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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에 몰린 이란 사실상 '휴전안 수용'
상세 휴전 조건에 핵 협상 포함 여부 주목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 지도 앞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인형이 놓여진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휴전을 발표하면서 "수년 동안 중동 지역을 파괴할 전쟁을 막았다"며 자신의 공을 내세웠다.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라는 글자와 자신의 사진을 합성한 이미지도 공유했다.

이란, '명분' 챙긴 채 휴전 수용



실제로 이번 휴전은 중동 분쟁이 장기화하는 것을 원치 않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이스라엘 양국을 압박해 얻어낸 것이다. 하지만 이번 휴전을 온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성과라고만 판단하기는 어렵다. 사실상 이스라엘의 계속된 공격에 버티지 못한 이란이 '미군 기지에 반격했다'는 명분만 챙긴 채 휴전안을 받아들인 모양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날 "이란은 (카타르 미군 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하기 이전부터 탈출구를 찾고 있었다"며 "(이스라엘의 공격 이후) 이란의 상점·관공서의 운영이 제한됐고, 경제적 타격이 이어져 전쟁 종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이란이 국제사회에서 도움을 얻지 못한 점도 휴전 동의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이란은 미국의 포르도 핵 시설 공격 다음 날인 지난 23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을 러시아로 보내 협조를 요청했지만, 러시아는 "미국의 이란 공습은 정당화될 수 없는 침략"이라는 외교적 수사만 반복할 뿐 실제 행동으로 나서지는 않았다.

이란이 마지막으로 가지고 있던 카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도 결국 사용하지 못했다. 클라이드 러셀 로이터통신 칼럼니스트는 이날 "이란은 중국과의 우호관계가 '끊임 없는 석유'를 전제로 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라며 "중동의 많은 국가들도 원유 생산·수출 인프라나 운송망에 대한 공격을 반대하는 메시지를 이란에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사실상 '병 주고 약 주기' 한 트럼프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왼쪽) 이란 최고지도자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이번 전쟁의 가장 큰 승자는 이스라엘로 보인다. 미국의 도움으로 이란의 핵 시설을 파괴했고, 이란 탄도 미사일 발사대 절반 이상을 파괴한다는 목표도 달성했다. 미국에 의한 반강제적 휴전으로 '시작하기는 쉽지만 끝내기는 어려운' 전쟁의 출구도 만들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통해 얻어낸 것이 아직 많지 않다. 휴전 발표 후에도 양측의 미사일 공격이 이어지며 실제 휴전이 제대로 실행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무엇보다 미국과 이란이 다섯 차례에 걸쳐 이어온 핵 협상의 향방은 오리무중이 됐다.

이란 행보에 달린 트럼프 '성과'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직접 게시한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휴전 조건에서도 이란의 향후 핵 개발과 관련된 사항은 발표되지 않았다. 데니스 로스 전 미 국무부 정책기획국장은 이날 로이터에 "이란이 크게 약화됐지만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미래는 여전히 불분명하다"며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에 대해서도 협상이 필요한데, 해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이번 분쟁을 계기로 이란이 향후 협상에 방어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진행될 수 있는 협상에서 이란의 '우라늄 농축 포기'를 포함한 핵 협상을 이끌어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란의 핵 시설에 대한 적확한 타격으로 핵 개발 의지를 꺾은 데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쟁이 장기적으로 비화하는 것도 막아낸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이란과 이스라엘 간 분쟁 종식'이라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최대의 외교 성과가 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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