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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 물가 5년간 꾸준히 상승
서울 김밥 한줄 가격, 3600원 돌파
사진=김범준 한국경제신문 기자
# 토요일 오전 11시. 42세 김모 씨는 숙취를 해결하기 위해 짬뽕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배달앱을 켜고 페이지 상단에 보이는 서울 중구 모 중국집을 눌렀다. ‘해물짬뽕 9000원’. 나쁘지 않은 가격이었다. 주문을 하려고 보니 최소 주문 금액 1만3000원을 맞춰야 했다. 4000원을 더 담아야 하지만 사이드 메뉴 가운데 가장 저렴한 것은 6000원이다. 여기에 배달비 3000원은 별도다. 결국 짬뽕 한 그릇을 먹기 위해 내야 하는 금액은 1만8000원.

김 씨는 결국 배달앱을 끄고 집밖으로 나갔다. 인근 편의점에 들러 짬뽕 컵라면을 골랐다. 가격은 2000원. 해물이 없다는 아쉬움보다 2만원에 가까운 돈을 아꼈다는 뿌듯함이 더 컸다.

# 목요일 오후 8시. 35세 유모 씨는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났다. 비오는 날 막걸리를 먹자며 서울 종로구 한식주점에 들어서자 가격이 눈에 들어왔다. 모둠빈대떡 3만6000원, 고기파전 2만원, 골뱅이무침 2만4000원, 부추전 1만5000원. 심지어 두부김치는 2만4000원이고 도토리묵도 2만원에 달했다. 4명이서 전 3개와 막걸리를 시키려고 하니 10만원이 훌쩍 넘었다. 유 씨는 친구들과 머리를 맞댔다. “우리 그냥 다른 데 갈까?”


먹거리 물가가 천정부지 치솟으면서 외식 한 끼도 사치로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5년 새 외식물가는 25%가 뛰었고 그사이 서민음식으로 통하던 김밥은 2400원대에서 3600원대가 됐다. 자영업자는 원자재값과 인건비 부담에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고 소비자는 ‘무지출’로 대응한다. 얼마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지출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1만원으로 하루를 버티는 콘텐츠를 선보였다. 유튜브에서는 ‘짠테크 브이로그’, ‘짠돌이 일상’ 등이 쏟아지고 있다.
그래픽=박명규 디자이너
◆ 냉면 1만2000원, 김밥 한 줄 3600원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6.27(2020년을 100으로 설정)로 전년 동월 대비 1.9% 상승했다. 최근 1년 월별 소비자물가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1%대 후반에서 2%대로 움직이고 있다.

물가상승의 주된 요인은 먹거리다. 5월 생활물가지수는 119.20으로 나타났는데 식품만 따로 계산할 경우 이 수치는 125.15까지 올라간다. 외식 부문 소비자물가지수는 124.56이다. 식품과 외식 전부 2020년 대비 약 25% 뛰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쌀 20kg 도매가격(6월 17일 기준)은 5만2520원이다. 5년 전 가격(4만8620원) 대비 8.02% 올랐다. 같은 기간 시금치 4kg은 1만2200원에서 1만5760원으로 29.2% 급등했고 감자 20kg은 3만200원에서 3만4820원으로 15.3% 올랐다.

일반 음식들도 가격이 올랐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지역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은 3623원으로 집계됐다. 5년 전 가격(2485원) 대비 45.8% 급등했다.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2000원 초반대였던 김밥은 최근 3000원대 중반까지 올랐고 경기와 경남 등 일부 지역에서는 3500원을 돌파하며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일부 프랜차이즈 분식점에서는 기본 김밥 가격이 4000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냉면은 9000원에서 1만2269원으로 36.3% 올랐고 비빔밥은 8692원에서 1만1462원으로 31.9% 상승했다. 삼겹살은 1만6598원 수준에서 최근 2만원을 돌파해 2만447원(환산 후)을 기록했다.

라면도 올랐다. 6월 첫째주 기준 봉지라면 기준 신라면 5개입의 전체 업태 평균 가격은 4416원, 진라면 순한맛 5개입은 3875원을 기록했다. 5년 전 신라면 가격은 3622원, 진라면 순한맛은 2985원이었다.

외식 물가에 영향을 준 것 중 하나는 배달비다. 2022년은 배달비가 최고점에 달한 시기다. 건당 9000원을 돌파했고 평균 배달비도 5000~6000원대 수준이었다. 이듬해에는 최대 거리 기준 배달비가 1만원을 돌파하면서 입점업체들의 부담도 커졌다. 높아진 배달비를 감당하지 못했던 프랜차이즈 업체는 점주의 배달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제품 가격을 올렸고 외식 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문제로 이어졌다. 자영업자와의 상생을 이유로 플랫폼이 배달비를 꾸준히 낮추고 있지만 여전히 1900∼3400원의 배달비가 든다.

이에 통계청은 2023년 12월 ‘외식 배달비지수’를 공표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이후 배달음식 이용 증가와 배달료 상승에 따른 배달비 체감물가가 오르자 공식적으로 배달비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첫 발표 당시 배달비지수는 104.3(2022년을 100으로 설정)이었으나 해마다 줄어들면서 지난 3월에는 52.0까지 내려갔다. 플랫폼 간 배달 경쟁이 심화하면서 ‘무료 배달’이 자리 잡은 영향이다.

통계청은 5년 주기로 소비자물가지수를 개편하고 있으며 현재 실험적으로 작성하는 배달비 물가를 정식 통계인 소비자물가지수에 편입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배달비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높은 만큼 정식 통계에 포함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래픽=박명규 디자이너
◆ 부자 나라 스위스 다음이 대한민국?전 세계 기준으로도 한국의 물가 부담은 큰 편이다. 실질구매력을 고려한 한국의 음식료품 물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6월 15일 OECD의 구매력평가(PPP: Purchasing Power Parity)에 따르면 한국의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가격 수준은 2023년 기준 147로 OECD 평균(100)보다 47% 높게 나타났다.

PPP를 고려한 물가 수준은 경제 규모와 환율 등 변수를 구매력 기준으로 보정해 국가 간 물가를 비교할 수 있도록 만든 지표다. 실제 각국 국민이 느끼는 체감물가 수준을 비교하는 셈이다.

이번 조사 결과 한국 음식료품 물가 수준은 OECD 38개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았다. 1위는 스위스로 163을 기록했다. 스위스의 물가는 국민소득과 비례한다. 2023년 스위스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9만5160달러를 기록해 전 세계 1위를 기록했다. 1인당 국민총생산(GDP)은 9만9564달러에 달한다.

반면 한국의 1인당 GNI는 3만5490달러(2023년)에 그친다. 1인당 GDP는 3만3121달러다. 스위스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지만 물가는 비슷하다. 한국의 체감물가는 영국(89), 미국(94), 독일(107), 일본(126) 등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한국은행은 올해 하반기에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대 후반을 기록할 것이라 내다봤다. 한은은 6월 18일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상반기 가공식품과 일부 서비스가격이 인상된 점은 연중 (물가 상승률에) 상방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미국 관세정책 전개 양상, 내수 회복 속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은 물가 전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크게 오르지 않아도 취약계층 등의 체감물가는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우려됐다. 한은은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물가상승)기를 거치면서 높아진 물가 수준이 계속 가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그동안 농축수산물 가격이 큰 변동성을 보여온 데다가 최근 가공식품 등 필수재 가격도 인상되면서 취약계층의 체감물가가 높다”고 진단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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