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지난 2022년 1월 공개된 김건희 여사의 이른바 '7시간 녹취록'
권력을 잡는 주체가 자신인 듯, '내가 정권을 잡으면 자신을 비판하던 세력은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말까지 내뱉습니다.
[김건희 여사 ('서울의소리' 기자와의 통화, 2021년 11월 15일)]
"내가 정권 잡으면 거기‥ 거기는 완전히‥ 완전히 무사하지 못할 거야. 아마. 권력이라는 게 잡으면 우리가 안 시켜도 알아서 검찰들이 알아서 입건해요."
이 말은, 그대로 현실이 됐습니다.
반대세력 수사에 국가기관이 총동원됐습니다.
국정 곳곳에 김건희 여사의 그림자가 드리워졌습니다.
[김건희 여사 (2022년 9월 13일)]
"좀 이제 적극적으로 저는 그 남북 문제에 제가 좀 나설 생각이에요. 정말로. <그렇게 하세요.> 그래야 되고 남북 통일을 해야 되고‥"
선거에서도,
[명태균 (김영선 당시 국민의힘 의원과의 통화, 2022년 6월)]
"내가 지시 받았댔잖아. '오더 내려왔다' 했잖아. 본인이 그러면 김건희한테 얘기하소, 고마! 김건희한테 딱 붙어야 본인이 다음에 6선 할 것 아닙니까? 시키는대로 해야‥"
채상병 사망 사건에서도,
[이종호/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2023년 8월)]
"임 사단장이 사표를 낸다고 그래 가지고 OO가 전화 왔더라고. 그래 가지고 내가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VIP한테 얘기를 하겠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의혹들이 쏟아졌지만, 김건희 여사는 치외법권에 있는 것과 다름없었습니다.
[신용한/전 윤석열 대선캠프 정책총괄지원실장]
"'V-0'라는 말이 그냥 생겨난 건 아니겠죠. 집권 이전 후보 단계부터 김건희 여사에 대한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었다."
◀ 이휘준 ▶
이번에 출범한 3 특검 중 수사할 대목이 가장 많은 특검, 바로 '김건희 특검'인데요.
최경재 기자 나와있습니다.
최 기자, 앞서 영상에서 나온 'V-0', 보통 대통령을 'VIP' 또는 'V-1'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김건희 여사가 더 앞 순서인 'V-0'다" 이런 말까지 있었다고요.
◀ 최경재 ▶
네, 그렇습니다.
당시 대통령실에는 "'V-1'과 'V-2' 두 명의 대통령이 있었다."
"더 나아가 'V-0'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한다." 이런 말들이 공공연히 떠돌았는데요.
실제로 이른 바 '김건희 라인' 인사들이 대통령실 곳곳에 자리 잡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 VCR ▶
지난 4일, 대통령실 경내가 그대로 담긴 영상이 '퇴사 브이로그'라는 이름으로 올라왔습니다.
이 영상을 올려 논란이 된 신모씨는 김건희 여사의 전속 사진사였습니다.
지난 2022년 동남아 순방 당시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소년을 안고 찍은 사진.
마치 연예인 화보집을 연상케 한 순천만 국가정원박람회 방문 사진.
그리고 "아무 공적 지위가 없는 영부인이 대통령 행세를 한다"는 비판을 일으켰던 마포대교 시찰 사진까지.
모두 신 씨의 작품이었습니다.
[박찬대/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2024년 9월 12일)]
"대통령실이 공개한 사진들과 보도를 보니 'V-1'이 누구인지 분명해지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윤석열 정권 내내 대통령실이 공개한 사진들의 중심엔 언제나 김건희 여사가 있었습니다.
당시 대통령실 안에선 9급 행정요원이었던 신씨가 "김건희 여사를 믿고 안하무인"이란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신용한/전 윤석열 대선캠프 정책총괄지원실장]
"어떤 사람이 회의에 있을 때 '아, 저분이 김 여사 라인이래', '김 여사랑 굉장히 어떤 면으로 친하대' 또는 '어디 동문이래' 이런 얘기는 회의 들어온 사람은 다 알고 있습니다. 서로 표현을 안 할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정상적으로 어떤 의견을 내고 또는 강하게 반대 의견을 내고 해야 되는 상황에서도 상대적으로 말을 안 해도 위축이 되는 거죠."
