 검찰 안팎에선 새 정부 들어서 검찰개혁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봉욱 대통령실 민정수석 등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을 이끌어갈 인사들이 드러난 상황에서, 전 정부에서 임명된 검찰총장은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심 총장은 이날 오후 대검 과장급 부장검사들과 검찰연구관들을 만나 "방파제가 되고자 했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과 가족에 대한 의혹 제기가 조직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는 취지다.

심 총장은 이날 입장문에서 수사·기소 분리 등 이 대통령의 검찰개혁 공약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형사사법제도는 국민 전체의 생명, 신체, 재산 등 기본권과 직결된 문제라서 시한과 결론을 정해놓고 추진될 경우 예상치 못한 많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심 총장이 물러나면 차기 총장이 정부·여당이 주도하는 검찰개혁 관련 논의에 참여하게 된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0334 최태원 장남, SK이노 그만두고 이직…그가 향한 곳은 '이 회사', 왜? 랭크뉴스 2025.07.02
50333 '30~35% 관세' 카드 꺼낸 트럼프 “日 합의 의심”…협상 쫓기는 日 랭크뉴스 2025.07.02
50332 강릉 대관령휴게소 차량 상가 돌진‥3명 중상·7명 경상 랭크뉴스 2025.07.02
50331 오징어 게임 시즌3, 사흘 만에 3억 7천만 시간 시청… 93개국 1위 랭크뉴스 2025.07.02
50330 [단독]고삐 풀린 국회…2차 추경에 6.5조원 더 얹었다 랭크뉴스 2025.07.02
50329 [속보] 내란 특검,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 오후 3시 30분 소환 랭크뉴스 2025.07.02
50328 광주서 열리는 세계양궁선수권, 북한도 오나···조직위 ‘대북 접촉’ 승인 랭크뉴스 2025.07.02
50327 “북 무인기 침투, 윤석열 지시” 내란특검, 녹취록 확보…외환 혐의 수사 본격화 랭크뉴스 2025.07.02
50326 헌재, '이재명 재판 연기' 헌법소원 3건 각하... "헌법 84조, 심사 대상 아냐" 랭크뉴스 2025.07.02
50325 '경영 수업' 본격화? SK 떠난 최태원 장남, 최근 이직한 곳은 랭크뉴스 2025.07.02
50324 조국혁신당 "李정부 檢인사 참담"…송강·임세진과 악연 보니 랭크뉴스 2025.07.02
50323 "남자 성기 같다" 물 뿜는 3m 핑크발 기둥…뉴욕 명소 발칵 랭크뉴스 2025.07.02
50322 ‘여교사와 초등생 로맨스’ 드라마 제작에…교육계 “아동 그루밍 미화” 랭크뉴스 2025.07.02
50321 조국혁신당 "내란세력 딛고 출범한 정부 맞나"…檢인사 맹비난, 왜 랭크뉴스 2025.07.02
50320 "바닥에 물 흘러내려 깜짝"…보령해저터널 4년째 축축, 왜 [르포] 랭크뉴스 2025.07.02
50319 이진숙 교육부 장관 지명 찬반성명 잇따라…'적임'vs'불통' 랭크뉴스 2025.07.02
50318 “대통령 재판 연기는 평등권 침해” 헌법소원, 줄줄이 각하···1건은 심리 중 랭크뉴스 2025.07.02
50317 "그 검사들 줄영전" 혁신당 '멘붕'‥민주 내부서도 '갸우뚱' 랭크뉴스 2025.07.02
50316 차의과대 미복귀자, 청강 도중 복귀자에 '감귤' 조롱···대학 "징계 조치" 랭크뉴스 2025.07.02
50315 “100년 후 한국 인구 15%만 남아”… 1명이 노인 1.4명 부양해야 랭크뉴스 2025.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