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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MRO 업체 한국항공서비스 사천 공장 르포
군수·민항기 수리·정비, 인건비 부담에 가격경쟁력↓
운수권 인센티브 등 MRO 산업 키울 방법 찾아야

한국항공서비스(KAEMS) 군수동에서 KAEMS 엔지니어들이 항공기 엔진을 정비하고 있다./KAEMS


“B-747 항공기가 한 번에 4대까지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민항기 정비를 위해 만든 대규모 시설입니다. 그런데 정작 국내 항공사들이 이곳을 이용하지 않는 탓에 공장이 비어 있는 날이 많습니다. 항공기 유지·보수·정비(MRO) 산업을 키우려면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합니다.”

지난 11일 경남 사천시 용당리에 조성된 MRO(Maintenance, Repair, Overhaul) 산업단지를 찾았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천 공장에서 차로 10분 남짓한 거리에 있는 이곳에 한국항공서비스(KAEMS)가 있었다. KAI의 항공 정비 자회사이자 국내 유일의 교통부 인증 항공기 MRO 기업이다.

한국 방위산업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MRO 산업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전투기나 헬기 같은 항공기는 한 번 팔면 끝이 아니라 유지·보수·정비까지 도맡을 수 있다. 보통 항공 MRO 시장 규모는 기기 수출액의 1.5~2배 수준이다. 전투기 FA-50을 48대 팔면 4조원 정도인데, FA-50 MRO 시장은 이보다 큰 6조원 규모다.

KAEMS 군수동과 헬기동에는 정비 중인 다양한 항공기들이 들어차 있었다. 헬기동에서는 다양한 정부 기관이 이용하는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을 수리하고 있었다. 경찰, 소방, 해양경찰 등 여러 곳에서 헬기 정비나 수리를 위해 KAEMS 헬기동을 찾았다. 배도한 KAEMS 대표는 “헬기 정비에는 보통 일주일이 걸리는데 지난 3월 경북 산불 때는 2~3일 만에 정비를 끝냈다”며 “일주일 내내 헬기들이 KAEMS를 찾았고 직원들이 한밤중에도 퇴근하지 않고 정비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KAEMS는 정비, 보수 뿐만 아니라 항공기 개량도 한다. KAEMS 군수동에서는 팰콘 2000LXS에 대한 개량 작업을 하고 있었다. 방위사업청은 백두체계 능력 보강 2차 체계개발사업의 일환으로 프랑스 닷소의 쌍발 제트 여객기인 팰콘 2000LXS를 가져와 정찰기로 개조하고 있다.

여러 항공기가 가득한 군수동, 헬기동과 달리 민항기동은 다소 썰렁한 모습이었다. 규모는 가장 컸지만 정비 중인 민항기는 한 대뿐이었다. 그마저도 국내 항공사가 아니라 필리핀 항공사의 민항기였다. 민항기동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국내 항공사들의 로고가 무색했다. 국내 항공사들은 KAEMS의 지분을 조금씩 가지고 있다.

한국항공서비스(KAEMS) 민항기동 모습. B-747 항공기 4대가 동시에 정비가 가능한 곳이지만 지난 11일 방문했을 때는 항공기 1대만 정비 중이었다./KAEMS

배 대표도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들의 항공기 MRO를 맡으려 하지만 동남아시아나 몽골에 비해 인건비가 높다 보니 가격 경쟁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저비용 항공사의 민항기 한대당 정비비가 보통 6억~7억원 정도인데, 인건비가 한국의 절반 수준인 동남아 국가들은 정비비가 절반 수준이다. 국내 저비용 항공사들이 자신들이 주주인 KAEMS를 찾지 않고 해외에 나가는 이유다.

배 대표는 “연간 국내 저비용 항공사가 항공기 정비에 쓰는 돈이 3조원 정도인데, 이 중 3분의 2는 해외 MRO 업체들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가격 경쟁이 어렵다 보니 우리도 적자를 감수하고 3억이나 4억원에 정비 물량을 수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MRO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국내에서 항공기를 정비하는 저비용 항공사에는 운수권 배분 때 인센티브를 주자는 아이디어도 냈다. 배 대표는 “지금은 민항기동에서 한 달에 2대 정도만 정비를 하고 있는데 정비 물량을 월 4~5대로만 늘려도 흑자를 낼 수 있다”며 “MRO를 산업화 할 수 있는 해법을 새 정부가 찾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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