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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해방물결xLCA, 소싸움 실태조사 보고서]
131경기 중 소의 싸움 회피 41.2%에 이르러
52.3%에선 출혈 발생···즉각적인 치료 없어
아동 출입 허용돼 동물학대 장면 관람 문제도
소싸움 경기 도중 싸움소가 피를 흘리고 있지만 치료를 받지 못한 채 경기에 동원됐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경북 청도군 청도 상설 소싸움 경기장
. 조교사가
싸움장에 들어서지 않으려는 소
의 코에 끼운 살코(코뚜레에 연결된 줄로 싸움소를 통제하거나 싸움을 유도하는 도구)를 강하게 당겨 끌고 나온다. 소들이
맞서기를 거부
하자 이내 살코를 당겨
머리끼리 부딪히도록 유도
한다.

살코가 연결된 부위는 물론 뿔과
이마에 출혈이 발생해도 승부가 나기 전까지 대회는 계속
됐다. 조교사의 채찍과 고함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소들은 침을 과도하게 흘리거나 입을 벌린 채 거친 호흡을 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동물권 단체
동물해방물결
과 국제동물권단체
'동물을 위한 마지막 희망(LCA)'
은 25일 '
2025 국내 소싸움경기 실태조사 보고서'
를 발표했다. 조사는 청도군 내 싸움소 사육농가 3곳과 청도 상설 경기장, 민속 소싸움대회가 열린 전국 4개 지역(경남 의령군·창원시·창녕군, 대구시)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기간은 2025년 2월부터 6월까지 약 4개월간이다.

단체가
소싸움 131경기
를 모니터링한 결과, 소가
싸움을 회피하거나 충돌을 거부한 횟수는 54경기(41.2%)
에 달했다. 진행된 77경기 중에서는 48경기(52.3%)에서 소의 출혈이 발생했다.

소싸움 전 과정에서 목격된 동물학대

조교사가 소싸움 경기 도중 경기장으로 나오지 않으려는 소의 살코를 끌어 당기고 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보고서는 소들이
훈련·계류·이송·경기 전 과정에서 반복적인 고통을 겪는 등 동물학대가 제도화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전 좁은 계류장 내 금속 기둥에 묶인 채 24시간 넘게 대기하며 움직임이 제한된 소들은 스트레스로 인한 이상 행동을 보였다.

경기 도중에는 이마와 뿔 사이의 출혈뿐 아니라, 피부 찢김, 뿔 손상 등 다양한 외상이 발생했지만
즉각적인 치료도 없이 판정이 나올 때까지 싸움
이 이어졌다. 경기 이후 상처나 출혈 부위에 동물용 상처 보호제인 '상처 보호용 분무액'을 뿌리거나 소염진통제를 투여했지만
시 경기에 투입하려는 대증처치
에 불과하다는 게 단체 측의 설명이다. 민속대회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운영돼 승리한 싸움소는 제대로 된 치료 없이 하루에 수차례 연속 출전하게 된다는 것. 단체는 이는 명백한 동물학대에 해당한다고 봤다.

조교사에 저항하고 있는 싸움소의 모습. 동물해방물결 제공


청도군 한 농가에서는 훈련 과정에서 경기력 향상을 위해
타이어 끌기 등 비자연적 활동과 채찍질
이 가해지고 있었다. 이 역시
동물보호법 위반
으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주로
1톤 트럭에 실려 경기장으로 이동하는 방식
도 소에게 큰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는 게 단체 측의 주장이다. 동물보호법에는 동물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차량 측면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동물이 서 있는 상태에서 머리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할 것을 명시하고 있지만 이러한 규정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채찍질을 당하며 폐타이어를 끄는 훈련을 하고 있는 싸움소. 동물해방물결 제공


은퇴 이후의 삶도 보장받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생후 50개월 전후에 경기에 투입되며, 약 10~15세 무렵에 은퇴하는데 경기 성적이 좋았던 싸움소는 소 주인의 농장에서 여생을 보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도살된다
. 단체 측은 "일각에서는 싸움소가 식용으로 착취되는 소보다 '더 오래 산다'며 소싸움을 정당화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동물 착취의 본질적 구조를 은폐하는 선택적 논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아동의 자유로운 출입 허용, 공공예산 투입 문제

청도 상설 소싸움 경기장에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아이들. 동물해방물결 제공


소의 코에 끼운 살코(코뚜레에연결된 줄로 싸움소를 통제하거나 싸움을 유도하는 도구)로 인해 코에 피가 나고 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보고서는 특히
청도 상설 소싸움 경기장과 민속 대회에서 아동의 자유로운 출입이 허용되는 점
도 문제로 지적했다. 실제 유아부터 청소년까지 관람하는 모습을 다수 확인했다.
전가일 연세대 교육연구소 연구교수
는 "강제로 동물 간에 충돌을 유발하는 폭력적인 상황을 가까이에서 목격하는 경험은 유아 및 청소년에게 인지적 혼란을 유발하거나 타자의 고통에 무감각해지는 정서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도덕적 판단력과 공감 능력의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

더불어 청도 상설 소싸움 경기 운영을 위해
공공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는 점도 논란
이다. 경기 운영을 전담하는 청도공영사업공사의 보조금은 2020년 57억 원에서
지난해 96억 7,000만 원
까지 증가했다. 반면
우권(소싸움 경기의 승패를 예측해 베팅하는 티켓) 매출
의 약 70%는 베팅
당첨자 환급금
으로 쓰여 실질 수익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경기장을 지은
민간업체에 매년 17억 원을 지급
하고 있어 지방 재정에 큰 부담을 준다는 게 단체 측의 비판이다.

경기 직후 현금이 오가고 있는 장면. 동물해방물결은 불법 도박을 의심하고 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싸움소들이 피가 나도 경기는 계속됐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또 청도 상설경기장을 비롯해 민속 소싸움대회 4개 지역에서 경기 종료 직후
개인 간 현금이 오가는 장면이 포착되는 등 불법 도박 의심 정황
도 확인됐다.

한편 단체는 여론조사 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영남권 주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
싸움이 아동·청소년의 가치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62.1%가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또 70.2%는 베팅 시스템 등 사행성 운영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장희지 동물해방물결 캠페이너
는 "이번 조사를 통해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동물학대, 불법 도박, 세금 낭비, 교육적 해악 등 소싸움의 심각한 사회적 폐해가 드러났다"며 "국가와 지자체는 이러한 구조적 폭력을 더 이상 방조하지 말고, 법적 특례 조항의 폐지와 싸움소 보호, 공공예산 전환 등 을 단호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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