한남동 관저에 있는 김건희 여사에게 별도로 보고하고 직접 지시를 받았다는 이른바 '한남동 라인'.
<스트레이트>는 이들과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먼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직권면직된 김동조 전 국정기획비서관.
윤 전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부터 대외 메시지를 총괄했고 재임 시절엔 대통령 연설문도 맡았습니다.
과거 코바나컨텐츠 주최 행사에서 전시작품을 설명하는 '도슨트'로 활동하는 등 '한남동 김건희 라인'으로 불렸습니다.
[김동조/전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
"(대통령실에) 들어오시게 된 과정이나 이런 거에 대해서 한번 여쭤보려고‥> 아휴, 저 이제 그 바닥은 관심 없습니다. <(윤석열 대선) 캠프 때부터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 아휴, 저 지금 운동 중이라 별로 통화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김건희 여사를 그림자처럼 수행하던 이른바 '문고리 3인방'
코바나컨텐츠 총괄팀장이었던 유경옥 전 행정관은 김 여사의 일정 전반을 관리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인증서를 맡길만큼 신임이 두터웠습니다.
역시 코바나컨텐츠 시절부터 함께 했던 정지원 전 행정관은 의전과 행정 업무를, 국회 보좌진 출신인 조연경 전 행정관은 김 여사와 관련된 대외 업무를 맡았습니다.
지난 2022년 9월,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의 디올백을 선물했던 최재영 목사는 김 여사와의 만남이 성사되기까지 이들을 통해야 했습니다.
[최재영/목사]
"유경옥 비서가 제가 볼 때는 가장 최측근이고 복심으로 저는 생각하고 있어요. 이제 선물을 전달하고 그리고 이제 청탁을 하는 과정에서 뭐 구체적인 거는 조연경 과장이 다 연락이 왔고, 그렇게 또 소통을 했죠. 샤넬 화장품 가지고 왔을 때는 (김 여사가) 정 비서를 불러서 '야, 이리 와서 이거 빨리 풀어봐' 해가지고‥"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김건희 여사측에 고가의 선물을 전달했다는 의혹, 그 과정에도 이들 '문고리 3인방'이 있었습니다.
[최재영/목사]
"김건희 씨의 복심들이고 정말 그야말로 '문고리 3인방'이기 때문에 거기에 뭐 저항한다거나 이의를 제기한다거나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은 아니고, 그냥 이행하는 역할의‥"
<스트레이트>는 이들을 찾아가봤지만 만날 수 없었습니다.
이른바 '한남동 라인'은 대통령실에서 공식 업무로 주로 홍보, 기획 파트를 맡았지만 인사 등 국정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역시 '김건희 라인'으로 불리며 대통령실에 함께 근무했던 김대남 전 행정관조차 '한남동 라인'을 '십상시'라고 표현했습니다.
[김대남/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 ('뉴스버스' 기자와의 통화, 2024년 4월)]
"'십상시' 같은 몇 사람 있어. 여사가 자기보다 어린애들 갖고 쥐었다 폈다 하고 시켜먹지. 그다음에 □□□, △△△ 그런 애들이 쥐었다 폈다 해. 그 위의 수석, 강승규 이런 것도 다 개뿔이고, 아무것도 아니고."
여권 내부에서도 이들에 대한 인적쇄신 요구가 있었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정권 출범 두달만에 김건희 여사 측근인 민간인이 해외순방 1호기에 동승하면서 '김건희의 사람들'에 대한 경고음은 일찌감치 울렸습니다.
[신 모 씨 (MBC 뉴스데스크, 2022년 7월 5일)]
"<대통령실에 어떻게 채용이 되셨나 좀 여쭤보고 싶어서> 저는 공무원 아니에요."
