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틱톡 #블랙베리 영상 갈무리
판매가 중단된 ‘블랙베리’ 휴대폰이 글로벌 Z세대 사이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디톡스와 레트로 열풍이 맞물린 결과다. 이들은 복잡한 스마트폰 환경에서 벗어나 단순했던 시절의 감성을 공유하며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20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는 “젊은 세대가 블랙베리 시대를 그리워하며, 중고 기기를 구매하거나 새 모델의 부활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광고업계에서 일하는 빅토리아 자니노(25)는 “김 카다시안이 블랙베리를 들고 운전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고 회상하며 “이 휴대폰은 그 시절의 기억과 감정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자니노는 틱톡에 블랙베리 부활을 요구하는 영상을 게시했고, 해당 영상은 600만 회가 넘는 조회수와 50만 개 이상의 ‘좋아요’를 기록하며 젊은층의 폭발적인 공감을 얻었다.
현재 틱톡에는 블랙베리 관련 게시글이 12만 5,000건 이상 올라와 있으며, 해시태그 #BlackBerry(블랙베리)와 #flipphone(플립폰)은 각각 수백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인기 크리에이터 @notchonnie가 흰색 블랙베리 클래식 모델을 소개하는 영상은 400만 회 이상 조회됐다. 그는 영상에 “실용적일까요? 아니요. 재밌을까요? 네”라는 설명을 덧붙이며 블랙베리의 매력을 강조했다.
1999년 처음 출시된 블랙베리는 2000년대 초반까지 큰 인기를 끌며 미국 스마트폰 시장의 50%, 전 세계 시장의 20%를 점유하기도 했다.
키보드의 촉감과 보안성이 강점이었지만, 이후 등장한 터치스크린 스마트폰에 밀리며 2020년 공식 철수했고, 2022년에는 운영체제(OS) 지원도 종료됐다. 한때 블랙베리를 5G 모델로 재출시하려던 온워드모빌리티의 계획도 무산되면서 신제품 출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Z세대는 블랙베리에 열광하고 있다. 어릴 적 블랙베리를 사용해 본 경험은 없지만,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그 시절의 분위기를 소비하고 공유하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LP판, 필름 카메라 등 레트로 기기를 기념하고 즐기는‘노스탤지어 테크’ 트렌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신을 ‘Z세대의 연장자’로 소개한 댄 카심(29)은 NYT에 “대학 졸업 후 처음 블랙베리를 구입했지만, 어린 시절의 기억이 생생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구형 휴대폰에는 휴대폰이 삶의 중심이 아니었던 시절의 매력이 있다”며 “사람들이 항상 알림을 확인하고 연결되어 있는 상태에 지쳐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NYT는 “블랙베리는 휴대전화가 단순히 음악 감상이나 게임 용도였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며 "디지털 피로를 겪는 젊은 세대에게 더 단순했던 시절로의 회귀를 느끼게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