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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산림청장 남성현 - 41년 산림맨의 장마철 대재앙 경고 41년간 산림청에서 일하고 지난해 34대 산림청장을 끝으로 퇴직한 남성현 국민대 석좌교수(66)는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지난 3월 서울시 면적의 80% 숲을 태운 역대 최대 규모 ‘괴물’ 산불이 발생한 의성·영덕 등 경북 5개 시군이 장마철을 맞아 ‘괴물’급 산사태를 당할 우려가 10배로 급증해서다. 77년 7급 공무원으로 산림청에 입문해 2022년 청장에 오른 ‘산림 레전드’ 남 교수를 만났다.

여의도 156개 숲 소멸, 장마 산사태 1순위
7개 부처가 산림 관여…칸막이 폐해 극심
산불, 예방·진화·복구 다 산림청이 맡아야
재난관리 잘하는 도지사는 이철우·김영록

“7월 호우 경북 덮치면 대재앙 우려”
남성현 전 산림청장은 “1년에 우리가 심는 나무가 2만㏊인데 불로 탄 면적이 2만 2000㏊나 된다”며 “산불은 진화뿐 아니라 예방·복구까지 3박자가 같이 가므로 소방청 아닌 산림청이 맡는 게 세계 공통의 추세”라고 강조했다. 장진영 기자

Q : ‘괴물’ 산불에 이어 ‘괴물’ 산사태인가요?

A :
“우리나라는 산불이 2~5월, 장마는 6월, 호우는 7~8월에 창궐하니 지금은 호우로 인한 산사태가 가장 우려되는 시점이에요. 특히 지난봄 여의도 156개 면적을 태운 산불이 난 경북 5개 시군에서 산사태가 날 가능성이 다른 지역에 비해 10배로 집계됐어요. 우리나라는 토심이 평균 50㎝인데 물이 그 이상 차면 산사태가 납니다. 그러나 나무가 우거진 산은 나뭇잎이 빗물을 1차 완충해주고 땅에 떨어진 비는 뿌리에 흡수되니 피해가 줄어요. 이를 우산(잎)과 그물망(뿌리) 효과라 합니다. 그러나 경북 5개 시군처럼 산불로 나무가 없어진 산엔 그런 효과가 없으니 산사태 날 확률이 급증하죠. 산림청이 초긴장해서 응급조치에 전력했답니다.”

Q : 장마가 이미 시작됐는데 응급조치 현황은요?

A :
“응급조치는 전국 산사태 취약지역 491개소에 물길을 터주고 토사가 흘러내리지 않게 철골·마대로 버팀목을 쌓는 것이죠. 산사태 고위험군인 경북 5개 시군을 마지막으로 25일 현재 거의 100% 완료됐대요. 하지만 구조적인 애로가 많아요.”

Q : 구조적인 애로라면요?

A :
“산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가 7개나 돼요. 산림청은 지목이 ‘임야’인 산지만 관할하고, 급경사지는 행정안전부, 도로 비탈면은 국토교통부, 국립공원은 환경부, 문화재는 국가유산청이 담당하죠. 산사태 한번 나면 이들 부처가 죄다 관여하니 대응에 애로가 많습니다. ‘산사태’란 용어조차 통일이 안 돼 국토부 법에는 ‘사면 붕괴’로 돼 있어요. 2022년 8월 북한산에서 산사태가 나 0.3? 면적 숲이 피해를 봤는데 상부 지역은 산림청 소관(0.2?)이었지만 하부지역은 국립공원과 사찰(0.1?)이라 환경부와 고양시 소관이었죠. 소규모 재난인데도 3개 기관이 자잘한 사안까지 협의를 마쳐야 복구가 가능했기에 완료까지 10개월이나 걸렸습니다.”
“임도 없는 국립공원, 산불 속수무책”

Q : 칸막이 행정의 폐해가 심각하네요.

