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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으로 칭하겠습니다" (1차 공판기일, 검찰 공소사실 발표)

검찰총장, 그리고 대통령까지 지낸 윤석열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들었던 말입니다.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되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법정에 선 '피고인' 윤 전 대통령의 재판을 따라가 봅니다.

■ 허겁지겁 구성된 계엄상황실…첫 반응 '믿을 수 없어'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8차 공판 증인은 두 명이었습니다.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 기획조정실장이던 이재식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차장과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이던 권영환 육군 대령입니다. 두 증인 모두 비상계엄 당시 계엄상황실에서 근무했습니다.

이재식 차장은 계엄상황실 구성이 처음부터 늦었다고 설명합니다. 밤 11시 가까운 시각에 군 관련자들은 전부 퇴근했고, 담당 인력의 절반 이상이 바뀌어 본인이 계엄상황실 근무자인지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비상계엄이 선포될 당시, 권영환 과장은 자고 있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후 전화를 받고 상황을 알았다고 진술했습니다.

권 과장은 비상계엄 소식을 듣고 내뱉은 첫 마디가 "믿을 수 없다"였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만큼 비상계엄이 발생할 상황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 "연습 때와 다른 포고령, 법적 검토 못 해"

이 차장은 계엄 관련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으며, 기초적인 법률 검토도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습니다.

특히, 평소 계엄 상황에 대비한 연습 때의 포고령과 실제 '12·3 비상계엄' 포고령은 달랐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차장은 "계엄 연습을 할 때 (포고령) 장수가 굉장히 많다"면서 "검토를 받으면서 문구를 더하고, 어떠한 오해도 사지 않기 위해 사항도 세부적으로 다 나눈다"면서 "사후적으로 봤을 때 (포고령 1호가) 너무 포괄적으로 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12·3 비상계엄' 포고령 1호는 약 630자 분량으로, A4 용지 한 장에 모두 들어갈 정도로 짧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재구성한 ‘포고령 1호’. 그래픽 : 권세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 건넨 포고령을 계엄 참모진이 검토한 적 있냐?'고 검찰이 묻자, 이 차장은 "다 같이 모여서 검토한 적이 없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포고령은) 대통령 재가를 받기 전, 반드시 법률 검토를 받아야 하는 절차가 있다는 점이다"고 설명했습니다.

계엄사령부 참모 중에 포고령은 검토한 사람이 없었으며, 포고령을 비롯해 비상계엄에 대해 법률 검토를 해줄 만한 참모도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 "특전사·수방사의 국회 투입, 절차 모두 생략"

이 차장은 국회에 투입된 군인들이 사전에 지켜야 할 절차도 모두 지키지 않았다고 진술했습니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부대는 사법권이 있는 군사 경찰(헌병)밖에 없고, 그렇지 않으면 임무수행군으로 별도 지정해야 합니다.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로 투입된 육군 특수전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는 임무수행군 지정 절차를 밟지 않았습니다.

검찰이 '특전사와 수방사는 계엄 임무수행군으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국회로 출동한 거 맞냐?'고 물었고, 이 차장은 "결과적으로 그렇다"면서 "당시 계엄 임무수행군 관련 절차는 다 생략됐다"고 답했습니다.

이 차장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과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사이에 '테이저건'과 '공포탄' 관련 논의도 계엄상황실에서 들었습니다.

이 차장은 "테이저건과 공포탄을 사용할 상황 자체가 '이미 적은 아니구나, 국민이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 대리인단은 전부터 강조한 '메시지 계엄'을 강조하는 듯한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윤갑근 변호사는 이 차장에게 '예방적 계엄이라는 단어를 들어봤느냐?', '예방적 계엄 선포는 어떤 상황인 것이냐?' 등을 물었지만, 이 차장은 "실무편람에 '예방적으로 계엄 선포할 수 없다'는 워딩이 있다"면서 "예방 차원에서 계엄이 선포돼선 안 된다"고 답했습니다.

■ 박안수 '일머리 없다' 질책…권영환 "할 이유 없어"

권영환 전 합참 계엄과장 (지난 2월 21일 국회 국조특위) 사진출처 : 연합뉴스

이재식 차장에 이어 증인으로 나온 권영환 과장은 오후 3시 50분부터 증언을 시작했습니다.

2024년 2월부터 계엄과장으로 근무한 권 과장은 박안수 전 총장 등 계엄 지휘부에 총 5가지를 조언했다고 밝혔습니다.

