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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부모연대 ‘오체투지’ 100배
“아이가 성인이 돼도 걱정 없도록 발달
장애 국가책임 국정과제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소속 부모들이 30일 국회 앞에서 돌봄국가책임제 실현 등 발달장애인의 권리 확보를 촉구하며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30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으로 검은 천이 깔렸다. 그 위로 흰옷을 갖춰 입은 30여명이 모였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다. 이들은 익숙한 듯 무릎보호대를 차고 바닥에 수건을 깔았다. 마이크를 든 진행자가 “준비되셨나요”라고 묻자 부모들이 세 줄로 나누어 선 채 주먹을 높이 들고 구호를 외쳤다. “발달 장애 권리 확대!” 부모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고 바닥에 완전히 몸을 붙인 채 엎드렸다. 앞사람의 발끝과 뒷사람의 손끝이 하나의 선처럼 이어졌다.

서울 전역에 첫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이날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등을 요구하며 오체투지를 했다. 부모연대는 지난 16일부터 2주간 매일 국회 앞에서 오체투지 100배를 하며 발달장애인 권리 확대를 외쳤다.

낮 12시 서울 전역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오체투지를 하는 이들의 머리 위로 햇볕이 강하게 내리쬈다. 검은 천이 깔린 바닥도 맨발로 설 수 없을 정도로 달아올랐다. 절을 하는 부모들의 얼굴이 점차 붉어졌다. 20분쯤 지나자 각자의 목에 두른 얼음이 녹아 땀과 함께 흘러내렸다. 50배를 넘어가자 숨이 차올라 엎드린 등허리가 작게 들썩였다. 무릎이 휘청이고 뻗은 손이 떨렸다. 귀 끝과 손끝까지 벌게졌지만 부모들은 쉬지 않고 구호를 외치고 무릎을 꿇었다.

부모연대는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국정과제 지정, 장애인 거주시설 학대 참사 해결 등을 요구했다.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는 가족이나 개인이 아닌 국가가 장애인의 삶 전반을 책임지는 제도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공약으로 내놓았다.

백선영 부모연대 조직국장은 “현재 발달장애인 주간 활동 서비스(가 포함된) 추가경정예산안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올라가 있는데 무산되지 않도록 국회 앞에 매일 모이고 있다”며 “날이 더운데도 불구하고 부모들이 뿌듯한 마음으로 오체투지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부모들은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100배 오체투지를 했다. 100번째 절이 끝나자 부모들은 환호하며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을 둔 김종옥씨(63)는 “날이 더우면 오히려 부모들이 더 많이 찾아오고 우리가 서로의 울타리가 되어 주고 있다”며 “가장 낮은 곳에서 마음을 끌어올리는 행위가 오체투지라고 생각하고, 절을 하고 있으면 처절하고 슬픈 마음보다도 ‘해낼 수 있다’는 의지가 더 생긴다”고 말했다. 인명애씨(62)도 “우리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도 걱정 없이 혼자 살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바라면서 절을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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