A :
“국립공원도 심각합니다. 담당부처인 환경부가 ‘나무를 베면 환경 파괴’라며 산불 진화의 생명선인 임도 건설을 막습니다. 산에 임도가 있으면 산불 진화 시간이 9배 줄고 피해도 3분의 1로 줄어요. 2㎞ 전방 숲에 산불이 났을 때 임도가 있으면 진화인력이 4분 만에 도착하지만, 임도가 없으면 48분이나 걸려요. 2024년 합천 산불은 야간에 임도로 소방인력이 들어갈 수 있었기에 일몰 시 10%였던 진화율이 이튿날 새벽 92%에 달했고 울진 금강소나무숲 산불도 임도 덕분에 수령 수백 년의 소나무 8만여 그루를 지켜냈죠. 반면 2023년 지리산 산불은 국립공원이라 임도가 없어 야간 진화율이 63%에 그쳤죠. 피해 면적이 축구장 130개에 달해 국립공원 산불 중 최대 규모였습니다. 그때 산림청장이었던 내가 한화진 환경부 장관에게 대놓고 ‘국립공원도 임도를 내야만 산불을 끌 수 있습니다’고 했어요. 장관님이 ‘알았습니다’하고 돌아갔는데 여태껏 조치가 없어요.”

Q : 통합적 대응은 요원한가요?

A :
“관계 법령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재난관리 책임기관으로 지정돼있어요. 산불·산사태에 맞서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최종 책임은 지자체장에게 있는 거죠. 산림청 예산 2조8500억원 중 절반 가까운 1조2000억원이 지자체에 지급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Q : 지자체장 가운데 산불·산사태 대응을 잘하는 이는요?

A :
“이철우 경북지사와 김영록 전남지사가 각별히 신경을 씁디다. 장관·국회의원·부지사를 지내 재해 경험이 풍부해요. 일머리를 아니 관련 간부들을 수시로 불러 체크해요. 나를 자주 만나 조언을 듣는 것도 공통점이죠. 특히 이철우 지사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도청에 산림자원국을 설치했어요. ‘산 많은 경북은 산 갖고 먹고 살아야 한다’는 걸 알고 실천한 거죠. 지자체장은 임기 중 두 번 재난 안전 관리 교육을 이수해야 하는데, 안 받는 이가 적지 않아요.”

Q : 경북 괴물 산불 당시 헬기가 제 기능을 못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A :
“국내에 산불을 끌 가용 헬기가 207대예요. 산림청 소속 50대가 주력이지만, 러시아산인 Ka-32 8대 등 총 9대는 부품 수급 등의 문제로 가동이 안 되고 있어요. 이밖에 지자체 78대, 군 35대, 소방 31대, 경찰 10대 등이 있어요. 물 9000L를 싣는 대형은 7대뿐이고 3000L 싣는 중형이 32대, 1000L(평균) 싣는 소형이 11대나 됩니다. 대형 7대, 중형 5대를 추가 도입하기로 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매년 1대씩만 들어올 예정이라 안타깝죠. (헬기 급수 용량이 작아 소방관들이 ‘지렁이 오줌’ 이라 비아냥댄다는데요.) 소형 헬기는 그런 소리 듣는 게 사실이죠.”

Q : 고정익 비행기를 도입하면 헬기의 6배 물을 단번에 뿌릴 수 있다던데요.

A :
“도입에 제한적으로 동의합니다. 산불은 야간이 제일 문제예요. 산림청 헬기 중 야간에 계기 비행할 수 있는 기종은 3대뿐입니다. 또 초속 20m 이상 강풍이 불면 헬기는 못 뜨는데 고정익 비행기는 야간에 강풍이 불어도 출동할 수 있죠. 경북 산불 때 사람 보행이 불가능한 강풍이 불어 공군의 고정익 수송기 C-130을 빌리려 했어요. 이동식 물탱크 2개(80억원) 구매 예산도 확보했죠. 2개인 이유는 물을 뿌리고 돌아온 비행기에 여분의 물탱크를 바로 탑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죠. 그러나 공군이 ‘기술상 문제가 있고 군사 작전에 제한이 생긴다’며 거부했어요. 썼다면 진화 속도가 20~30%는 빨랐을 겁니다.”
“기재부, ‘총선’ 경고하니 예비비 주더라”

Q : 산림청이 고정익기를 구입해서 쓰면 어떤가요?

