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영국 남서부 서머셋의 필턴 마을 워디 팜에서 열린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넷째 날 웨스트 홀츠 무대에서 밥 빌런이 팔레스타인 국기를 배경으로 공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 글래스턴베리 록 페스티벌에서 한 가수가 "이스라엘군에 죽음을"이라고 외치는 장면이 공영방송 BBC를 통해 그대로 송출돼 논란이 됐다.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 출신 랩 듀오 밥 빌런은 전날 무대에 올라 "이스라엘군에 죽음을", "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의 선창에 수많은 관중이 따라 외쳤고, 곳곳에서는 팔레스타인 깃발도 보였다.
이 모습은 BBC의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인 아이플레이어(iPlayer)를 통해 생중계됐다.
영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은 "이들의 선동적이고 증오에 찬 발언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비판했다.
페스티벌 주최 측도 "그들의 구호는 선을 넘었다"며 "우리는 페스티벌 제작에 참여하는 모든 이에게 반유대주의, 혐오 발언, 폭력 선동이 글래스턴베리에서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을 즉시 상기시켰다"고 말했다.
웨스 스트리팅 영국 보건장관도 이날 스카이 뉴스에 이 공연이 "끔찍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이스라엘 대사관에도 말하고 싶다"며 "요르단강 서안 내 자국민과 정착민의 행동과 관련해 집안 단속부터 하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들이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자국민의 폭력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28일(현지시간) 영국 남서부 서머셋의 필턴 마을 워디 팜에서 열린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넷째 날 웨스트 홀츠 무대에서 밥 빌런이 팔레스타인 국기를 배경으로 공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 공연을 생중계한 BBC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전날 리시 낸디 문화장관은 팀 데이비 BBC 사장에게 전화해 경위 설명을 요구했다. 전 BBC 임원이자 진행자였던 로저 볼턴은 타임스 라디오에서 "밥 빌런의 공연 중계를 끊고 방송을 취소했어야 했다"고 말했고, 문화장관 출신 한 인사도 BBC가 앞으로는 글래스턴베리 공연 중계를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BBC 대변인은 텔레그래프에 "밥 빌런의 공연 중 일부 발언은 매우 공격적이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생중계 도중 돌발 상황에 대비해 "거칠고 차별적인 언어에 대한 경고 문구가 화면에 표시됐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