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KBS가 입수한 황의조 항소이유서.

항소이유서 속 황의조 선수는 ‘회귀’를 꿈꾸고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축구 국가대표 선수로 ‘복귀’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총 93페이지 분량의 항소이유서에는 ‘불법 촬영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기 전, ‘태극마크’를 단 축구 국가대표 선수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황 씨의 생각이 자세히 들어 있었습니다.

■“국가대표로서의 삶을 잘 마무리하고 싶어”

황 씨는 항소이유서에서 축구 국가대표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강조했습니다.

우선, 황 씨는 17살 때부터 국가대표로 활동하면서 ‘국위선양’에 기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축구 국가대표 경기의 득점 이력과 2022년 월드컵 16강 진출에 기여하는 등 국가대표로서 활동 기록을 열거했습니다.

이어 황 씨는 “축구 국가대표 선수로 활동하는 것이 평생의 꿈이었다”면서 “국가대표 선수로서 국가와 국민에게 기쁨을 줬다는 게 일생의 보람이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재판 결과가 확정되면 더 이상 국가대표를 못 하게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축구 국가대표 운영 규정을 거론하며 “원심의 양형(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만 32세인 피고인(황의조)으로서는 축구 국가대표 선수로의 삶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게 된다”고 적었습니다.

축구국가대표 운영규정. 그래픽 : 김성일

■‘실형·집행유예’면 국가대표 선발 불가능

황 씨는 ‘불법 촬영 혐의’로 수사가 본격화되자 국가대표팀에서 잠정 배제됐습니다.

축구협회는 당초 ‘명확한 사실관계가 확인된 게 없다’면서 처분을 미뤘지만, 2023년 말 황 씨를 국가대표로 선발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문제는 이 상태가 지속되면 황 씨는 최소 몇 년간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축구협회의 축구국가대표팀 운영 규정 17조(징계 및 결격사유)는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5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날로부터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황 씨가 1심처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형이 확정되면, 집행유예 기간(2년)이 끝나고 2년 후에야 다시 국가대표가 될 수 있습니다.

실형이 선고되면 실형 기간이 끝난 5년 후에야 태극마크를 달 수 있습니다.

1심에서 불법 촬영 혐의를 자백한 황 씨에게 무죄가 나오기는 힘든 게 사실입니다. 황 씨가 국가대표로 선발될 수 있는 경우는 법원에서 벌금형 혹은 선고유예 처분을 받는 길 뿐입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취재진에게 “특별한 증거가 나와 사실관계가 달라지지 않는 한 무죄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선고유예나 벌금형은 성범죄 피해자 측과 합의, 그로 인한 피해자 용서가 있어야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표팀 중심·기둥 역할 해야 하는 상황”

황 씨는 항소이유서에 ‘월드컵’을 거론했습니다.

항소이유서에서 황 씨는 “내년에는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이 예정돼 있다”면서 “황 씨로서는 대한민국의 간판 스트라이커이자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달해 줘야 할 뿐 아니라 팀의 중심이자 기둥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황의조 항소이유서 일부. 그래픽 : 김성일

이어 “현재 국가대표 소집 명단에 포함된 공격수들은 황 씨에 비해 많이 어리거나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라면서, “(황 씨가) 향후 국가대표팀에 승선하게 된다면 선배로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이라고도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최대한의 선처를 해주시어, 국가대표로서의 삶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한 번의 기회를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면서 “최대한 관대한 처분을 내려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연관기사][단독] ‘불법 촬영’ 황의조 “북중미월드컵 출전, 기둥 역할 원해”…항소이유서 입수 (2025. 06. 21. ‘KBS 뉴스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84447

■“4,559개 게시물, 321개 유튜브 영상 삭제”

아울러 황 씨는 외부 업체에 의뢰해 관련 불법 촬영 영상을 온라인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없애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항소이유서에서 황 씨는 2023년 7월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전문 업체에 3억 원 넘는 비용을 지불하며, 동영상 삭제 작업을 진행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황 씨는 2023년 7월 1일부터 지난해 9월 15일까지 불법 촬영 게시물 4,559개를 지웠고, 유튜브 영상 321개를 삭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온라인상 황 씨의 불법 촬영물 삭제 여부는 항소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3부)가 묻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지난 19일, 황 씨의 항소심 첫 공판에서 재판부는 “지금도 삭제해야 할 정도로 유포되고 있나요?”라고 물었습니다.

황의조 불법 촬영 혐의 항소심 첫 공판 中 (6월 19일)

재판부
“참고 자료로 게시물 삭제 리포트와 탄원서 등을 냈는데, 영상과 관련해 유포가 안 되게 노력했다는 취지인가요?”

