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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 방문자 여권' 매월 두 차례 배포…"당일 소진도"
전국 76곳 찾아 도장 찍는 방식…"올해 누적 40만부 배포 목표"
"해외여행 출입국 심사 때 설렘 느끼게 여권 형태로 제작"


국가유산 방문자여권
[엑스(X) 캡처. DB 및 재판매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혜정 인턴기자 = "방문자여권 왔다! 진짜 알차게 돌아댕겨야지!"(엑스(X·옛 트위터) 이용자 'musa***')

전국의 국가유산을 여행하며 도장을 찍을 수 있는 '국가유산 방문자 여권'이 인기다.

방문자 여권은 매월 10일과 20일 오후 2시에 '국가유산 방문 캠페인' 공식 누리집(kh.or.kr/visit)에서 신청할 수 있는데 하루도 안 돼 마감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기자가 지난 11일 신청을 시도했을 때도 누리집에는 '현재 준비된 여권 수량 소진으로 신청이 불가합니다'라는 문구가 떠 있었다. 회당 1만부씩 배포하고 있는데 매진된 것이다.

그나마 이는 수량이 늘어난 것이다. 앞서 작년에는 한 달에 한 번 5천부를 배부했는데 5분 만에 매진되는 경우가 잦았다.

이에 "오늘 들어가니까 소진됐네요. 다음 달을 노려야 되겠네요"(유튜브 이용자 '명수***'), "매월 20일 알람 설정해야겠네요. 지난달에도 못 했거든요"(네이버 카페 이용자 '리***') 등 여권을 손에 넣지 못한 아쉬움이 이어졌다.

방문자 여권 신청 팝업창
['국가유산 방문 캠페인' 누리집 캡처. DB 및 재판매 금지]


국가유산청 교육활용과 이기홍 주무관은 25일 "짧게는 당일에 소진되고, 길면 2~3일 만에 소진되고 있다"며 "제한적인 예산을 고려하면 더 늘릴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많은 분이 수령하긴 했지만 여전히 모르는 분들도 많다"며 "(방문자 여권이) 주말에 아이와 함께 나들이를 가거나 어딜 가야 할지 모르겠을 때 활용할 수 있는 편한 아이템으로 자리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년간 발급된 여권 수량은 약 27만 부다.

국가유산진흥원 지역협력팀 신진욱 대리는 "올해 말까지 누적 40만부 이상 배포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방문자 여권 수령 인증 글
[엑스(X) 캡처. DB 및 재판매 금지]


방문자 여권은 착불 택배로 받거나 국가유산 방문 캠페인 홍보관(인천공항)에 방문해 수령할 수 있다.

원래는 단순 스탬프 투어로 운영되고 있었으나, 2023년 5월 여권 형태로 개편됐다. 실제 여권 형태의 소책자를 들고 전국 76곳의 국가유산을 찾아 도장을 찍는 방식이다.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이 함께 추진하는 '국가유산 방문 캠페인' 사업의 일환이다.

이날 현재 공식 완주자는 총 396명이며, 완주 인증 대기자가 수십명이다.

첫 완주자는 여권 투어가 시작된 지 약 3개월 만인 2023년 7월에 나왔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이천관·추영미 부부가 2023년 4월 30일 인천공항 홍보관을 시작으로 7월 26일 제주 성산일출봉에서 마지막 도장을 찍었다.

지난 10일에는 튀르키예 국적의 쿠벳 아이셰 씨가 첫 외국인 완주자로 인증서를 받았다.

