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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상황실에 앉아 있다. AP연합뉴스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미국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이란의 핵시설을 폭격하며 이스라엘-이란 분쟁에 직접 개입했습니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충돌한 지 9일 만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 핵을 포기하라며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이란도 쉽게 물러날 것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번 공습으로 미국이 ‘전쟁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사람들도 많아요.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던 트럼프 정부가 국제분쟁에 직접 발을 들인 이유를 두고도 여러 추측이 나옵니다. 그 사이 죄 없는 민간인 피해만 계속 쌓이고 있습니다.

오늘 점선면은 미국이 어쩌다 이란을 직접 공격하게 됐는지,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를 짚어봅니다.

점(사실들) : ‘벙커버스터’ 동원해 핵시설 폭격

미국이 지난 21일 이란 핵시설 3곳(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을 폭격했습니다. 미군은 지하 깊은 곳에 있는 핵 시설을 파괴하기 위한 초대형 폭탄인 ‘벙커버스터(GBU-57)’ 12대와 미사일 30기를 사용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격이 성공적이었다고 했지만, 이란은 “미국의 공격을 예상하고 핵 시설을 미리 빼 결정적 피해는 없었다”고 했습니다. 미국이 이란 본토를 공격한 건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처음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향해 “추가 공습 계획도, 정권교체 계획도 없다”면서도 “핵개발을 중단하지 않으면 다시 공격받을 것”이라며 추가 공격 가능성을 시사했어요. 이란은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위험한 전쟁을 시작했다”며 “중동의 모든 미국 시민이나 군인은 이제 합법적인 표적이 됐다”고 맞받았습니다.

선(맥락들) : 트럼프, 네타냐후에게 휘둘렸나?

미국은 분쟁 시작 후 한동안 무력 개입을 경고해 왔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아 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격 계획을 승인해두고도 최종 공격 명령을 내리지 않았는데요. 미국은 이란에 2주의 협상 시한을 줬지만 이란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결국 분쟁 발생 9일 만에 미국은 이란을 직접 공격합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영토 밖의 문제에 개입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 어쩌다 가장 극단적인 개입인 ‘참전’을 선택하게 된 걸까요? 많은 이들은 참을성이 부족한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용했다고 보고 있어요. 인내와 끈기로 ‘체스의 달인(그랜드마스터)’이라는 별명을 얻은 네타냐후 총리의 수에 트럼프 대통령이 휘말렸다는 것이죠.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모두 이란의 핵 보유를 막고 싶어 했습니다. 다만 전쟁을 원한 네타냐후 총리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으로 문제를 풀어가고 싶었어요. 네타냐후 총리가 두 차례나 백악관을 방문해 이란 공격을 도와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하기도 했습니다. 4월12일부터는 이란과 핵 협상을 시작하고요.

상황이 바뀐 건 지난달 중순쯤부터였어요. 미국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임박했고 이를 막을 방법이 별로 없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합니다. 6월부터는 이스라엘의 공격이 확정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요. 미국은 내키지 않지만 결국 이스라엘을 돕기로 결정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이스라엘이 전쟁을 일으키면 미국은 결국 도울 수밖에 없다고 확신했다고 해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이 성공하면서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이번 분쟁에 물밑에서 더 많이 개입했다고 은근히 강조한 건데요. 뉴욕타임스는 “공을 인정받고 싶어 안달이 난 것”이라고 했습니다.

면(관점들) : 더 발 들였다간 ‘이라크의 악몽’

미국의 이번 폭격으로 이스라엘-이란 분쟁은 더 격화되고 장기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란은 미국이 자신들을 공격하면 이라크, 바레인, 카타르 등 중동 곳곳에 있는 미군 기지들을 공격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입니다. 중동 전역이 포화에 휩싸일 수 있는 겁니다. 중동에는 미군이 4만명 이상 주둔하고 있습니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라크·시리아 민병대, 예멘 후티 반군 등 친이란 무장단체들이 이스라엘과 미군을 공격할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이란이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등 세계 경제에도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제 막 기지개를 켜던 한국 경제도 충돌의 여파로 멈칫했습니다.

원래도 반정부 여론을 강경하게 탄압해 온 이란은 ‘외부의 적’을 이유로 더 강한 내부 통제에 섰습니다. 이란 정권은 이스라엘의 공습과 주요 인사 표적 암살로 위기에 몰려 있는데요. 정권 전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국내 불만을 잠재우고 결집을 꾀하고 있습니다. 민간인 수백명의 죽음을 지켜본 이란 국민들도 당장은 정부에 대한 불만보다 이스라엘·미국에 대한 분노가 더 크다고 합니다.

전쟁이 격해지고 길어지면 미국도 좋을 것이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큰소리를 치고 있지만, 전쟁이 확대되고 지상군을 투입하게 되면 이라크 전쟁 때처럼 ‘수렁’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란은 이라크보다 국토도 훨씬 넓고 인구도 많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만큼 반발은 더 커질 것으로 보여요. 미국 공화당 안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위태로워지는 국제정세 아래에서 민간인들은 계속 죽어가고 있습니다. 춤을 좋아하던 8살 이란 소녀의 죽음, 이란 미사일에 맞은 이스라엘 병원의 사연 등 안타까운 이야기가 계속 들려옵니다. 외교부는 이스라엘·이란에 사는 교민들을 대피시키고 있습니다. 더 큰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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