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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불황에 카공족에 대한 카페 점주 불만 폭발
장기간 좌석 점유 이유만으로 업무방해죄 처벌 어려워
점주 운영 방침으로 매장 머무르는 시간 통제는 가능


스타벅스 매장에서 개인 가림막 설치한 모습
[서경덕 교수 SN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카페에 노트북은 물론 모니터, 칸막이까지 설치해 마치 개인 사무실처럼 사용하는 이른바 '카페 빌런' 사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한 커피전문점에서 한 손님이 장시간 자리를 비운 채 테이블에 각종 장비를 펼쳐놓은 모습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지면서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거나 업무를 보는 사람들)'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다시 제기됐다.

'카공족'은 이미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지만, 경기 침체와 겹치면서 카페 점주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을 법적으로 규제하거나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검증해봤다.

카페 증가와 함께 등장한 '카공족'
'카공족'이라는 말과 이런 현상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빅카인즈'와 네이버 뉴스 검색을 통해 확인한 결과, '카공족'이라는 단어가 언론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15년 4월 21일 한 매체의 기사에서다.

'시끌벅적 카페가 집중력 높여준다?'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서울 양천구 목동의 고등학생들이 카페에서 공부하는 세태를 소개하며 카공족이 학원가를 중심으로 늘고 있다고 전했다.

비알코올 음료점업 수 연도별 추이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 자료]


이후 '카공족'이라는 단어는 이듬해인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언론에 회자하기 시작했다.

카공족이 이같이 언론에 등장하게 된 것은 당시 커피전문점이 많이 늘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통계청의 전국사업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커피전문점이 포함된 '비알코올 음료점업'의 수는 2010년 3만801개에서 2015년 5만9천656개로 5년 만에 2배 가까이 급증했다.

가까운 거리에 카페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카페에서 공부하는 이들도 늘어나 카공족이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카페 노트북 커피
촬영 최윤희


하지만 카공족을 바라보는 시선은 늘 곱지만은 않았다.

이 기사 이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다른 매체에서는 '카페 공부족이 진상? 몇시간까지 적당한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장시간 좌석을 점유하는 카공족을 논란거리로 다뤘다.

2017년엔 카공족에 대한 긍정적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카공족을 적극 공략해 성공한 커피전문점의 사례가 적지 않게 보도됐다. 매장에 오래 머무는 카공족을 대상으로 샌드위치나 디저트 등을 판매해 매출을 올렸다는 내용이다.

2018년부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거론된 카공족의 '진상' 사례를 전하는 기사가 폭증했다.

카공족을 차단하기 위해 콘센트를 막거나 아예 없애고, 와이파이를 차단하는 카페도 등장했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였다.

카공족 논란은 2023년이 절정이었다. 카공족에 대한 성토장이 열렸다.

멀티탭을 가져와 태블릿PC와 휴대전화를 충전하는 것은 기본이고, 노트북에 별도 모니터를 가져와 업무를 보는 이들도 생겼다고 언론은 전했다.

심지어 전동킥보드까지 충전하는 고객도 있었다고 한다. 한 카페 관계자는 '이러다가 전기차까지 충전하겠구나'라며 하소연했을 정도다.

2023년은 경기가 좋지 않은 해였다. 그해 경제성장률이 1.6%로, 전년도 2.6%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고금리, 고물가에 민간 소비가 위축되고 수출까지 부진했던 탓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카페 사장 입장에선 매출에 큰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전기와 자리를 축내는 카공족들이 미울 수밖에 없었다.

테이블당 회전율 계산법
한국외식산업연구원 2019년 리포트에서 발췌


실제 카공족이 경제적으로 손해를 끼친다는 계산도 나왔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2019년 커피전문점의 시간당 테이블 회전율을 구해 테이블당 머물러야 하는 시간을 계산한 적이 있다.

연구원은 당시 '2018 외식업 경영 실태 조사 보고서'의 수치를 이용, 테이블이 8개인 매장에서 고객이 4천134원짜리 커피를 마셨다는 가정해 계산한 결과 테이블에 머무는 시간이 1시간 42분으로 나왔다.

테이블당 머무는 시간이 1시간 42분 내외여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는 뜻이다.

카공족이 이보다 더 오래 앉아 있으면 테이블 회전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카페 사장 입장에선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2024 외식업체 경영실태 조사 보고서'의 수치로 테이블에 머무는 시간을 다시 계산해보니 1시간 31분으로 더 짧아졌다. 이는 점주 입장에서 최근 들어 카공족이 한층 더 '골칫덩이'가 됐음을 의미한다.

