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 태양광발전소 ‘재테크’
국민일보가 1일 방문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소유의 경북 봉화군 화천리 소재 태양광발전소 부지에 태양광 설비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정 후보자의 부인 민혜경씨와 두 아들은 해당 토지에 가등기만 올려둔 상태다. 봉화=김재산 기자
정동영(아래 사진)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배우자 민혜경씨가 계약한 경북 봉화군 화천리 소재 태양광발전소 토지에 민씨와 두 아들이 가등기를 한 상태인 게 확인됐다. 정 후보자의 두 아들도 태양광발전소 관련 계약 당사자로 참여한 사실이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 후보자는 민씨가 보유한 태양광발전소 6곳 중 5곳은 토지도 함께 재산신고를 했지만 봉화군 발전소 토지는 재산신고를 하지 않았다. 해당 발전소는 패널 등 태양광 발전 설비가 정상 설치된 것으로 나타나 재산신고 누락 의혹도 제기된다.
1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민씨는 2023년 12월 29일 해당 부지 토지를 매매예약하고 소유권 이전 청구권 가등기를 설정했다. 민씨가 7분의 5, 두 아들이 각각 지분 7분의 1씩 공유하고 있다. 정 후보자는 지난 3월 강원도·충북·충남·전북·경북 등에 위치한 민씨 소유 태양광발전소 6곳을 부동산에 준하는 권리로 재산신고하면서 5곳은 발전소 토지도 신고 목록에 포함했지만 봉화군 태양광발전소 토지는 신고하지 않았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민씨가 소유한 태양광발전소 6곳 중 봉화 발전소 토지에만 두 아들 이름이 함께 올라와 있다. 해당 토지는 지목이 논과 밭인 3개 필지로 구성돼 있고 총 면적은 8357㎡(약 2527평)에 달한다. 민씨가 소유한 전국 태양광발전소 토지 총 1만8196㎡(약 5504평)의 절반 정도 규모다.
2022년 해당 부지 분양광고에 따르면 500㎾급 설비 1대, 100㎾급 설비 3대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나와 있다. 해당 부지에 대한 태양광발전소 사업 허가는 2023년 10월 23일 이뤄졌다. 한 달여 뒤인 11월 27일 2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다. 해당 토지의 공시지가는 6000만원 수준이어서 2억5000만원은 태양광 설비 설치 등 시공 비용까지 포함된 가격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민씨가 이 토지를 매매예약한 건 다시 한 달여 뒤인 12월 29일이다. 정 후보자는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됐고, 그해 8월 재산신고에 봉화군 부지 위 태양광발전소만 4714만원 평가액으로 등록했다. 2025년 재산신고에서 해당 발전소는 4억2212만원으로 가치가 9배(약 890%) 가까이 올랐다.
태양광 분양 업체 관계자는 최초 신고액인 4714만원은 계약금 명목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5년 4억원대로 갑자기 가치가 상승한 것에 대해 “해당 부지에 태양광 설비 설치가 완료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통상 태양광발전소 분양계약은 계약금과 중도금, 분양자 개인이 받은 대출 비용으로 이뤄진다. 온라인에 게시된 봉화군 부지에 대한 태양광 분양 광고를 보면 100㎾의 경우 계약금 4000만원, 중도금 4000만원, 대출 1억4000만원을 더해 2억2000만원에 분양한다고 나와 있다.
국민일보가 이날 방문한 봉화군 부지에는 태양광 발전 설비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설치가 완료됐다는 것은 계약금과 중도금, 개인 대출까지 비용 정산도 끝났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정 후보자의 재산신고 누락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 후보자는 본계약이 아닌 매매예약 가등기 상태라는 이유로 재산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나 공직자윤리법 시행규칙 제1호 서식에 따르면 매입 계약을 체결하고 중도금을 지급했다면 재산신고 대상에 포함된다.
정 후보자의 2024년 재산신고 자료에 따르면 민씨는 국민은행·새마을금고중앙회·전북은행 등 3곳에서 총 13억3000만원을 대출받았다. 2025년 재산신고에서는 해당 대출 금액 중 2800여만원을 태양광 수익으로 상환했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13억원에 대해 “태양광 사업 목적 대출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민씨는 올해 5월 16일과 28일에도 광주은행에서 태양광 발전업 사업 명목으로 각각 8억1500만원과 1억3800만원을 대출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100㎾ 발전기 기준 한국전력 전기 판매수익 등으로 매달 200만원 정도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이 중 50~60%를 대출 원리금으로 낸다고 해도 80만~100만원 정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100㎾ 미만 소형 태양광발전소의 경우 농축산어업인 자격 증명 서류를 제출하면 고정가격으로 한전에 판매하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 후보자 측은 봉화군 태양광발전소 부지를 재산신고하지 않은 이유, 배우자와 두 아들이 농축산어업인 자격이 있는지 등에 대한 국민일보 질의에 “청문회장에서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배우자와 두 아들이 태양광 사업에 관여돼 있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해충돌 논란도 거세질 전망이다. 정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18일 농지에서도 태양광 발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농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발의했고, 지난 3월에도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공동발의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