대통령실까지 '김건희 라인'이 장악하면서 국정 곳곳으로 파열음이 확산됐지만 윤 전 대통령은 정권이 끝날 때까지도 김 여사와 그의 사람들을 비호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대국민담화, 2024년 11월 7일)]
"하여튼 침소봉대는 기본이고, 없는 것까지 만들어서 그야말로 저를 타깃으로 해서 우리, 제 처를 많이 좀 악마화시킨 거는 있습니다."
◀ 이휘준 ▶
우리 현대사에서 이렇게 대통령 부인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적이 있나 싶은데요.
최 기자, 이런 '김건희 라인' 인물들이 곳곳에 포진하면서 수많은 의혹들이 불거졌는데, 제대로 이뤄진 수사는 사실상 없는 거죠?
◀ 최경재 ▶
네, 그렇습니다.
단적으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밝혀진 게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특검 가운데 김건희 특검이 수사대상도 가장 많지만, 동시에 가장 어려운 수사가 될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수사가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짚어봤습니다.
◀ VCR ▶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재수사에 착수한 서울고등검찰청.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알고 있었단 정황이 담긴 육성파일 수백 여개를 확보했습니다.
증권사 직원과 통화했던 파일인데,
그 중엔 "계좌를 맡기고 수익의 40%를 주기로 했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김기원/전국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장]
"전주들은 수익을 배분받지 않아요. 이자를 받아요. 근데 수익을 배분하기로 했다는 거는 단순한 전주가 아니라는 얘기예요. 이거는 적어도 직접 주가 조작을 하는 걸 알았고 사실상 보면 그냥 '지시한 사람'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얘기예요."
수사 착수 한 달만에 미래에셋 압수수색만으로 확보한 결정적 증거.
소위 '윤석열 라인'이었던 이창수 지검장의 이전 수사팀은 도대체 뭘 한 거냐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김기원/전국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장]
"증권사 녹취 시스템이 어떻게 되어 있냐면 그 전화번호 눌러서 그 지점으로 온 그거 쭉 추려내는 거, 그냥 버튼 누르면 바로 쭉 나오거든요. 그거를 확보 안 했다는 건 선의로 이해하면 무능한 거고요. 의심되는 바는 '고의'로, '나는 못 봤다' 하는 식으로 '묻었다'라고 해석하는 게 타당하지 않나."
게다가 김건희 여사에게 면죄부를 준 수사 결과 발표 불과 엿새 전.
심우정 검찰총장과 김주현 당시 민정수석이 비화폰으로 통화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검찰은 "취임 초 인사차 연락이 왔고 검찰 정책·행정에 관한 통화"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창민/민변 검·경개혁소위원장]
"SNS를 통해서 하든지 전화를 통해서 하면 되는데 비화폰으로 인사를 누가 해요? 인사는 비화폰을 인사를 하라고 주는, 지급되는 건 아니거든요. 그거는 전 국민이 아는 거고, 비화폰은 정말 특정인한테 국가 기밀이 새어나갈까 봐 하는 건데‥"
또 검찰이 김 여사에게 황제조사 특혜를 제공하기 17일 전,
민정수석은 김건희 여사와도 비화폰으로 약 33분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승익/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장]
"민정수석실-검찰총장-피의자. 그것도 굉장히 특별한 피의자 간의 이제 커넥션이죠. '민정수석과 통화를 한다’ 만약에 그게 알려진다면 그게 김건희 씨가 아니라 할지라도 과연 어떤 이제 평가가 나오게 될까요?"
<건진법사 로비 의혹>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통일교로부터 김 여사측에 전달해달라며 받은 건 1천만 원 안팎의 샤넬 가방 2개, 그리고 6천만 원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
그런데 김 여사 측이 이 가방들을 받아 다른 가방과 신발로 바꿨다는 사실까지는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김 여사 비서진이 선물을 되돌려줬고 전씨는 이를 잃어버렸다는 주장.
