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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무 중 상처로 PTSD 앓았지만
지원 못 받고 마약에 의존해 버텨
출소 후 가족과 '새 삶' 얻었지만
트럼프 집권 후 "추방" 결정
지난달 12일 미국 버지니아주 덜레스 국제공항에 비행기가 착륙하고 있다. 덜레스=AFP 연합뉴스


미군에서 복무 중 총상을 입었던 한인 남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이민자 추방 정책 때문에 미국을 떠나는 일이 벌어졌다.

미국 공영 NPR방송은 24일(현지시간) 얼마 전 자진 출국 형식으로 미국에서 추방당한 한국인 영주권자 박세준(55)씨의 소식을 보도했다. 박씨는 7세 때 어머니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한인 1.5세로, 50년 가까이 미국 생활을 이어오며 미국을 '고향'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박씨는 지난 23일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박씨의 15년 전 마약 소지 및 법정 출석 불응 혐의를 이유로 박씨의 강제 추방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미군 입대 후 전쟁터에서 총상... '퍼플 하트' 훈장도 받아



박씨가 마약을 손에 댄 이유는 미군 복무 과정에서 입은 상처 때문이었다. 국군 장교인 삼촌을 동경했던 박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20세에 미군에 입대했다. 기초군사훈련을 마친 박씨는 파나마에 배치됐는데, 1989년 미국이 파나마의 마누엘 노리에가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침공을 결정하며 박씨도 전투에 휩쓸렸다.

전투 중 복부에 총상을 입은 박씨는 미국 본토로 이송됐고, 치료 후 명예제대했다. 복무 도중 적의 공격으로 부상을 입은 군인에게 주어지는 상이군인(퍼플 하트) 훈장도 받았다. 그러나 미국 국적을 취득하지는 못했다. 미국은 평시 12개월 이상을 자국군에서 복무하거나, 전시의 경우에는 복무 이력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빠르게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 혜택을 부여하지만 박씨는 두 경우 모두 해당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씨는 복무 당시 입었던 정신적 상처로 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PTSD)를 앓았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다. 계속된 트라우마에 박씨는 결국 코카인 등 마약에 손을 댔다. 20·30대를 마약 중독 속에서 보낸 박씨는 2009년 감옥에 수감됐다.

마약 중독도 벗어났지만...트럼프 정책에 50년 '고향' 떠나



3년 뒤 출소한 박씨는 굳은 의지로 마약에서 벗어났다. 박씨는 NPR에 "마약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박씨는 가족들이 정착한 하와이에서 살았다. 자동차 대리점에서 일하며 아들과 딸을 키웠다. 통상적인 ICE 절차에 따라 추방명단에 올랐지만 상이군인 훈장도 받은 그는 바로 추방되지 않았다. 매년 이민국의 확인을 받는 것으로 미국 체류가 허가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집권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하와이 이민국은 이달 초 갑자기 "조만간 구금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그에게 자진 출국을 권유했다. 결국 그는 50년 가까이 살았던 자신의 고향을 등지고 23일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며 가족들과 눈물의 작별을 했다. 탑승 전 그는 NPR에 "군에 입대하거나 총에 맞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전부 지금의 저를 만든 인생의 일부"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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