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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송승한 컬리 라이프·패션 본부장
1분기 패션·리빙 등 3P 거래액,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
기존 오픈마켓과 달리 검증된 단 하나의 상품만 입점
풀필먼트 거래액도 10배 성장… 향후 조 단위 거래액 자신

지난해 9월 컬리는 라이브 방송(라방)으로 ‘오르(ORR)’의 캐시미어 니트를 하루 만에 15억원어치 팔았다. 이 브랜드가 지난달 진행한 여름 신상품 라방은 2시간 만에 10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신선식품을 새벽에 배송하는 ‘샛별배송’으로 유명한 컬리가 최근 패션·리빙 등 비식품군 상품을 판매하는 3P(3자 물류) 사업을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다. 3P란 컬리가 재고를 보유하고 배송하는 1P(직매입) 방식과 달리, 판매자가 재고를 직접 관리하고 배송하면서 유통 플랫폼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선보인 뷰티컬리, 컬리나우(퀵서비스) 등과 같은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컬리의 충성 고객들이 다른 상품도 구매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컬리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만난 송승한 컬리 라이프·패션 본부장. /컬리 제공

23일 컬리에 따르면 전체 거래액에서 3P 사업 비중은 한 자릿수 수준이지만, 성장세는 사업부 중 가장 높다. 3P 사업의 지난해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3% 증가했고, 올해 1분기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72% 늘었다. 또한 3P는 2023년 8월 출범한 풀필먼트 서비스 FBK(Fulfillment By Kurly)과 연계한 수익성 개선에도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FBK 사업 거래액은 전년 대비 약 10배 성장했다.

흔히 커머스 플랫폼 업계에서 3P 사업은 오픈마켓과 동의어로 쓰인다. 그러나 컬리 측은 ‘여러 판매자가 자유롭게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장터’인 오픈마켓과 컬리의 3P는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한다. 기존의 오픈마켓이 동일한 브랜드나 상품을 파는 여러 셀러(판매자)를 입점시켜 가격 경쟁을 시키는 것과 달리, 컬리의 3P는 컬리가 검증한 상품만을 판매해 품질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즉, 1P의 장점을 3P에 이식해 ‘컬리만의 3P’ 방식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조선비즈는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컬리 본사에서 송승한 컬리 라이프·패션 본부장을 만나 컬리의 3P 사업에 대한 구상을 들어봤다. 앞서 이베이코리아에서 ‘스마일배송’ 사업을 총괄한 송 본부장은 2021년 샛별배송 자회사인 컬리 넥스트마일 최고경영자(CEO)로 합류했고, 현재 컬리의 3P 비즈니스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3P는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상품 판매를 최적화하는 하나의 수단”이라며 “향후 3P 거래액을 조 단위까지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음은 송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컬리에 입점해 성장한 여성복 '오르'. 오르는 지난해 9월 컬리에서 처음 진행한 캐시미어 니트 판매 방송(라방, 오른쪽)에서 하루 만에 15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컬리 제공

―컬리의 3P 사업에 대해 소개해 달라.

“컬리는 2021년부터 여행 등 비식품군 판매를 시험해 왔고, 2023년 하반기부터는 조직을 갖춰 운영하고 있다. 나는 올 초 본부에 합류했다.

흔히 ‘3P=오픈마켓’이라고 여기지만, 우리는 카테고리 관점에서 3P를 시도했다. 그동안 컬리는 큐레이션 기반으로 상품을 골라 직매입 방식으로 판매했으나, 비식품을 같은 방식으로 서비스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특히 패션·리빙은 고객의 취향(색상, 디자인, 사이즈 등)과 트렌드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한두 개의 상품을 대량으로 매입하기보다 트렌드에 맞춰 재고를 소량 확보해 판매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좋은 상품을 잘 골라 제안하는 게 컬리의 최고 가치이고, 그걸 잘하기 위해 3P라는 수단을 활용해 ‘컬리만의 3P’ 방식을 만들었다. 그래서 본부 명칭도 3P 본부가 아니라 라이프·패션 본부다. 예컨대 기존 오픈마켓처럼 누구나 와서 판매하는 게 아니라, 파트너사를 선별해 입점시킨다. 여러 판매자가 동일한 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브랜드 본사나 브랜드가 인증한 파트너사를 통해 단 하나의 상품을 판매한다. 또 입점 후에는 매주 상품 위원회(Product Committee)를 진행해 상품을 검증한다. 이는 컬리가 매주 여는 식품 품평회와 동일한 과정이다.

오픈마켓이 모든 구색을 갖추고 검색해 사게 하는 에브리씽 스토어(Everything Store)라면, 컬리는 어느 정도 검증된 상품을 판매한다. 현재 3P는 1500여개 브랜드, 약 4만개 상품을 갖췄다. 패션, 리빙, 주방용품 비중이 가장 크고, 가구, 홈 인테리어, 소형 및 주방 가전 등도 취급한다."

―패션·리빙 분야 진출이 상대적으로 늦었다.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가.