카공족을 업무방해죄로 처벌하긴 어려워
그렇다면 카공족을 어떻게 할 수 없을까. 쉽게 말해 이들을 업무방해로 처벌할 수 없을까?

온라인과 일부 언론에선 '좌석을 지나치게 오랜 시간 점유하는 것은 카페 운영을 크게 곤란하게 하는 행위이므로 영업방해로 처벌될 여지가 있다'는 대법원판결이 2009년에 나왔다고 하지만, 사실 그런 대법원판결은 없다.

이런 판례가 나오려면 우선 카공족과 카페 사장 간 갈등이 사건화돼야 한다. 즉, 실제로 카페 사장이 특정 카공족을 업무방해로 고소해야 하는데 업무방해죄의 요건을 보면 그런 일이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업무방해죄는 ▲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 위계 ▲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할 때 성립한다.

장시간 좌석을 점유하는 행위는 허위 사실의 유포나 상대방을 착오에 빠뜨리는 행위(위계)는 아니므로 위력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위력은 통상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으로서 폭력·협박이나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 등을 의미한다.

폐업한 카페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며 카페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17일 서울 서대문구 한 폐업 카페 난간에 먼지가 쌓여있다. 2025.2.17
[email protected]


일각에선 2009년에 나왔다는 대법원 판례가 "자유로운 행동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행위도 업무 방해에 포함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며 이를 카공족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이 대목 앞에는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족한 일정한 물적 상태를 만들어"라는 단서가 붙는다. 해당 인용문을 온전히 가져오면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족한 일정한 물적 상태를 만들어 사람으로 하여금 자유로운 행동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행위도 이(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포함될 수 있다"가 된다.

이때 '물적 상태'란 이 판결이 나오게 된 사건, 즉 피고인이 피해자들이 경작 중이던 농작물을 트랙터로 갈아엎고선 그 자리에 이랑을 만들고 새로운 농작물을 심은 행위를 가리킨다.

카공족과 같이 단순히 자리에 오래 앉아 있는 행위를 두고 이와 같은 '물적 상태'라고 보기는 어렵다.

점주 운영방침으로 매장 머무르는 시간 통제는 가능
결국 카페 사장의 자율 규제로 카공족을 통제할 수밖에 없다.

점주에게는 헌법상 보장되는 영업의 자유가 있어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매장은 사적 영업 공간이므로 사적 자치가 가능하다.

예컨대 '몇시간 이상 매장에 있을 경우 추가 주문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규정을 만들고 이를 사전에 고객에게 고지한다면, 이런 규정은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고객이 이를 인지하고 음료를 주문한 후 추가 주문 없이 기준 시간 넘게 앉아 있다면 점주는 고객에게 퇴장을 요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고객이 이런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형법상 퇴거불응죄에 따른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2023년 모 커피 프랜차이즈업체의 한 매장에서 '3시간 이상 이용 시 추가 주문 필요'라는 안내문을 붙인 사례가 있다.

'3시간 이상 이용 시 추가 주문 필요' 안내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발췌. 재판매 및 DB 금지]


아니면 '2시간 이용 후 자리 정리를 부탁한다'는 식으로 최대 체류 시간을 고지할 수도 있다.

단, 점주가 사적 자율에 기반한 이런 규정을 시행할 경우 고객과의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고객들에게 소위 '좌표가 찍혀' 불매운동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인데, 실제 이런 사례가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카공족에게 불편한 물리적 환경을 조성하는 간접적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콘센트 수를 줄이거나 와이파이에 시간제한을 걸 수 있다. 장시간 앉아 있기 불편한 의자를 배치하거나 노트북 작업에 적합하지 않은 낮은 테이블을 들여놓을 수 있다.

활기차거나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 학습에 우호적이지 않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어떤 방식이 됐든 점주에게 보장된 영업의 자유에 한계가 있다. 헌법에서는 비례의 원칙이 있다. 권리에 대한 모든 제한은 정당한 목적을 위해 필요하고 적절한 수단이어야 하며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점주의 자율 규정을 일종의 약관으로 본다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나 고객이 계약의 거래형태 등 관련된 모든 사정에 비춰 예상하기 어려운 조항은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으로 무효라고 규정한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선 상업시설의 이용과 관련해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실제 인권위는 2017년 13세 이하 어린이의 출입을 막은 제주도의 한 식당 주인에게 이런 '노키즈존' 운영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행위"라며 13세 이하 아동을 배제하지 말라고 권고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장시간 좌석을 점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카공족을 법적으로 제재할 수 없다.

다만 점주가 자율적으로 카페 운영 방침을 세워 이를 규제할 수 있고, 이런 방침에 따르지 않은 고객들만 퇴거불응죄나 업무방해죄를 물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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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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