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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2인자'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구속이 연장됐습니다. 만기 석방을 하루 앞둔 25일 밤 법원이 새로운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조건부 보석 결정을 거부하고 자유롭게 나가겠다는 김 전 장관의 승부수는, 결국 패착으로 끝났습니다.

바로 다음 날 김 전 장관의 내란 사건 재판 10번째 공판이 열렸습니다. 최장 6개월 더 감옥에 갇히게 된 그는 어떤 표정이었을까요.



■ 지지자들에게 흐뭇한 미소‥일어서서 '꾸벅'


지난 2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나온 김 전 장관은 우선 방청석을 둘러봤습니다. 자신의 지지자들이 앉아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돌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방청석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했습니다.

특검 측 증인신문이 이어지는 동안 방청석에서는 헛웃음이 여러 번 들렸습니다. 재판부가 정숙할 것을 명했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오전 재판을 마칠 때에는 "장관님 석방하라!" "비상계엄은 정당하다!"라는 구호까지 터져 나왔습니다.

낮 2시, 오후 재판이 시작되기 전 특검팀은 "일부 방청객이 증인에게 직접적인 위해가 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고 했습니다. "당신이 뭘 아는데 그런 식으로 증언하느냐"는, 위협적인 발언까지 오갔다며 재판부에 질서 유지를 촉구했습니다.

그러자 김 전 장관 측 이하상 변호사, 유승수 변호사는 크게 반발했습니다. 자연스러운 감정과 반응을 드러내는 게 잘못이냐는 겁니다. "지금 방청석에 있는 분들은 검사들보다 더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와 헌법을 사랑하는 시민이다. 검사들보다 더 낫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했습니다.




■ 구속 연장되자 엉뚱한 재판부에 분풀이


이날 김용현 전 장관의 지지자와 변호인은 화가 난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김용현 전 장관을 구속한 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입니다. 김 전 장관의 내란 재판을 맡은 형사합의25부와는 다릅니다. 특검이 김 전 장관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한 사건이 다른 재판부에 배당됐기 때문입니다. 심문 절차도, 최종 영장 발부 결정도 모두 형사34부에서 맡았습니다.

김 전 장관 변호인들은 돌연 내란 사건 재판부에 구속 결정을 두고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형사34부와 불법적으로 연락하며 재판 기록을 유출한 것 아니냐, 두 재판부가 내용을 공유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습니다. "법원의 특별한 공모가 있지 않고서는 이런 일이 있을 수 없다"는 겁니다. 특검의 추가 기소가 불법이라고 주장하더니,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영장이 발부되자 법원을 공격하는 모양새입니다.

형사25부 지귀연 재판장은 "그런 게 가능하겠냐, 말도 안 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만약 재판부끼리 연락을 했다면 보석 결정을 취소했겠지 않느냐"며 "법대로 하는 것이고, 특별히 의심할 부분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 "특검보는 입이 없느냐" 막말 이어간 변호사들


특검팀도 김 전 장관 변호인들의 공격을 피해 갈 수 없었습니다.

지난 월요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김용현 국방장관의 첫 구속 심문이 시작되기 전 서울중앙지법 408호 법정. 이하상 변호사가 검사석에 앉은 김형수 특별검사보와 최재순 부장검사 등 파견 검사들을 향해 살짝 허리를 굽혔습니다. 웃으며 말을 건넸습니다.

"검사님들인가요? 처음 뵙는 것 같아요."

처음 보는 얼굴만 있는 건 아니었을 겁니다. 심문에 나온 파견 검사 가운데 2명은 공판검사로 김 전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 재판에도 출석해왔거든요. 오전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재판 내내 서로 마주하고 앉아 있어 얼굴이 익을 법도 한데, 이 변호사의 기억이 잠시 흐려졌던 걸까요?

그 뒤 한 차례 미뤄 진행된 25일 구속 심문과 26일 내란 재판에서 이 변호사가 왜 그랬는지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김 전 장관 측은 특검팀 인원들의 자격까지 문제 삼고 있습니다. 특검의 기소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하기 위해서입니다.

25일 심문에 나온 김 전 장관 변호인들은 파견 부장검사의 발언에 끼어들어 "특검보는 입이 없나, 왜 가만히 있냐"라고 억지를 부렸습니다. 내란 재판에서는 재판 시작 전 특검 측 출석 인원을 체크할 때, 재판부에 "누가 누군지 아냐, 자격 증명 서류가 제출되었느냐"며 재차 확인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 피고인 구속기간 6개월이 너무 짧다는 법원


피고인의 운명을 쥐고 있는 재판부에 김용현 전 장관 변호인들이 시비를 거는 이유는 뭘까요. 3시간 뒤면 구속기간을 채워 풀려날 수 있었는데, 반년 더 감옥에 있으라고 하니 부당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형사소송법은 1심의 구속 기간을 최장 6개월로 정해두었습니다. 그래서 검찰은 '살라미'식, 쪼개기 기소를 활용해 구속 기간을 늘립니다. 추가 기소 한 건마다 최장 6개월씩 더 구속할 수 있으니까요. 서울의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검찰이 그동안 추가 기소를 안 한 것은, 이전의 모습과 다르다"고 했습니다. "평소 하던 기법을 김용현 피고인의 사건에만 적용하지 않는다는 게 이상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쪼개기 기소는 형사소송법이 정한 구속기간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형사소송법이 구속기간을 6개월로 정했다면, 판사가 이 기간 안에 재판을 끝내고 형을 선고해, 판결을 근거로 구속하는 게 맞다는 겁니다. 그런데 법원은 형사소송법이 정한 6개월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쟁점이 복잡해 증인이 많은 재판은 6개월 안에 끝내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일선 판사들 사이에도 고민이 많은 문제입니다.

내란 사건에서 검찰은 재판에 필요한 증인이 500명을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죠. 하루에 두 명씩 부르고, 주 2회 재판을 한다고 해도 2년이 훌쩍 넘어갈 겁니다.




■ 법원의 역할은?


재판 속도를 조금 더 빨리 할 수는 없을까요? 판사들은 어렵다고 합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문에 정리된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기록을 읽지만 시작하지만, 이와 달리 제1심은 기록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린다"고요. 어떤 증인이 필요하고 어떤 증인은 그렇지 않은지, 지금 신문 내용은 적절한지 판단하는데도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한 부장판사는 "재판 속도는 검사의 역할도 중요하다. 기록을 제대로 안 봐 불필요한 질문을 하고, 변호인들에게 휘둘리면 재판이 늘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재판이 길어지니 구속 기간을 늘려야 할까요? 문제는, 김용현 전 장관 등 12·3 비상계엄 사태 피고인들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란 겁니다. 일반 시민은 구속 시 모든 생계활동이 불가능해지고, 사회에서의 인적 교류도 완전히 끊어집니다. 구속 재판을 받다 무죄 선고를 받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그래서 구속 여부를 판단할 때 반드시 법원의 심사가 있게끔 하는 겁니다.

어렵더라도 재판 속도를 내는 게 맞아 보입니다. 소송지휘는 재판장이 합니다. 증인 채택도 법원의 재량입니다. 형사소송법에는 소송관계인의 진술 또는 신문이 중복된 사항이거나 관계없는 사항인 때에는 본질적 권리를 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재판장이 제한할 수 있다고도 돼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당시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기소 두 달 뒤부터는 주 4회 재판을 열었습니다. 김형수 내란 특검보는 26일 재판에 나와 "관련 피고인들의 구속기간 만료에 따른 증거 인멸 행위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향후 신속 재판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지켜봐야겠습니다.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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