검찰이 반박할 증거를 찾았다는 소식은 아직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공천개입 의혹>
여기에 김건희 여사가 명태균 씨를 통해 2022년 대선 여론조사와 그 뒤 총선과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
[유승익/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장]
"윤석열 정권이 성립하지 않았거나 만약에 성립한 이후에 제대로 수사했으면 윤석열 실체가 제대로 드러났겠죠. 심지어는 내란으로까지 가는 이제 그 사태가 안 일어났겠죠."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또 서울 양평고속도 노선이 왜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뒤 김건희 일가 땅 쪽으로 바뀌었는지.
<한남동 대통령 관저 공사 특혜 의혹>
1급 보안시설인 대통령 관저 공사를 김건희 여사 전시를 후원했던 '21그램'이라는 업체, 더욱이 해당 공사 자격도 없었던 업체가 어떻게 수의계약으로 따낼 수 있었는지.
이렇게 규명해야 할 의혹만 16가지에 달합니다.
수사 기관의 소환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던 김건희 여사는 지난 16일, 갑자기 서울아산병원 VIP실에 입원했다 이틀 전 휠체어를 타고 퇴원했습니다.
극심한 우울증이라고 했습니다.
[한동수/변호사·전 대검찰청 감찰부장]
"동정심 내지는 '인권 침해적 수사'라는 어떤 여론전을 통해서 자기의 세를 결집하고 소송 전략 또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진 전략적인 선택이었을 가능성이 하나가 또 있고요."
내란으로 헌법과 민주주의를 송두리째 짓밟았던 윤 전 대통령.
그리고 그보다 더한 위세로 모든 의혹의 중심에 선 그 배우자.
이번 특검은 무너진 사법질서를 다시 세울 마지막 기회일 수밖에 없습니다.
[류혁/전 법무부 감찰관]
"국가 사법질서 전체의 문란 행위를 바로잡는 거 아닌가 싶어요. 이 한 사람으로 인해서 왜곡됐던 수사 시스템이라든가 이 의사결정 구조라든가 이런 거를 바로잡는 거. 그리고 다시는 이와 같은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확실한 재발 방지책을 세우는 것, '이런 것에 주력해야 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 'V-0' 김건희
지난 2022년 1월 공개된 김건희 여사의 이른바 '7시간 녹취록'
권력을 잡는 주체가 자신인 듯, '내가 정권을 잡으면 자신을 비판하던 세력은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말까지 내뱉습니다.
[김건희 여사 ('서울의소리' 기자와의 통화, 2021년 11월 15일)]
"내가 정권 잡으면 거기‥ 거기는 완전히‥ 완전히 무사하지 못할 거야. 아마. 권력이라는 게 잡으면 우리가 안 시켜도 알아서 검찰들이 알아서 입건해요."
이 말은, 그대로 현실이 됐습니다.
반대세력 수사에 국가기관이 총동원됐습니다.
국정 곳곳에 김건희 여사의 그림자가 드리워졌습니다.
[김건희 여사 (2022년 9월 13일)]
"좀 이제 적극적으로 저는 그 남북 문제에 제가 좀 나설 생각이에요. 정말로. <그렇게 하세요.> 그래야 되고 남북 통일을 해야 되고‥"
선거에서도,
[명태균 (김영선 당시 국민의힘 의원과의 통화, 2022년 6월)]
"내가 지시 받았댔잖아. '오더 내려왔다' 했잖아. 본인이 그러면 김건희한테 얘기하소, 고마! 김건희한테 딱 붙어야 본인이 다음에 6선 할 것 아닙니까? 시키는대로 해야‥"
채상병 사망 사건에서도,
[이종호/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2023년 8월)]
"임 사단장이 사표를 낸다고 그래 가지고 OO가 전화 왔더라고. 그래 가지고 내가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VIP한테 얘기를 하겠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의혹들이 쏟아졌지만, 김건희 여사는 치외법권에 있는 것과 다름없었습니다.
[신용한/전 윤석열 대선캠프 정책총괄지원실장]
"'V-0'라는 말이 그냥 생겨난 건 아니겠죠. 집권 이전 후보 단계부터 김건희 여사에 대한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었다."