A :
“그건 어려워요. 고정익기를 사면 공항에 계류시키고 조종사·정비사도 써야 하는데, 고정익기를 실제 쓰는 기간은 봄철뿐이라 비용 면에서 배보다 배꼽이 커집니다. 또 미국·캐나다는 호수가 지천이라 고정익기가 손쉽게 물을 빨아들여 진화하지만, 우리는 비행장에서만 급수해야 하니 기동성도 떨어지죠. 대안은 치누크 대형헬기입니다. 1만L 물탱크를 탑재해 소형 헬기가 10번 뿌릴 물을 한 번에 투하할 수 있어요. 대당 550억원인데 가성비는 고정익기보다 훨씬 높죠. 청장 시절 기재부에 10대 구매를 요청했는데 바로 퇴짜 놓더군요. 그러나 산불 진화는 국가 안보급 현안 아닙니까? 무리한 액수가 아닙니다.”

Q : 어쨌든 부족한 헬기를 보충해야 하지 않나요.

A :
“미국산 9000여L급 대형헬기 5대와 오스트리아산 4000여L급 중형헬기 2대를 지난해 봄철 산불 위험 기간 석 달 동안 빌렸죠. 재작년말 기재부를 설득해 300억여원의 예비비를 받아낸 결과죠. 그것도 힘들었어요. 기재부가 처음엔 ‘예산이 부족한데 무슨 헬기 렌트냐’고 하길래 ‘경험상 선거가 있는 해엔 대형 산불이 나는 징크스가 있다. 4·10 총선 직전 산불이 났는데 헬기가 부족해 진화가 늦어지면 기재부가 책임질 거냐?’고 반박했어요. 그게 먹혔는지 예비비를 주더군요.(웃음) 다행히 지난해는 큰 산불이 안 났습니다.”

Q : 소방청은 “산불을 막으려면 산불 진화 업무를 산림청에서 소방청으로 넘겨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A :
“소방청이 국회에 자꾸 그런 요구를 하고 있다는데, 어불성설입니다. 산불은 예방→진화→복구의 삼박자를 갖춰야 통제가 됩니다. 산림청 소속 산불 예방 진화 대원 2만명이 전국 산야에서 그 임무를 하고 있죠. 산악 지형에 익숙하고 GPS 등 장비를 완비해 산불 발견 즉시 진화를 개시해요. 소방청으로 진화 업무가 이관된다면 진화 개시까지 시간이 크게 지연되고 혼란도 막심할 겁니다. 진화에 이어 복구도 중요해요. 산불 난 숲은 고사목·쇠약목이 늘어 해충의 온상이 됩니다. 불탄 소나무에선 해충인 소나무 재선충 매개충이 2년 만에 10배 넘게 밀도가 올라가고 나무좀·바구미 등의 해충도 창궐해요. 적시에 구제하는 것도 산림청 핵심 업무죠. 게을리하면 숲이 줄어 또다시 산사태가 나는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Q : 일본은 소방청이 산불을 담당한다던데요.

A :
“일본은 해양성 기후라 산불이 거의 나지 않기에 산림 당국이 산사태에만 신경 쓰죠. 우리는 산불이 자주 나니 상황이 다릅니다. 역시 산불이 잦은 미국·유럽도 산림 당국에서 산불을 담당합니다. 예방→진화→복구 시스템이 일사불란하게 운영돼야 산불을 종합적으로 막을 수 있기 때문이죠.”
강찬호 논설위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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