한국을 소개하는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는 아이셰 씨는 전화통화에서 유창한 한국어로 "남편이 여권 투어 프로그램을 소개해 줬다"며 "한국을 더 잘 알고 싶다는 마음에 투어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은 안동 하회마을인 것 같다"며 "안동 같은 지역 국가유산이 더 효과적으로 홍보된다면 사람들이 많이 찾아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여권을 들고 정말 많은 아름다운 장소들에 갈 수 있었다"며 "투어는 끝났지만 나중에 그 장소들을 한번 더 가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방문자 여권 외국인 완주자 1호 인증서 수여식
(서울=연합뉴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가유산을 방문한 후 인증하는 '국가유산 방문자 여권 투어' 프로그램을 외국인 최초로 완주한 튀르키예 국적의 쿠벳 아이셰(오른쪽)씨와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5.6.25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방문 코스는 '열 개의 길, 일흔여섯 개의 만남'이라는 테마로 이뤄져 있다. ▲가야 문명의 길 ▲관동 풍류의 길 ▲백제 고도의 길 등 테마에 맞춰 명소를 관광할 수 있다. 예컨대 '설화와 자연의 길'은 제주도 설문대 할망 설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거점으로는 ▲산방산 ▲거문오름 ▲성산일출봉 등이 있다.

방문 인증에 따라 기념품도 제공된다. 도장 5개를 모으면 여권 케이스와 격자 무늬 수건을, 3개 코스 및 도장 10개를 모으면 미니 텀블러를, 5개 코스와 도장 20개를 모으면 레디백을, 10개 코스와 도장 76개를 모두 모으면 완주자 기념패를 준다.

이 주무관은 "서울에 관광이 집중돼 있는 점을 고려, 지역 국가유산을 활용해 지방 경제를 활성화하려고 했다"며 "해외여행 출입국 심사할 때의 설렘을 느낄 수 있도록 여권 형태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내국인과 외국인 여권은 서로 다른 디자인으로 제작됐다.

신 대리는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에서 한국의 국가유산을 경험하는 여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내국인용은 태극기의 청색에서, 외국인용은 태극기의 적색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색은 우리나라 동해 바다의 깊고 푸른 빛을 상징하며 역사성과 고유성을 담고 있고, 적색은 따뜻한 환대와 역동적인 한국의 문화적 매력을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일본어로 된 국가유산 방문자 여권
(오사카=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달 13일 일본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오사카 엑스포) 메세 전시장에서 국가유산진흥원 관계자들이 방문자 여권을 홍보하고 있다. 2025.6.25 [email protected]


참여자들은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유튜브에는 "정말 재밌으니 많은 분들이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이용자 '김***'), "유적지는 궁 정도만 알았는데 이 여권 통해 한국 역사 공부 즐겁게 할 수 있었어요"(이용자 'Tre***') 등 댓글이 달렸다.

방문 전 확인하면 좋을 '꿀팁'도 많다. 스탬프가 배치된 구체적인 장소나 장소별 여권 페이지 수를 알려 주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 이용자 'li***'는 "(경주 석굴암) 방문자여권 투어 스탬프 찍는 곳은 계단 올라가는 입구 좌측"이라며 "문화관광해설사의 집 바로 앞에 비치돼 있다"고 썼다. 또 경주 석굴암 방문자 여권 페이지는 102쪽이라고도 적었다.

또 다른 이용자 'hap***'는 경북 영주시 콩세계과학관에 관해 "모래놀이 장난감은 대여 가능", "편의점 없어요, 자판기 있음"이라고 썼다.

방문자 여권 투어 후기 글
[네이버 블로그 캡처. DB 및 재판매 금지]


전형연 국립목포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기존 문화유산 관람 방식은 해설자 안내 등 수동적인 교육형 프로그램이었다"며 "여권 투어는 자발적인 참여형 프로그램"이라고 짚었다.

이어 "장소를 방문해 스탬프를 하나씩 모으는 방식은 '수집 욕구'를 자극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문화유산융합학과 김현정 교수는 "여권 투어는 젊은 세대에게도 목표 의식을 부여해 문화유산을 스스로 찾아다니게 한다"며 "방문하고 도장 찍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문화유산의 역사나 의미를 알 수 있도록 방문 시 해설이나 동영상을 볼 수 있게 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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