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AP연합뉴스

[서울경제]

참전 공로로 훈장까지 받았던 50대 한국계 퇴역 미군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의 여파로 결국 자진 출국을 택했다. 그는 “내가 지키려고 싸웠던 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정말 충격적”이라고 심경을 털어놨다.

최근까지 하와이에 거주했던 박세준(55)씨는 24일(현지시간) 보도된 미 NPR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박씨는 7살 때 미국 마이애미로 건너와 로스앤젤레스에서 주로 자랐다. 고교 졸업 후 미군에 입대한 그는 1989년 12월 '파나마 침공' 작전에 투입됐다가 등에 총상을 입고 명예 제대했다. 당시 전투 공로를 인정받아 퍼플하트 훈장을 받았다. 박씨는 계속해서 미 시민권은 취득하지 않고 영주권자 신분을 유지했다. 그는 자신의 삶에 시민권 취득은 우선순위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미국은 최소 1년, 전시에는 단 하루라도 미군에서 명예롭게 복무한 사람에게 신속 귀화 혜택을 제공하지만, 박씨는 복무 1년이 되기 전 제대했다. 또 미 정부는 파나마 침공을 적대 행위로 분류하지 않아 그 대상이 되지 않았다.

전역 후 박씨는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에 시달렸다. 결국 마약에 손을 댔고, 뉴욕에서 마약 거래를 하다 경찰에 체포됐다. 이후 법정 출석도 이행하지 않으면서 보석 조건 위반 혐의까지 추가돼 2009년부터 3년간 복역했다. 이로 인해 귀화 신청이나 강제 출국 명령에 대한 구제 조치도 불가능해졌다. 이후 그는 추방 명령을 받았지만, 매년 이민국 직원의 확인을 받는 조건으로 미국에 계속 체류할 수 있었다. 이는 미 이민세관국(ICE)이 추방 우선순위로 고려하지 않는 이들에겐 흔히 있는 일이라고 NPR은 설명했다.

출소한 박씨는 가족들이 살고 있던 하와이로 이주했다. 마약을 끊고 10년간 자동차 딜러로 일하며 아들과 딸을 키웠다. 그러나 이달 초 상황이 달라졌다. 하와이에서 현지 ICE 관계자들과의 만남에서 그는 앞으로 몇주 안에 자진 출국하지 않으면 구금, 추방될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다고 한다.

결국 박씨는 50년가량 고향으로 여기며 살던 나라를 떠나기로 했다. 23일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가족,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다. 그는 올해 85세인 어머니를 보는 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고 말했다. 또 "이 모든 일을 겪었지만 군에 입대하거나 총에 맞은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서울경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2323 미국 위해 싸운 '한인 상이군인'마저… 트럼프 추방에 당했다 랭크뉴스 2025.06.26
52322 알짜 자회사 팔던 두산 잊어라... 현금자산 7.5조 들고 M&A 매물 탐색 분주 랭크뉴스 2025.06.26
52321 윤석열 체포영장 기각‥특검 "28일 오전 출석하라" 랭크뉴스 2025.06.26
52320 ‘이란핵 제한적 파괴’ 보도에…트럼프 “CNN 기자, 개처럼 쫓겨나야” 랭크뉴스 2025.06.26
52319 "전설의 심해어라더니"…부산서 벌써 5번째 잡힌 '이 물고기', 日 대지진 전조? 랭크뉴스 2025.06.26
52318 대통령실 대변인 말고 ‘기자 질문’ 모아 봤습니다 [이런뉴스] 랭크뉴스 2025.06.26
52317 "한국선 저래도 돼?" 외국인도 충격…왕릉서 골프 연습한 남성 랭크뉴스 2025.06.26
52316 [팩트체크] 소방차 막는 불법주차, 왜 강제로 못 옮기나 랭크뉴스 2025.06.26
52315 “주차장·화장실만 쓰고 갔다”…‘얌체’ 관광버스 논란 [잇슈 키워드] 랭크뉴스 2025.06.26
52314 김민석 "野의원 청문회 참석 안 한 채 마무리...굉장히 아쉽다" 랭크뉴스 2025.06.26
52313 뉴욕증시, 이틀간 급등 후 숨고르기…엔비디아, 다시 시총 1위로 랭크뉴스 2025.06.26
52312 ‘기재부의 나라’라 불렸지만, 수장 공백으로 입지가 좁아진 기재부 랭크뉴스 2025.06.26
52311 집값 '12억' 찍을 때는 좋았는데…3년 만에 '반토막'난 그 동네, 무슨 일이 랭크뉴스 2025.06.26
52310 황토물이 빌딩도 삼켰다…30년만의 최대 홍수에 초토화된 이곳 랭크뉴스 2025.06.26
52309 100인치 TV ‘299만 원’…샤오미, 가성비·AS 강화로 韓 공략 [biz-플러스] 랭크뉴스 2025.06.26
52308 올림픽파크포레온의 ‘변기대전’… “수치심에 말 못했지만 감염까지” 랭크뉴스 2025.06.26
52307 법원, 김용현 전 장관 구속 만기 전날 추가 구속…“증거인멸 우려” 랭크뉴스 2025.06.26
52306 맞담배 태우며 “날 도와주세요”…이태형이 李에 매료된 그 밤 [이재명의 사람들⑥] 랭크뉴스 2025.06.26
52305 [단독] '부산 돌려차기' 2차 가해범 '적반하장 맞고소' 무혐의… 무고 고소당해 랭크뉴스 2025.06.26
52304 “문재인 정부 서울 집값 2배↑, 윤석열 정부 강남·비강남 격차 최대” 랭크뉴스 2025.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