황의조 측 변호사
“과거에도 노력했고, 지금도 삭제하고 있다는 취지입니다.”

재판부
“지금도 계속 삭제해야 할 정도로 유포되고 있나요?”

황의조 측 변호사
“그건 아닌데,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는 취지입니다.”

■“다행스럽게 피해자 식별 안 돼”…피해자 측, 엄벌 촉구

지난 19일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는 축구선수 황의조. 출처 : 연합뉴스

황 씨는 특히 영상물 속 피해자가 식별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항소이유서에서 황 씨는 “무척이나 다행스럽게도 황 씨의 얼굴만 노출됐을 뿐, 피해자들의 얼굴은 노출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피해자 측은 피해자 식별이 되지 않는다는 황 씨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 대리인 측은 항소심 첫 공판기일에 “황 씨는 수사 단계에서 불법 촬영 혐의를 부인했다”면서, “정작 지금 ‘그 사람이 아닐 수 있다’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것이냐”고 황 씨에게 따져 물었습니다.

피고인석에 앉은 황 씨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피해자 측은 “피해자는 황 씨를 용서하지 못 한다는 입장”이라며 다시 한번 엄벌을 촉구했습니다.

황 씨 측 변호사는 이에 대해 “저희는 잘못을 다 시인하고 있고, 다만 피해자 신원이 드러나지 않아 피해가 확대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라면서 “결코 무죄를 다투거나 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다음 달 24일 재판을 더 열고 변론을 종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음 재판에서 황 씨는 최종 의견 진술을 할 예정입니다.

지난해 12월, 1심 선고 전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황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습니다. 황 씨는 최후진술에서 “이번에 한해 선처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한 황 씨. 피해자는 여전히 엄벌을 요구하는데, 황 씨는 축구 국가대표 복귀까지 꿈꾸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네이버,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4250 법관대표회의 종료‥사법신뢰 등 5개 안건 모두 부결 new 랭크뉴스 2025.06.30
54249 尹정부서 반대했던 양곡법…‘유임’ 송미령 “이제 여건 돼” new 랭크뉴스 2025.06.30
54248 내년 '3일 이상 쉬는 날' 8번 있다…가장 긴 '황금연휴'는 언제 new 랭크뉴스 2025.06.30
54247 배추 쌓아두고 ‘김민석 국민 청문회’ 연 국민의힘 new 랭크뉴스 2025.06.30
54246 바이든 들먹이며 트럼프 자극했다…이란 폭격 설득한 '찐 실세' new 랭크뉴스 2025.06.30
54245 정은경 복지장관 후보자 "전공의 복귀할 수 있는 방안 검토" new 랭크뉴스 2025.06.30
54244 [속보] 법관회의, ‘조희대 논란’ 결론 못 냈다…5개 안건 다 부결 new 랭크뉴스 2025.06.30
54243 찜통더위에도 ‘엄마아빠’는 길바닥에 눕는다…존엄한 삶을 위해 new 랭크뉴스 2025.06.30
54242 경찰, 대통령실 PC 파기 의혹 정진석 수사 속도 …“다음달 2일 고발인 조사” new 랭크뉴스 2025.06.30
54241 5분도 안되는 국무회의, 40분으로 허위 작성 의혹···내란특검,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 소환 new 랭크뉴스 2025.06.30
54240 [속보] 법관대표회의, ‘이재명 파기환송’ 논란 포함 의안 모두 부결 new 랭크뉴스 2025.06.30
54239 법관대표회의 의견 없이 종료…사법신뢰 등 5개안건 모두 부결 new 랭크뉴스 2025.06.30
54238 문화유산 ‘성북동 별서’ 화재… 대응 1단계 new 랭크뉴스 2025.06.30
54237 서울 지하철 부정승차 하루 155건… ‘무임’ 우대권 월 80회 쓴 승객도 new 랭크뉴스 2025.06.30
54236 "칼로 자르듯 날개가 꼬리 뚫었다"…베트남 항공기 충돌 순간 new 랭크뉴스 2025.06.30
54235 반려동물 진료비? 8월부턴 못 숨겨요 [지금뉴스] new 랭크뉴스 2025.06.30
54234 음주사고 후 ‘운전자 바꿔치기’···전직 경찰관, 항소심도 집행유예 new 랭크뉴스 2025.06.30
54233 못 받은 양육비, 정부가 선지급…내일부터 시행 new 랭크뉴스 2025.06.30
54232 국힘 "김민석 의혹 눈덩이"…배추 18포기 쌓아놓고 '국민청문회' new 랭크뉴스 2025.06.30
54231 '의사 출신' 정은경에 기대하는 의대생들 "기존 입장 조정해 대통령실에 전달" new 랭크뉴스 2025.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