권영환 계엄과장의 조언 5가지

①계엄은 합법적이어야 한다. 절차와 단계도 합법이어야 한다
②계엄선포문과 계엄포고문이 있어야 한다. 이후 주요 지휘자 지정해야 한다.
③군사경찰 외 군부대가 계엄 임무를 하면 대통령 승인을 받아야 한다.
④기자들의 출입 요청은 계엄사령부 아닌 합참에서 확인해 취득하도록 해야 한다.
⑤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이 가결되면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

권 과장은 ⑤번을 제외한 나머지 사항들을 국회의 계엄 해제요구 결의안 가결 전 여러 차례 조언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당시 계엄사령관이던 박안수 전 총장은 조언을 듣기는커녕 '일이 되게끔 해야지, 넌 왜 이 상황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냐!', '일머리가 없다!'며 권 과장을 질책했습니다.

권 과장은 이런 질책을 "'계엄이 되게끔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권 과장은 "그런 질책이 있었지만, 제가 그걸 해야 할 이유가 없고, 할 것도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권 과장은 박 전 총장이 권 과장에게 경찰청장 전화번호를 알아 오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권 과장은 파악이 안 돼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제가 왜 경찰청장 전화번호를 알아 와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연습 시에도 계엄사가 경찰청장 번호 파악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권 과장은 증언 말미에 간단히 소회를 밝혔습니다.

권 과장은 "당시 계엄 상황이 계속된다면 제 신상과 가족, 부모님은 과거 역사상 계엄을 봤을 때 결국 순탄한 삶을 살지 못하겠다고 느꼈다"면서 "저는 너무나 슬픈 마음으로 거기 앉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 尹 "전쟁 때 계엄 못 해, 근무자 다 맞는 건 아냐"

이재식 차장 증언이 끝나고 발언하려던 윤 전 대통령은 지귀연 재판장에 의해 제지당했습니다. 증인신문이 모두 끝나고 발언하라는 차원이었습니다.

오후 6시가 넘어 권 차장이 법정을 나간 이후 윤 전 대통령은 발언권을 얻어 증언에 대해 반박했습니다. '실무자들 말이 모두 맞는 건 아니다'라면서 증언을 반박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실무자들이 현실을 모른다는 취지로 말하며, "6·25 사변이 발발하고 나서 상당기간 계엄을 선포하지 못했다"면서 "군이 계엄 사무에 투입될 정도의 여유가 없고 전쟁에 이겨야 하므로 막상 전쟁이 터지면 계엄을 못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헌법에 계엄은 '전시·사변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군사상 또는 공공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선포할 수 있다고 나와 있지만, 윤 전 대통령은 정작 전시에는 계엄 선포가 어렵다고 주장한 겁니다.

또한, 윤 전 대통령은 "군사 충돌이 벌어지면 합참의장은 계엄 사무를 담당할 정신이 없다"면서 "증인 두 분이 합참의장이 계엄사령관이 되고, 전시를 기준으로 해서 (계엄을) 준비한다고 했는데 이건 취지로 봤을 때 맞지 않는 이야기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더군다나 12·3 비상계엄은 국민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가능한 최소 인력의 실무장을 하지 않은 군인을 투입하는 상황이었다"면서 "계엄과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 맞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습니다.

■ '빠른 진행' 당부한 특검 vs '헌법 판단' 받겠다는 변호인단

8차 공판 초반, 특검과 윤 전 대통령 측 발언. 그래픽 : 조은수

윤 전 대통령의 8차 공판부터는 기존 검찰이 아닌 '내란·외환 특검팀'이 공소유지를 하게 됐습니다.

재판 시작과 동시에 박억수 특검보는 "특검법에 의해 사건을 인수해 향후 특검에서 공소 유지한다"면서 "실체적 진실을 낱낱이 규명할 예정이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박 특검보는 재판부에 "공소제기 후 5개월이 지나 주요 피고인들의 석방이 임박하는 등 법 집행 지연에 대한 우려가 많다"면서 "더욱 신속하게 재판 진행해줄 것을 정중히 요청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연관기사] 특검, 윤석열 내란 재판 첫 참여…김용현 구속 심사는 연기 (2025.06.23 'KBS 뉴스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85610

반면,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법 자체가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헌법재판소를 통해 구제를 받겠다고 맞섰습니다.

위현석 변호사는 "기존에 기소된 사건까지 특검이 이첩받아 공소 유지까지 할 수 있게 한 건 공정하게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면서 "'과잉금지 원칙'에 반해 법률로써 위헌이고, 헌법재판소에 법률적 구제를 제기할 예정이다"고 밝혔습니다.

특검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이나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는 방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배보윤 변호사는 "그대로 진행하는 건 적절하지 않고, 재판부가 (재판 진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압박했지만, 지귀연 재판장은 "의견서를 제출해주시면 재판부가 말하겠다"면서 재판을 그대로 진행했습니다.

어제(28일) 내란특검팀이 '특수공무집행방해'와 '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 교사' 혐의로 윤 전 대통령을 대면조사한 가운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9차 공판은 다음 달 3일에 열립니다.

9차 공판에선 권 과장에 대한 증인 신문을 이어가고, 국군정보사령부 고동희 전 계획처장이 증인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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