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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동의
美세계 전략 변화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주한미군을 고정군→ 순환 배치군 ‘전환’
재배치 1순위는 스트라이커여단 전투단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서 열린 주한미군 순환배치 여단 임무교대식에서 미 4사단 1스트라이커여단(레이더 여단) 장병이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3만 명 가량의 주한미군의 주둔 목적은 한반도 방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1월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했다. 중국 견제를 위해 주한미군이 한국 방어 외의 군사작전(대만 침약에 따른 남중국해 전쟁 등)에 투입될 수 있도록 작전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주한미군의 역할 다변화와 전장을 확대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 정부가 합의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한반도에서의 주한미군의 역할을 약화시키고 북한의 오판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 19년간은 주한미군의 철수나 감축의 움직임은 전혀 없었다.

주한미군의 철수 또는 감축 문제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트럼프 2기 시대 주한미군 감축이나 역할 재조정 문제는 단순한 관측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이비어 브론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최근 하와이에서 열린 미국 육군협회 태평양지상군 심포지엄에서 “한국은 중국과 가장 가까이 있는 동맹국이자, 일본과 중국 사이에 떠 있는 섬 또는 고정된 항공모함 같다”고 했다. 대북 억제에 특화된 주한미군 역할을 중국 견제로 확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현직 주한미군 사령관의 발언인 만큼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논의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2기 대외정책의 기조는 현실주의, 팽창주의, 민족주의가 혼합된 형태다. 최종 목표는 미국의 국익 극대화다. 이 때문에 현재 미 외교안보 라인의 대외정책을 주도하는 핵심 세력들을 ‘전략적 우선순위 조정자’라고 부른다. 미국의 외교·안보 자원을 제한된 이슈에 전략적으로 집중하고 글로벌 개입의 범위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대표적 인물로는 실세로 꼽히는 엘브리지 콜비 국방차관을 비롯해 J.D. 밴스 부통령,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든든한 조력자로 나서고 있다.

하경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들은 군사력 사용의 전략적 제한, 해외 원조 삭감, 동맹국의 방위비분담금 증액, 무역 불균형 해소를 외교 정책의 핵심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견제를 대외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삼으면서 러시아, 중동, 북한 등 다른 이슈들은 2차적 관리 대상으로 취급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 아파치 헬기 여러 대가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대선이 끝나 새 정부가 들어섬에 따라 주한미군의 성격과 역할 조정을 위한 양국 간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미 국방부는 ‘주한미군 1개 여단급 병력을 괌 등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이전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는 언론 보도를 공식 부인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향후 주한 미군의 역할에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시각이다.

사실 주한미군 철수 문제는 미군이 1945년 광복 이후 한국에 처음 주둔하기 시작한 이래 미국의 대통령이 교체될 때면 논란이 됐던 이슈다. 미군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한반도의 일본군 무장해제를 위해 처음 들어왔다. 1945년 8월부터 1948년 대한민국 건국 때까지 약 8만명 가까운 병력이 주둔했다.1949년 철수했다.

그러나 이듬해 6·25전쟁이 발발하자 미군은 유엔군으로 다시 들어왔다. 1951년 전쟁 당시 30만 명이 넘는 미군이 들어왔고 휴전 후 1954년 5개 사단, 1956년 1개 사단 등 대규모 철군으로 약 7만 명 정도 병력을 유지했다. 그러다 1970년대 후반부터 단계적으로 철수해 현재 주한미군은 약 2만 8500명 수준이다.

주한미군 철수를 놓고 한미 정부가 큰 이견을 보인 것은 닉슨 대통령 때가 시작이다. 닉슨은 미 대선 2년 전 1967년 10월 포린 어페어지에 ‘베트남 이후 아시아’란 논문을 게재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 실제 주한미군 철수를 본격화해 1971년 3월 미 7사단 2만여 명이 철수했다. 공교롭게도 닉슨이 재선에 실패해 추가 철수는 진행되지 않았다.

잠잠했던 주한미군 이슈는 카터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재부상했다. 카터는 1976년 주한미군 철수를 선거공약으로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독재로 갈등을 빚은 카터 행정부는 일부 병력을 실제 철수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와 미 국방부의 반발로 감축안은 백지화됐다.

레이건 대통령을 거쳐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냉전이 무너지고 미국은 초강대국으로 군림했다. 1989년 동아시아 미군 주둔에 대한 전략계획을 담은 국방수권법상 넌 워너 수정안을 통해 4만 3000여 명 수준의 주한미군을 1991년까지 3만 6000명으로 줄이는 감축안이 실행됐고 1992년 2사단 일부 병력이 또다시 철수한 이후 현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경기 연천군 임진강 일대 석은소 훈련장에서 열린 한미 연합 제병협동 도하훈련에서 K1E1전차가 180m 길이의 연합부교를 건너고 있다. 뉴스1


분명한 건 한국 정부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전략적 유연성’이란 개념을 도입해 주한 미군의 임무 수행 방식과 병력 규모에 변화에 동의했다는 점이다. 당시 부시 행정부가 2001년 9·11 테러 이후 불량 국가·테러 위협 대응 전략을 짜면서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GPR) 계획을 발표했다. 주한미군 병력 감축안도 포함됐다.

이에 2003~2006년 주한미군 2사단 예하 부대가 이라크에 파병되고 일부 병력이 감축되고, 용산 기지의 평택 이전도 추진됐다. 주한미군을 ‘고정군’이 아니라 ‘기동군’ 또는 ‘순환 배치군’으로 조정하려 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부상으로 미국의 대외 전략이 바뀌면서 한층 더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이 경제·산업뿐 아니라 육·해·공 전반에서 군사력을 키워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상황이 되자 미국이 대외 전략을 대중 강경책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이 주한미군 일부를 괌으로 이동 배치한다면 중국을 더욱 효과적으로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했다.

주한미군 재배치가 실행되면 그 대상은 주한미군 지상군 전력의 주축인 스트라이커(Stryker) 여단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스트라이커 여단은 병력이 4500명 안팎으로 주한미군 내 다른 부대와 달리 9개월마다 본토에서 파견됐다 복귀하는 반(半)주둔 순환 배치 부대다. 이런 특수성 때문에 상대적으로 철수 또는 타 지역으로의 재배치(이전)이 용이하다.

스트라이커 여단전투단(SBCT)은 전 세계 분쟁 지역에 96시간 안에 신속하게 투입하려고 만든 부대다. 미 육군에는 스트라이커 여단이 9곳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1전차와 같은 중기갑 무기가 없는 대신 기동성이 높은 스트라이커 차륜형 장갑차 300여대를 보유하고 있다.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문제는 방위분담금 재협상과 본격적으로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또 분담금 협상을 재개하면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미군 철수 또는 감축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주한미군의 역할은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활동 견제, 대만 유사시 미국의 즉각 대응력 유지, 동북아 전반의 군사 균형 확보 등 광역 전략기지로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주한미군은 절대 철수하지는 않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단순 감축이 아닌 병력의 전략적 재배치를 실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감안해서 미국과의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문제를 사전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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