■ 막강했던 '김건희 라인'
◀ 이휘준 ▶
이번에 출범한 3 특검 중 수사할 대목이 가장 많은 특검, 바로 '김건희 특검'인데요.
최경재 기자 나와있습니다.
최 기자, 앞서 영상에서 나온 'V-0', 보통 대통령을 'VIP' 또는 'V-1'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김건희 여사가 더 앞 순서인 'V-0'다" 이런 말까지 있었다고요.
◀ 최경재 ▶
네, 그렇습니다.
당시 대통령실에는 "'V-1'과 'V-2' 두 명의 대통령이 있었다."
"더 나아가 'V-0'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한다." 이런 말들이 공공연히 떠돌았는데요.
실제로 이른 바 '김건희 라인' 인사들이 대통령실 곳곳에 자리 잡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 VCR ▶
지난 4일, 대통령실 경내가 그대로 담긴 영상이 '퇴사 브이로그'라는 이름으로 올라왔습니다.
이 영상을 올려 논란이 된 신모씨는 김건희 여사의 전속 사진사였습니다.
지난 2022년 동남아 순방 당시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소년을 안고 찍은 사진.
마치 연예인 화보집을 연상케 한 순천만 국가정원박람회 방문 사진.
그리고 "아무 공적 지위가 없는 영부인이 대통령 행세를 한다"는 비판을 일으켰던 마포대교 시찰 사진까지.
모두 신 씨의 작품이었습니다.
[박찬대/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2024년 9월 12일)]
"대통령실이 공개한 사진들과 보도를 보니 'V-1'이 누구인지 분명해지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윤석열 정권 내내 대통령실이 공개한 사진들의 중심엔 언제나 김건희 여사가 있었습니다.
당시 대통령실 안에선 9급 행정요원이었던 신씨가 "김건희 여사를 믿고 안하무인"이란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신용한/전 윤석열 대선캠프 정책총괄지원실장]
"어떤 사람이 회의에 있을 때 '아, 저분이 김 여사 라인이래', '김 여사랑 굉장히 어떤 면으로 친하대' 또는 '어디 동문이래' 이런 얘기는 회의 들어온 사람은 다 알고 있습니다. 서로 표현을 안 할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정상적으로 어떤 의견을 내고 또는 강하게 반대 의견을 내고 해야 되는 상황에서도 상대적으로 말을 안 해도 위축이 되는 거죠."
한남동 관저에 있는 김건희 여사에게 별도로 보고하고 직접 지시를 받았다는 이른바 '한남동 라인'.
<스트레이트>는 이들과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먼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직권면직된 김동조 전 국정기획비서관.
윤 전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부터 대외 메시지를 총괄했고 재임 시절엔 대통령 연설문도 맡았습니다.
과거 코바나컨텐츠 주최 행사에서 전시작품을 설명하는 '도슨트'로 활동하는 등 '한남동 김건희 라인'으로 불렸습니다.
[김동조/전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
"(대통령실에) 들어오시게 된 과정이나 이런 거에 대해서 한번 여쭤보려고‥> 아휴, 저 이제 그 바닥은 관심 없습니다. <(윤석열 대선) 캠프 때부터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 아휴, 저 지금 운동 중이라 별로 통화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김건희 여사를 그림자처럼 수행하던 이른바 '문고리 3인방'
코바나컨텐츠 총괄팀장이었던 유경옥 전 행정관은 김 여사의 일정 전반을 관리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인증서를 맡길만큼 신임이 두터웠습니다.
역시 코바나컨텐츠 시절부터 함께 했던 정지원 전 행정관은 의전과 행정 업무를, 국회 보좌진 출신인 조연경 전 행정관은 김 여사와 관련된 대외 업무를 맡았습니다.
지난 2022년 9월,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의 디올백을 선물했던 최재영 목사는 김 여사와의 만남이 성사되기까지 이들을 통해야 했습니다.
