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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 쇼핑몰에서 '7세 고시' 기출문제집을 판매 중이다. /인터넷 캡처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 쇼핑몰에 ‘7세 고시 라이팅 기출, 모범 답안, 대치동 반포동 탑 영어학원 대비’라는 판매 글이 올라왔다. 유명 영어학원의 이른바 ‘레테(레벨 테스트·입학 시험)' 기출 문제집을 판다는 것이다. 같은 글은 어린 자녀를 둔 여성들이 주로 가입하는 맘카페에도 등장했다. 이 글은 ‘인기 게시물’로 선정됐고, 구매 방법을 문의하는 댓글이 120여 개 달렸다.

조선비즈 기자가 지난 27일 해당 쇼핑몰에서 ‘구매하기’ 버튼을 누르고 7만원을 카드 결제했더니 PDF 파일로 만들어진 기출 문제집을 이메일로 받을 수 있었다. 이메일에는 ‘구매자 본인에 한해 사용 가능하며, 무단 복제 및 공유는 금지된다’고 써 있었다.

학원 측 “실제로 출제된 문제…동의 없이 문제집 만들어 팔아“
기출 문제집에 담긴 내용에 대해 해당 학원들에 물어봤더니 “실제로 출제됐던 문제”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런데 기출 문제집은 학원의 동의 없이 만들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A 학원 관계자는 “절대로 시험지를 외부에 제공한 적이 없다”며 “(응시생들이) 시험지를 갖고 나가지 못하는데 어떻게 유출됐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B 학원 관계자도 “누군가 문항을 외부에 유출한다는 소문이 돌았다”면서 “(그래서 입학 시험을 마치면) 응시자 수에 맞게 시험지가 제대로 회수됐는지 세어 본다”고 했다. 또 C 학원 관계자는 “판매자가 우리 학원 출제 방식과 유사하게 문항을 구성한 뒤 학원 이름을 붙여 판매하는 것 같다”고 했다.

기출 문제집을 학원 동의 없이 만들거나 팔면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박애란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은 “시험 문제도 저작물로 보호되기 때문에 허락 없이 판매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용해 와이에이치앤코(yh&co) 변호사도 “원문 그대로든, 일부 변형이든 허락 없이 팔면 위법 소지가 있다”고 했다.

1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학부모 “7세 고시 불합격 걱정에 ‘레테’ 기출 문제집 산다”
유명 영어학원의 ‘레테(입학 시험)’는 영어권에서 교육받은 경험이 없는 한국 어린이가 합격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어렵다. 그래서 ‘7세 고시’라는 말까지 나온다.

유명 영어학원 입학 시험은 보통 1차 독해·쓰기 평가와 2차 영어 인터뷰로 구성된다. 객관식인 독해 점수가 높더라도 서술형인 쓰기 점수가 낮으면 불합격할 수 있다.

D 학원 관계자는 “레벨 테스트를 한 번에 500명 정도 응시하고 20~30명만 합격한다”고 했다. 한 학원이 연간 4차례 레벨 테스트를 실시한다. 10여 개 학원 응시자를 모두 더하면 연간 수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녀를 유명 영어학원에 입학시키려는 부모들을 상대로 기출 문제집 판매가 이뤄지는 것이다. 그동안 학부모들은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일부 기출문제를 공유하거나 해외 유명 교재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레테’ 준비를 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살고 있는 김모(38)씨는 “기출 문제집은 실제 문제와 똑같은 ‘족보’ 아니냐”며 “레테 준비가 수월해지고 불안감도 줄어들었다”고 했다.

한 맘카페에 올라온 ‘7세 고시' 기출문제집 판매 게시글과 반응. /인터넷 캡처

가정법 문장으로 된 질문에 영작 답변… 전문가 “무리하고 바람직하지 않아”
기출 문제집은 A4 용지 19매 분량으로, 최근 3년간 대치·반포 일대 10여 개 유명 초등 영어학원이 제출한 레벨 테스트 쓰기 문제를 학원별로 정리해 놓았다. 일부 학원 문제에는 모범 답안도 달려 있었다.

영문으로 작성된 질문에 영문으로 답변하는 쓰기 문제에는 난이도 상, 중, 하 분류와 함께 출제 의도가 기재돼 있었다. 예컨대 ‘If you were to become an animal, what kind of animal would you like to be, and what would you want to do?’라는 질문에 ‘난이도 상급’ ‘창의성 및 상상 글쓰기’라는 설명이 달려 있었다. ‘만약 동물이 된다면, 어떤 동물이 되고 싶고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라는 해석은 붙어 있지 않았다.

영어 교사 자격이 있는 30대 남성은 “질문 자체가 가정법 문장인데 7세 어린이가 정확하게 이해하기 힘든 구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답변을 하려면 결론과 근거를 논리적인 영어로 제시해야 하는데 이런 수준을 7세 어린이에게 요구한다는 것은 무리이며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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