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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프리미엄 사라져… 소비자들 “삼성 TV 아니어도 충분”
中 TCL·하이센스, 가성비·대화면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 장악
삼성, OLED TV로 맞서지만… 미니 LED TV 출하량은 이미 역전
업계 “삼성, 소니처럼 될 수도… 과거 공식 안 맞아”

삼성전자의 98인치 QLED TV./삼성전자

20년 가까이 세계 TV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삼성이 주력해 온 프리미엄급 액정표시장치(LCD) TV ‘미니 LED TV’ 분야에서 중국 업체들에 밀려 판매량 기준 4위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경쟁력과 대화면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기술력에서도 격차를 빠르게 좁혀오면서, 삼성의 품질 우위가 더 이상 확고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LG의 브랜드 프리미엄을 선택하던 소비자들이 “화질 차이가 크지 않다면 더 크고 저렴한 제품을 선택하겠다”고 돌아서면서, 프리미엄 TV 시장의 주도권이 점차 중국으로 넘어가는 양상이다.

빛바랜 ‘삼성 프리미엄’… 고급 TV 시장 점유율 ‘뚝뚝’
25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는 미니 LED TV 시장에서 판매량 4위, 매출 3위를 기록했다. 2023년까지 이 시장을 주도했던 삼성은 지난해 중국 TV 회사인 TCL을 시작으로 하이센스, 샤오미에 차례로 추월당하며 1년여 만에 순위가 급락했다. 미니 LED TV는 기존 LCD TV에 들어가는 광원보다 더 작은 LED 백라이트를 수천 개 탑재해 밝기와 명암비를 개선한 프리미엄 제품이다.

프리미엄 TV 시장 전체로 눈을 돌려 봐도 삼성의 하락세는 뚜렷하다. 올해 1분기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판매량 기준)은 1년 전 39%에서 28%로 11%포인트(P) 급락했다. LG전자 역시 같은 기간 23%에서 16%로 하락했다. 이 자리를 중국 TCL과 하이센스가 빠르게 파고들었다. 하이센스의 점유율은 14%에서 20%로, TCL은 13%에서 19%로 올랐다.

단일 제품군이 아닌 고급 TV 시장 전반에서의 점유율 감소는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품질 우위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중국산 TV는 품질이 떨어진다는 고정관념이 이미 상당 부분 무너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중국 회사들의 기술력이 올라왔다는 건 이제는 다 아는 사실”이라며 “소비자들이 실제 화면을 비교해 보고 ‘중국 TV도 화질이 이 정도면 훌륭하다’고 판단하고 있어, 삼성 제품을 고집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中, 대화면·가성비 전략에 기술력 갖춰… 삼성 전략 딜레마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치고 올라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상향 평준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대화면·가성비 전략’이 있다. 미니 LED TV의 핵심 부품인 대형 LCD 패널 시장을 중국 업체들이 장악하면서, 대형 화면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가격·물량 측면의 주도권을 확보한 것이다. TCL은 세계 최상위권의 TV용 LCD 패널 제조사인 자회사 CSOT를 통해 수직계열화를 이뤘고, 하이센스 역시 자국 공급망을 기반으로 생산 체계를 갖췄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중국 업체들이 선택하지 않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회사들은 TV용 대형 OLED 시장의 수익성이 낮다고 보고 이 시장에 뛰어들지 않고 있다. 3년 전 OLED TV 시장에 재진입한 삼성은 ‘OLED TV 시장 1위’를 목표로,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LCD 패널의 가격 주도권을 중국에 내준 상황에서, 차별화된 기술력과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시장의 흐름은 삼성의 전략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니 LED TV 출하량과 매출은 지난해 2분기 이미 OLED를 넘어섰고, 그 이후에도 초프리미엄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밥 오브라이언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리서치 디렉터는 “소비자들이 비슷한 가격대에서 ‘더 작은 OLED TV’와 ‘더 큰 미니 LED TV’ 사이 선택에 직면하고 있으며, 점점 더 많은 소비자가 미니 LED TV를 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TV를 강조하고 있다. TV 패널의 종류나 크기 경쟁을 넘어, 독자적인 AI 프로세서를 통해 화질과 음질을 높이는 전략으로 경쟁의 축을 바꾸겠다는 포부다. 그러나 AI를 통한 차별화 전략 역시 삼성만의 무기는 아니다. TCL, 하이센스 등 중국 경쟁사들 역시 자체 AI 칩을 탑재한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며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삼성이 ‘대화면 LCD TV’로 일본 소니의 브라운관 아성을 무너뜨렸던 공식을, 이제 중국이 ‘초대형 미니LED’로 삼성에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며 “화질은 기본이고 더 큰 화면과 합리적인 가격까지 갖춰야 하는 시대로, 게임의 룰에 맞춰 빠르게 변모하지 않으면 20년간 지켜온 왕좌의 주인이 바뀌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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