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 오창민 논설위원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12·3 비상계엄 사흘 뒤 새로 작성된 계엄 선포문에 한덕수가 뒤늦게 서명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강의구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김주현 민정수석으로부터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해야 한다”는 전화를 받고 조작된 공문서에 한덕수 서명을 받았다. 해당 문서엔 이후 윤석열도 서명한다. 계엄의 절차적 흠결을 감추기 위해 선포문이 마치 12월3일 밤에 승인된 것처럼 공문서를 조작한 것이다.

그러나 문건 조작 사실이 들통날까 두려웠던 한덕수는 강 실장에게 해당 문서의 폐기를 요구한다. 강 실장 보고를 받은 윤석열은 한덕수의 뜻대로 하라고 지시했고, 그 문서는 결국 폐기됐다. 한덕수가 비상계엄 위법성을 인지했을 뿐 아니라 깊숙이 관여했다는 증거다. 앞서 한덕수는 국회 국조특위에서 “소지하고 있던 계엄선포문 두 장 중 한 장을 부속실장에게 보냈고 부속실장이 한 장 겉표지에 서명을 요청하기에 이 문서가 소지하고 있었던 문서가 맞다는 의미로 서명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교묘한 말장난과 위증으로 사실관계를 비틀다 특검에 걸린 것이다.

‘한덕수 미스터리’가 조금씩 풀리고 있다. 평생 양지를 좇으며 바람보다 먼저 누웠던 한덕수가 탄핵 국면에서 왜 그렇게 무리수를 뒀는지 짐작하게 한다. 한덕수는 ‘내란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국회 탄핵소추를 감수하면서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했다. 권한대행이 미국과 관세협상을 벌이고 조기에 타결하려 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친윤계 도움을 받아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김문수 자리를 뺏으려고까지 했다. 내란 공범인 한덕수로서는 다 생존을 위한 선택이고, 바둑으로 치면 ‘외길 수순’이었다.

비상계엄 당일 한덕수 행적은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안이 나온 4일 새벽 1시3분부터, 국무위원 재소집을 시도한 2시6분까지 한덕수는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머리 좋기로 유명한 한덕수는 계엄선포문이 양복 뒷주머니에 있는 걸 뒤늦게 알았고, 어떻게 소지하게 됐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한덕수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면서 군 통수권까지 행사했다. 한편의 공포 납량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5월2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은 한덕수 전 총리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의 반발에 가로 막히자 “저도 호남 사람”이라고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0177 주식을 우상향 안전자산으로... 이재명표 '가계자산 대전환' 성공 방정식은? new 랭크뉴스 2025.07.02
50176 [가덕도신공항의 그림자]② “최첨단 공법도 한계 있다”… ‘간사이공항 30년 후 바다에 잠긴다’ 전망 나오는 이유 new 랭크뉴스 2025.07.02
50175 [속보]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2.2%… 두 달 만에 다시 2% new 랭크뉴스 2025.07.02
50174 [고정애의 시시각각] 공직이 당직인가 new 랭크뉴스 2025.07.02
50173 화장품도 '키링'으로…요즘 애들의 뷰티 활용법 new 랭크뉴스 2025.07.02
50172 "더워서 생수 한 병 샀다가 통장 다 털렸다"…'워터보이즈' 주의보 뜬 美, 무슨 일? new 랭크뉴스 2025.07.02
50171 서북도서 北 기습상륙 대응은…백령도·연평도 ‘전략무기’ 배치[이현호의 밀리터리!톡] new 랭크뉴스 2025.07.02
50170 [속보]'영끌' 원천봉쇄…금융위 "'연소득 내' 신용대출에 카드론 포함" new 랭크뉴스 2025.07.02
50169 '사랑과 전쟁' 온탕과 냉탕 오간 미국-이란 70년 역사 [중동전쟁②] new 랭크뉴스 2025.07.02
50168 임은정 김태훈 등 윤석열 정부 때 찍힌 검사들 화려하게 부활 new 랭크뉴스 2025.07.02
50167 [단독] 최태원 아들 최인근, SK E&S 휴직... 스타트업 준비 new 랭크뉴스 2025.07.02
50166 다자녀 가구엔 ‘반값 혜택’이 뒤따르지···두산·LG·키움 경기 직관 ‘꿀팁’ new 랭크뉴스 2025.07.02
50165 내년도 최저임금 합의 실패…노 “1만1260원”, 사 “1만110원” new 랭크뉴스 2025.07.02
50164 [단독]‘자격미달 업체’ 용역보고서···전남, 알고도 ‘전남도기록원’ 부지 선정 new 랭크뉴스 2025.07.02
50163 “아 더워”…낮 최고기온 36도까지 오른다, 열대야도 계속 new 랭크뉴스 2025.07.02
50162 [단독] 신혼 버팀목대출 기준 상향도 취소…"왜 서민 대출 줄이나" 부글 new 랭크뉴스 2025.07.02
50161 9월부터 예금 1억까지 보호…단통법 10년 만에 폐지 new 랭크뉴스 2025.07.02
50160 이 대통령 “부처의 왕 노릇”···통합·분리 반복된 기재부, 중요한 것은 ‘운용의 묘’ new 랭크뉴스 2025.07.02
50159 [단독] 윤 관저 유령건물 공사비 ‘1억 공백’…자금 출처로 국정원 거론 new 랭크뉴스 2025.07.02
50158 “소득·부동산·부모”…20대부터 쌓이는 부의 속도가 다른 이유 [잇슈 머니] new 랭크뉴스 2025.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