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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V·DTI 등 규제 피해 아파트값의 80∼90%까지 '꼼수' 대출
기업운전자금 용도지만 소유권 이전 3개월 뒤 사실상 잔금용으로 활용
정부 합동단속도 피하는 '사각지대'…"영끌 매수·투기 부추겨" 지적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아파트를 매수하려던 A씨는 보유 자금이 부족해 애를 태웠다.

반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전세를 낀 매입이 불가능해진 데다 최근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자금조달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낙심하던 A씨는 중개업소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는 전단을 보고 고민을 해결했다.

해법은 소유권 이전 등기 3개월 뒤에 받는 '개인사업자 대출'이었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한 가운데 강남 등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구입을 위한 편법 대출이 횡행하고 있다.

대출 상담사들과 일부 금융기관의 허술한 제도 운용으로 주택 대출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반포, 용산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가짜 사업자등록증으로 LTV 80∼90%까지 대출"
현재 일반 근로소득자나 웬만한 자영업자는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규제지역 내에서 집을 살 때 집값의 50% 이상 대출받기가 쉽지 않다.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나 저가 주택 매수자를 제외하고는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무주택자는 50%, 유주택자는 30%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개인 소득에 따라 대출액 달라지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까지 적용받으면 대출 가능액은 더 줄어들 수 있다.

이 때문에 대출기관을 알선해주는 대출 상담사들은 매수 자금이 부족한 수요자들을 대상으로 돈을 더 빌릴 수 있다며 편법 대출을 알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대출 상담사들은 중개업소나 아파트 단지 내 전단을 돌리며 "LTV의 80%까지 받을 수 있다"고 영업을 한다.

시세 50억원 아파트를 매수하는 경우 1금융권에서 LTV 50%인 25억원까지 대출을 받는다면, 나머지 15억원은 농협·수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의 사업자 대출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한 대출 상담사는 "사업자 대출은 DTI나 DSR처럼 소득을 중요하게 보지 않고 사업자의 신용이나 담보물의 시세를 보고 대출을 해주기 때문에 소득이 적어도 평균 LTV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다만 개인 사업자가 아니면 사업자 대출을 이용할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일부 대출 상담사들은 직접 허위 사업자등록증을 만들어주고, 실제 사업상 쓴 것처럼 보이는 가짜 거래 영수증도 제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이 대출을 이용해 주택을 매수했다는 B씨는 "대출 상담사가 내 집 주소로 '통신판매업'이라고 기재된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고, 수억원 상당의 헬스 기구 구입 영수증을 만들어줬다"며 "금융기관이나 금융당국 등에서 조사가 나올 경우 증빙서류로 제출하면 된다고 했고, 실제로 그렇게 하니 무사통과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사업자 대출의 용도는 '기업 운전자금'이어서 원칙적으로 주택 매수 잔금으로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조사를 피하기 위한 편법이 동원된다.

대출 상담사들은 잔금 납부와 소유권 이전을 끝내고 최소 3개월 뒤에 사업자 대출을 받도록 한다. 그에 앞서 잔금을 치르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대부업체를 연결해준다.

대부업체의 단기 이자는 연 12∼15%에 달해 현재 4.7∼5% 선인 사업자대출 이자보다 훨씬 높다. 그러나 최근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집값 상승분이 이자 납부액을 상쇄해준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서울 서초구의 한 중개사무소 대표는 "15억원 대출에 연 12%의 이자로 대부업체의 돈을 3개월만 빌리면 이자가 5천만원 미만"이라며 "집값 상승기에 고가 아파트는 한 달 만에 매매가가 4억∼5억원씩 오르는데 높은 이자를 부담하고도 남는 장사"라고 설명했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공인중개사도 "소득이 높은 매수자가 사업자 대출을 받으면 초고가 아파트의 경우 40억∼50억원에 달하는 고액 대출이 가능하다"며 "최근 자고 나면 아파트값이 뛰는 상황이라 당장 목돈이 부족한 사람들은 이런 유혹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규제지역이 아닌 곳에서는 LTV 합산 85∼90%까지 사업자 대출이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3단계 DSR 시행이 코앞에 닥치면서 다급한 매수자들이 대출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 중개업소들
[연합뉴스TV 제공]


"규제도 단속도 피한 사각지대"…영끌 매수 피해 우려
전문가들은 이러한 편법 대출이 규제망을 피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는 것)' 매수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영끌 매수는 가격에 거품을 만드는 것은 물론, 집값이 떨어지면 매수자의 부담과 부실 대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는 집값이 오를 때마다 관계 기관 합동으로 불법·이상 거래에 대한 단속을 벌인다.

지난달엔 지난 3·19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의 후속 조치로 서울 강남 3구와 마포·용산·성동구 일대 1∼2월 서울지역 주택 이상 거래에 대한 합동 단속을 벌여 108건의 위법 의심 행위를 적발했다.

이중 총 15건이 대출 규정 위반과 대출용도 외 유용 의심 사례다.

적발 사례를 보면 서초구 소재 아파트를 43억5천만원에 매수한 C씨는 금융기관으로부터 기업 운전자금 목적으로 14억원의 사업자 대출을 받고, 이 돈을 아파트 구입 잔금으로 사용한 것이 들통나 '목적 외 대출금 유용' 혐의로 금융위원회에 통보됐다.

그러나 정부의 단속은 잔금 등 거래 대금이 자금조달계획서에 제출한 대로 마련됐는지, 대출금이 목적대로 이용됐는지 등만 보기 때문에 소유권 이전 등기 후 3개월 뒤에 벌어지는 대출은 조사 대상이 아니다.

대출금이 목적에 맞게 사용했는지 조사할 책임이 있는 은행들도 제대로 된 현장 점검이나 증빙 서류의 진위도 확인하지 않는 등 형식적인 절차를 밟는 데 그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대출받기가 점점 힘들어지면서 규제를 피하려는 편법과 꼼수는 더욱 치밀해지고 있는데 대출 이자로 수익을 내야 하는 금융기관의 단속은 허술하게 이뤄지며 제도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치솟는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해 다음 달께 공급 확대와 규제지역 확대 등을 포함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추가적인 대출 규제 강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개인 사업자나 영세 기업인을 위한 본연의 대출은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그 자금이 주택 구입 등 본래 대출 목적 외 다른 용도로 쓰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대출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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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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