[최재영/목사]
"유경옥 비서가 제가 볼 때는 가장 최측근이고 복심으로 저는 생각하고 있어요. 이제 선물을 전달하고 그리고 이제 청탁을 하는 과정에서 뭐 구체적인 거는 조연경 과장이 다 연락이 왔고, 그렇게 또 소통을 했죠. 샤넬 화장품 가지고 왔을 때는 (김 여사가) 정 비서를 불러서 '야, 이리 와서 이거 빨리 풀어봐' 해가지고‥"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김건희 여사측에 고가의 선물을 전달했다는 의혹, 그 과정에도 이들 '문고리 3인방'이 있었습니다.
[최재영/목사]
"김건희 씨의 복심들이고 정말 그야말로 '문고리 3인방'이기 때문에 거기에 뭐 저항한다거나 이의를 제기한다거나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은 아니고, 그냥 이행하는 역할의‥"
<스트레이트>는 이들을 찾아가봤지만 만날 수 없었습니다.
이른바 '한남동 라인'은 대통령실에서 공식 업무로 주로 홍보, 기획 파트를 맡았지만 인사 등 국정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역시 '김건희 라인'으로 불리며 대통령실에 함께 근무했던 김대남 전 행정관조차 '한남동 라인'을 '십상시'라고 표현했습니다.
[김대남/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 ('뉴스버스' 기자와의 통화, 2024년 4월)]
"'십상시' 같은 몇 사람 있어. 여사가 자기보다 어린애들 갖고 쥐었다 폈다 하고 시켜먹지. 그다음에 □□□, △△△ 그런 애들이 쥐었다 폈다 해. 그 위의 수석, 강승규 이런 것도 다 개뿔이고, 아무것도 아니고."
여권 내부에서도 이들에 대한 인적쇄신 요구가 있었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정권 출범 두달만에 김건희 여사 측근인 민간인이 해외순방 1호기에 동승하면서 '김건희의 사람들'에 대한 경고음은 일찌감치 울렸습니다.
[신 모 씨 (MBC 뉴스데스크, 2022년 7월 5일)]
"<대통령실에 어떻게 채용이 되셨나 좀 여쭤보고 싶어서> 저는 공무원 아니에요."
대통령실까지 '김건희 라인'이 장악하면서 국정 곳곳으로 파열음이 확산됐지만 윤 전 대통령은 정권이 끝날 때까지도 김 여사와 그의 사람들을 비호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대국민담화, 2024년 11월 7일)]
"하여튼 침소봉대는 기본이고, 없는 것까지 만들어서 그야말로 저를 타깃으로 해서 우리, 제 처를 많이 좀 악마화시킨 거는 있습니다."
■ '한 사람' 앞에 멈춘 정의
◀ 이휘준 ▶
우리 현대사에서 이렇게 대통령 부인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적이 있나 싶은데요.
최 기자, 이런 '김건희 라인' 인물들이 곳곳에 포진하면서 수많은 의혹들이 불거졌는데, 제대로 이뤄진 수사는 사실상 없는 거죠?
◀ 최경재 ▶
네, 그렇습니다.
단적으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밝혀진 게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특검 가운데 김건희 특검이 수사대상도 가장 많지만, 동시에 가장 어려운 수사가 될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수사가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짚어봤습니다.
◀ VCR ▶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재수사에 착수한 서울고등검찰청.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알고 있었단 정황이 담긴 육성파일 수백 여개를 확보했습니다.
증권사 직원과 통화했던 파일인데,
그 중엔 "계좌를 맡기고 수익의 40%를 주기로 했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김기원/전국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장]
"전주들은 수익을 배분받지 않아요. 이자를 받아요. 근데 수익을 배분하기로 했다는 거는 단순한 전주가 아니라는 얘기예요. 이거는 적어도 직접 주가 조작을 하는 걸 알았고 사실상 보면 그냥 '지시한 사람'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얘기예요."
수사 착수 한 달만에 미래에셋 압수수색만으로 확보한 결정적 증거.
소위 '윤석열 라인'이었던 이창수 지검장의 이전 수사팀은 도대체 뭘 한 거냐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김기원/전국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장]
"증권사 녹취 시스템이 어떻게 되어 있냐면 그 전화번호 눌러서 그 지점으로 온 그거 쭉 추려내는 거, 그냥 버튼 누르면 바로 쭉 나오거든요. 그거를 확보 안 했다는 건 선의로 이해하면 무능한 거고요. 의심되는 바는 '고의'로, '나는 못 봤다' 하는 식으로 '묻었다'라고 해석하는 게 타당하지 않나."
