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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에서 열린 참사 1주기 추모 위령제에서 유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어제(24일) 오전 11시 경기 화성시 전곡산단. 폐쇄된 공장 건물 앞에 푸른 꽃과 위패를 든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잠시 후, 굳게 닫혔던 철문이 열리며 검게 녹아내린 실내가 드러나자, 입구는 울음으로 뒤덮였습니다.

2024년 6월 24일 대화재로 23명이 숨진 현장인 이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 내부가, 1년 만에 유족에게 처음 공개되는 순간이었습니다.

1년 만에 공개된 아리셀 참사 현장.

■ "최악의 화학 공장 참사"…총체적 부실인데 '우수 사업장' 선정

'국내 최악의 화학공장 참사'.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총체적 부실이 원인이 된 '인재' 였습니다. 당시 경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크게 세 가지가 문제였습니다.

① 납기일을 맞추려 생산 목표를 2배 올리며, 급하게 채용한 비숙련 직원들을 사고 대비 교육 없이 위험 공정에 투입

② 불량 전지 발열 등 사고 전조가 있었는데도 미조치(참사 이틀 전에도 전지 1개가 폭발)

③ 탈출용 비상구는 대부분 물건으로 막혀 있거나, ID카드를 가진 정규직만 통과할 수 있었음

사고 당시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비상구는 2개였지만, 비상구까지 가기 위한 문은 잠겨있었다. 이를 열기 위해 사원증 또는 지문 인증이 필요했는데, 이마저 ‘정규직’만 가능했다.

그런데도 2022년부터 사고가 났던 2024년까지 3년간 고용노동부는 아리셀을 '우수 사업장'으로 선정해 산재보험료를 17~20% 깎아줬습니다. 수익만 좇은 안일한 경영과 부실한 행정이 23명의 생명을 앗아간 참사로 이어졌습니다.

■ 민주 이용우 "위험성 평가 개정"…국민의힘 김형동 "외국인 안전교육 강화"

참사 1년, 여야 모두 아리셀 참사 원인을 해결하는 법안을 발의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초선, 인천 서구을)은 민주노총과 함께 고용노동부의 '위험성 평가'를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위험성 평가'란, 회사와 노동자가 함께 사업장의 위험 요인을 찾아내 재해를 줄이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아리셀은, 실제론 위험성 평가를 하지 않고 연도만 바꿔 쓴 '복붙' 보고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하고 우수사업장으로 선정돼 산재보험료를 감면받았습니다.

개정안은 아리셀처럼 위험성 평가를 하지 않은 사업주를 처벌하고, '작업장의 위험을 가장 잘 아는 노동자'가 평가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이 의원은 "위험성 평가는 법적 의무임에도 실시하지 않았을 경우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거짓 부정한 방식으로 평가를 실시했을 경우에도 제재하지 않기 때문에 (아리셀 참사 같은) 이런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노총 출신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재선, 경북 안동예천)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교육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아리셀 참사 예방법'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법적으로,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은 입국 전·후로 국가의 산업안전보건교육을 받지만, 그 외 다른 비자로 입국한 경우엔 사업주에게 교육이 맡겨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를 고용한 대다수의 사업장은 전문교육이나 언어 지원 여건이 부족해 교육이 부실하고, 아리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리셀 참사로 숨진 23명 중 18명이 외국인이었습니다.

김 의원은 "사고 발생 시 긴급조치, 화재 대피요령 및 보호구 착용 등 기초적인 안전보건교육만큼은 모든 외국인 근로자가 확실히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게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리셀 참사 현장 (지난해 6월)

■ 야3당, 아리셀 1주기 추모 "바로잡지 않으면 반복된다"

야3당도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을 약속했습니다.

어제 의원총회를 아리셀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로 시작한 조국혁신당은 "불길에 쓰러진 이들은 대부분 이주노동자였고, 동시에 하청노동자들이었다"며 "노동 현장의 밑바닥에서 누가 가장 먼저 희생되는지, 우리 산업 현장은 적나라하게 말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진보당 이미선 부대변인은 "아리셀 참사는 이윤 앞에 노동자의 생명을 버린 기업 살인이며, 위험을 하청과 이주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구조적 폭력"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책임자 처벌 없는 안전은 없다"며, 아리셀 박순관 대표와 그 아들인 박중언 총괄본부장에 대한 단호한 처벌도 재판부에 촉구했습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는 SNS에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도 이제는 해결돼야 한다"며 "박순관을 비롯한 경영 책임자를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엄중하게 처벌하고, 위험 업무에 대해 정규직 고용 원칙 확립으로 '위험 하청'을 원천 차단해 '이익은 위로, 위험은 아래로' 전가하는 구조적 문제를 끊어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아리셀 박순관 대표

■ "다시는 일 하다 죽지 않게"…실제 변화로 이어질까?

관건은 법안 발의나 연대 발언이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지입니다.

지난해 9월 민주당 송옥주 의원(3선, 경기 화성갑)이 대표로 '아리셀 참사 재발 방지 5법'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참사 재발 방지 대책과 사회적 참사 유가족을 실질적으로 지원하자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5개 법안 모두, 9개월째 상임위에 계류 중입니다.

아리셀 산재피해 가족협의회 김태윤 공동대표는 국회를 찾아 "발의한 법안의 내용이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돼, 다시는 일 하러 나갔다가 죽지 않는 일터를 만들어 주셨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재발 방지를 약속했던 정치권의 약속이 이번엔 진심이 될지, 국민의 관심과 감시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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