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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밀러 미국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지난 5월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주방위군까지 투입해가며 이민자 추방·단속 작전을 편 로스앤젤레스(LA) 거리에선 과일 장수, 길거리 음식을 파는 상인 등이 모습을 감췄다. 미국 전역으로 번진 반대 시위에도 식당과 호텔, 건설 현장 등 곳곳에 일하는 이민자를 대거 단속한 결과다. 이들 편에서 정부의 단속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야당 정치인이 체포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갈수록 강경해지는 트럼프 정부의 이민자 추방·단속 정책 뒤에는 트럼프 2기 백악관의 ‘실세 중 실세’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있다. 일촉즉발 상황이 이어졌던 LA 시위뿐 아니라 국경 단속과 다양성(DEI) 정책 폐지 등 트럼프 대통령이 대대적으로 밀어붙이는 정책에는 39세 극우 책사 밀러 부비서실장의 입김이 닿았다.

“트럼프의 원초적 본능(이드)”이라고까지 불리는 밀러 부비서실장에 대해 최근 NBC뉴스는 “트럼프를 제외하면 백악관에서 그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트럼프와 뗄 수 없는 밀러…더 대담하고 독하게 ‘컴백’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의 부유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밀러 부비서실장은 10대 때부터 극우 논객의 저서를 통독하고 반이민, 반여성주의, 백인 남성 우월주의, 반이슬람주의 등 극우 성향을 보여왔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인연은 트럼프 집권 1기 당시 책사로 불린 극우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소개로 시작됐다. 그는 트럼프 1기 내내 백악관 선임고문 및 연설담당관을 지내며 핵심 브레인으로 활약했다. 당시 미등록 이민자 부모와 자녀를 분리하는 ‘무관용 정책’ 설계자로 이름을 날렸다.

밀러 부비서실장은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더 독해져서 백악관으로 돌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서명한 숱한 논쟁적 행정명령의 배후엔 그가 있었다. 취임식 당일 서명한 남부 국경에 대한 국가비상사태 선포, 출생시민권 폐지 등이 대표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밀러는 트럼프의 첫 임기에 이루려고 애썼던 것을 완수하려 노력 중”이라며 “그는 이민자 단속 정책 인기 등에 힘입어 트럼프 2.0에서 확실히 더 대담해졌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29일(현지시간) 미시간주 워런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연설하며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밀러 부비서실장은 여러 행정명령이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자 “사법 쿠데타를 일으키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이라며 판사를 맹비난하는 여론 조성에도 앞장섰다. 그는 미등록 이민자 단속 과정에서 “해비어스 코퍼스를 중단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비어스 코퍼스는 구금된 사람이 자신에 대한 구금 조치가 합법인지 법원의 판단을 요구할 수 있는 헌법상 권리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 권리가 이민자와 망명 신청자 등 미국 내 모든 사람에게 보장된다고 여러 차례 판단한 바 있다.

워싱턴 정가에선 “한동안 트럼프의 본능 그 자체였던 밀러는 이제 모든 것을 완전히 실현할 수 있는 영향력과 힘을 갖게 됐다” “밀러는 트럼프의 스위스 군용 칼” “백악관에 밀러 손이 닿지 않는 곳을 찾기 힘들다” 등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경질된 마이크 왈츠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임으로 밀러 부비서실장을 기용할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그건 일종의 좌천 인사”라며 “밀러는 지금 훨씬 큰 권한을 갖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LA 시위 한복판서 ‘배드캅’ 자처…여론전도 앞장

밀러 부비서실장의 존재감은 6월 초 LA 시위 사태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밀러 부비서실장은 지난 5월21일(현지시간) 이민관세단속국(ICE) 본부를 찾아 미등록 이민자 추방에 속도를 내라고 다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공약으로 내건 이민자 추방 규모가 목표치에 미달했다는 이유였다.

그는 목표를 채우지 못한 ICE 간부들을 경질하는 동시에 일용직 노동자를 많이 고용하는 홈디포, 세븐일레븐 편의점 등을 표적으로 삼으라는 구체적 지시도 내렸다. ICE와 연방수사국이 이에 따라 이민자 단속 범위를 크게 확대하면서 갈등이 격화했다. 이는 LA 카운티 전역에서 이민자 단속 반대 시위 규모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고 WSJ은 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미등록 이민자 단속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해병대원들과 마주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밀러 부비서실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SNS에서 이민자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를 “내란”으로, 이를 진압하기 위해 주방위군과 해병대를 투입한 정부의 조치를 “문명을 지키기 위한 싸움”으로 강조하고 나섰다. LA 상황을 두고 며칠 새 쏟아낸 그의 발언을 종합하면 ‘꿈의 도시인 LA가 외부에서 유입된 침입자(미등록 이민자)에 의해 점령됐으므로 주 방위군 투입은 문명을 위한 싸움’이라는 논리 구조로 요약된다.

밀러 부비서실장의 이러한 발언은 이민을 제한하고 대규모 추방을 실행하는 동시에 이에 대한 저항을 무마하는 데 필요하다면 군대까지 동원하는 연방정부의 공격적 정책 집행으로 구현됐다고 FT는 분석했다. 밀러 부비서실장이 내세운 논리는 “LA 시위대는 외국의 적이자 짐승” “LA를 해방할 것” 등 트럼프 대통령이 뒤따라 유사한 발언을 이어가면서 확대 재생산됐다.

“모든 나쁜 일의 원흉”이라는데…밀러의 구상은 현실이 될까

LA 시위 사태로 드러난 밀러 부비서실장의 반이민 정책 구상은 ‘워밍업’ 단계일 뿐이라고 디애틀랜틱은 짚었다. 정부의 강경 대응으로 격화하던 LA 시위는 약 일주일 만에 진정세에 접어들었지만 트럼프 정부는 연간 100만명 추방 목표를 공식화하고 이민자 단속 예산으로 1500억달러 이상을 배정한 대규모 감세 법안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을 추진 중이다. 이 법안엔 밀러 부비서실장이 추방의 세 가지 제약 요소로 거론해온 ICE 인력, 구금 시설, 항공편 보충에 필요한 재원이 포함됐다.

밀러 부비서실장의 입김은 트럼프 대통령의 변심도 끌어낸다. 트럼프 대통령은 농장과 호텔, 식당 등 이민자 노동력에 의존도가 높은 업종은 미등록 이민자 단속 대상에서 제외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가 나흘 만인 지난 17일 철회했는데 밀러 부비서실장이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워싱턴포스트 등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자 추방 정책을 완화해달라는 농업·관광업계, 농무부 요청을 받아들여 내린 지침에 밀러 부비서실장이 분노했다는 것이다. 밀러 부비서실장은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의 지침을 다시 바꾸려고 애썼으며 결국 뒤집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연방 정부의 미등록 이민자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플래카드를 들고 서있다. AFP연합뉴스


민주당에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밀러 부비서실장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벤 레이 루한 연방 상원의원(뉴멕시코)은 “밀러는 미국에서 벌어지는 모든 나쁜 일의 원흉”이라며 “트럼프 1기 정부에서 가장 악명 높은 정책들은 모두 그의 손에서 나왔다”고 비판했다. LA 이민자 대규모 단속 사태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정면으로 맞선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밀러는 시민들의 불안과 혼란을 조장하는 데 앞장섰다”며 “그는 트럼프의 권위주의 성향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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