게다가 김건희 여사에게 면죄부를 준 수사 결과 발표 불과 엿새 전.
심우정 검찰총장과 김주현 당시 민정수석이 비화폰으로 통화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검찰은 "취임 초 인사차 연락이 왔고 검찰 정책·행정에 관한 통화"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창민/민변 검·경개혁소위원장]
"SNS를 통해서 하든지 전화를 통해서 하면 되는데 비화폰으로 인사를 누가 해요? 인사는 비화폰을 인사를 하라고 주는, 지급되는 건 아니거든요. 그거는 전 국민이 아는 거고, 비화폰은 정말 특정인한테 국가 기밀이 새어나갈까 봐 하는 건데‥"
또 검찰이 김 여사에게 황제조사 특혜를 제공하기 17일 전,
민정수석은 김건희 여사와도 비화폰으로 약 33분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승익/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장]
"민정수석실-검찰총장-피의자. 그것도 굉장히 특별한 피의자 간의 이제 커넥션이죠. '민정수석과 통화를 한다’ 만약에 그게 알려진다면 그게 김건희 씨가 아니라 할지라도 과연 어떤 이제 평가가 나오게 될까요?"
<건진법사 로비 의혹>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통일교로부터 김 여사측에 전달해달라며 받은 건 1천만 원 안팎의 샤넬 가방 2개, 그리고 6천만 원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
그런데 김 여사 측이 이 가방들을 받아 다른 가방과 신발로 바꿨다는 사실까지는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김 여사 비서진이 선물을 되돌려줬고 전씨는 이를 잃어버렸다는 주장.
검찰이 반박할 증거를 찾았다는 소식은 아직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공천개입 의혹>
여기에 김건희 여사가 명태균 씨를 통해 2022년 대선 여론조사와 그 뒤 총선과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
[유승익/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장]
"윤석열 정권이 성립하지 않았거나 만약에 성립한 이후에 제대로 수사했으면 윤석열 실체가 제대로 드러났겠죠. 심지어는 내란으로까지 가는 이제 그 사태가 안 일어났겠죠."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또 서울 양평고속도 노선이 왜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뒤 김건희 일가 땅 쪽으로 바뀌었는지.
<한남동 대통령 관저 공사 특혜 의혹>
1급 보안시설인 대통령 관저 공사를 김건희 여사 전시를 후원했던 '21그램'이라는 업체, 더욱이 해당 공사 자격도 없었던 업체가 어떻게 수의계약으로 따낼 수 있었는지.
이렇게 규명해야 할 의혹만 16가지에 달합니다.
수사 기관의 소환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던 김건희 여사는 지난 16일, 갑자기 서울아산병원 VIP실에 입원했다 이틀 전 휠체어를 타고 퇴원했습니다.
극심한 우울증이라고 했습니다.
[한동수/변호사·전 대검찰청 감찰부장]
"동정심 내지는 '인권 침해적 수사'라는 어떤 여론전을 통해서 자기의 세를 결집하고 소송 전략 또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진 전략적인 선택이었을 가능성이 하나가 또 있고요."
내란으로 헌법과 민주주의를 송두리째 짓밟았던 윤 전 대통령.
그리고 그보다 더한 위세로 모든 의혹의 중심에 선 그 배우자.
이번 특검은 무너진 사법질서를 다시 세울 마지막 기회일 수밖에 없습니다.
[류혁/전 법무부 감찰관]
"국가 사법질서 전체의 문란 행위를 바로잡는 거 아닌가 싶어요. 이 한 사람으로 인해서 왜곡됐던 수사 시스템이라든가 이 의사결정 구조라든가 이런 거를 바로잡는 거. 그리고 다시는 이와 같은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확실한 재발 방지책을 세우는 것, '이런 것에 주력해야 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