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1차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새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23일 일부 장관 인사를 단행했다. 대학교수·관료 위주에서 탈피해 정책 현장을 잘 아는 전문가와 상징성 있는 인물을 기용한 게 눈에 띈다. 정치 성향·출신도 넘나들었다. ‘실용 인사’라 할 만하다.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는 국방통인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명했다.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통과하면 5·16 쿠데타 이후 64년 만에 문민 국방장관이 나오게 된다.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도 추진하다 불발된 과제다. 대통령·장관이 국방정책을 지휘하고 군은 전문성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문민통제 본령으로 돌아가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김영훈 한국철도공사 기관사를 고용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한 것은 파격이다. 민주노총 위원장,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을 지낸 그에게 산업재해 축소, 노란봉투법 개정, 주4.5일제 도입 등을 맡긴 것이라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노동권 강화라는 확실한 정책 방향을 보여준 인사이나, 경제계 우려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국내 대표적 인공지능(AI) 전문가인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인선은 AI 분야 국가경쟁력 회복 의지가 반영된 인사다. 네이버 출신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 인선에 이어, 정책 방향·아이디어를 산업현장에서 곧바로 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이사의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기용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이들의 전문성을 정책화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해야 기업인 발탁이 깜짝 실험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동영 의원을 통일부 장관에 재기용하고, 정통 외교관료 출신인 조현 전 외교부 차관을 외교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남북관계 개선과 중동분쟁·통상문제 등 외교 리스크 해결을 국정 중심에 두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집값 상승, 내수 부진 등도 시급한 과제인 만큼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후속 인선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윤석열 정부에서 취임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임, 한나라당 출신 권오을 전 의원의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 지명에 나타난 통합·화합형 인사 기조도 이어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