“직매입처럼 3P 상품도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치는 게 차별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컬리 고객들은 기본적으로 좋은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무조건 싸거나 비싼 것이 아닌, 명확한 스타일이나 취향을 가진 상품을 선호한다.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상품군도 거기에 맞춘다. 패션의 경우 어느 플랫폼에서나 살 수 있는 상품보다 독립 디자이너 브랜드를 주로 들인다. 가격대가 조금 있지만, 콘셉트가 명확하고 품질이 좋은 상품 말이다.

예를 들어 ‘오르’는 컬리에만 입점한 여성복인데, 지난달 여름 상품을 판매하는 라방에서 2시간 동안 10억원 이상을 판매했다. 조회수는 24만 회가 나왔다. 프리미엄 주방용품이나 호텔 침구 등도 하루 매출이 몇억원씩 나온다. 주 타깃인 30~40대 고객들이 관심 가질 만한 좋은 구색을 발굴해 소구했을 때 폭발력이 큰 편이다.

또한 식품 카테고리에서 자체 브랜드(PB)나 단독 상품을 운영하는 것처럼,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에도 유사한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얼마 전엔 컬리 10주년을 기념해 보라색 용기와 텀블러 등 단독 상품을 만들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아울러 2023년 8월 출점한 FBK를 연계한 물류 경쟁력도 차별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컬리 웹사이트의 패션 카테고리. /웹사이트 캡처

―타사 풀필먼트 서비스와 비교해 FBK는 어떤 강점이 있나.

“컬리의 패션 상품 절반이 새벽 배송으로 판매된다. 고객들이 기본적으로 새벽 배송 받는 걸 좋아하기에, 어느 정도 판매가 올라오는 상품들은 FBK 형태로 전환한다. 장을 보다가 패션이나 리빙 상품을 같이 담는 효과가 있어 구매 전환율이 많이 올라간다. 브랜드사 입장에서도 컬리 입점에서 기대하는 게 새벽 배송이라 FBK 시스템 고도화에 신경을 쓰고 있다. 최근에는 파트너사들이 관리하는 FBK 시스템을 대규모로 개편했다. 예컨대 창원, 평택, 김포 등 각 물류센터의 재고량에 맞춰 상품을 언제쯤 입고하면 될지를 빠르게 최적화해 주는 식이다.

패션의 경우 물류 난도가 높다. 색상과 사이즈가 다양하고, 계절마다 신상품이 쏟아진다. 물건도 옷걸이에 걸어 보관해야 한다. 또 브랜드마다 가진 고유한 콘셉트와 감성이 있기 때문에 식품의 구매 패턴과 차이가 있다. 다만, 전체 패션 시장이 아니라 컬리에 맞는 패션 브랜드의 집합이라고 생각하면, 우리는 고객들에 대한 이해가 높고 물류를 직접 핸들링한다는 장점이 있다."

―3P 사업이 컬리의 수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식품은 단가가 낮은 대신 매일 방문해 구매하고, 라이프스타일은 단가가 높은 대신 구매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고객들이 장을 보면서 새로운 상품을 발견하고 구매하게 해 시너지가 나도록 하고 있다. 3P 사업의 거래액을 비중으로 따지면 한 자릿수 수준이지만, 성장세를 보면 올해 두 자릿수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사실 3P를 한다고 무조건 수익성이 좋다고 보긴 어렵다. 직매입했을 때 발생하는 재고 부담 등이 3P에선 덜하니 그런 점에선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3P만 하는 오픈마켓 플랫폼들이 돈을 버는 사례는 많지 않다.

결국 3P를 하더라도 공식 브랜드사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좋은 상품을 잘 제공하는 형태로 운영해 수익성을 확보하려 한다. 또 3P를 통해서 광고 수익도 확대할 수 있다. 기존 직매입 형태로는 광고를 적용하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상품 진열을 통한 광고 등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샛별배송'으로 국내에 새벽 배송 시장을 연 컬리. /컬리 제공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전략은 무엇인가.

“컬리에서 생활용품이나 패션을 살 수 있다는 걸 모르는 분들이 여전히 많다. 올해는 최대한 많은 고객이 우리가 제공하는 상품들을 경험하게 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최대한 상품 구색을 다양하게 늘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 또 그렇게 늘어난 구색을 고객들에게 임팩트 있게 보여드리고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및 세일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이달부터 컬리에서 리빙 페스타와 패션 페스타 기획전을 격월로 진행하는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최근 10주년 기념 TV 광고를 보면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이런 것도 컬리에서 사?”라는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오는데, 컬리가 패션·리빙 상품도 판매하는 걸 강조한 것이다."

―향후 목표는.

“몇 년이 될지 모르겠지만, 3P가 조 단위 비즈니스로 성장할 거라고 확신한다. 장기적으로 3P가 컬리의 신규 사업이 아니라, 카테고리 측면에서 당연해지게 하는 게 목표다. 김슬아 대표와도 오프라인에서 좋은 걸 사고 싶을 때 백화점에 가듯, 온라인에서 감성 있고 좋은 걸 사고 싶을 때 검색하지 않고 컬리를 찾게 하자고 말한다. 백화점에 층별로 다양한 상품이 있듯이, 컬리에도 여러 종류의 좋은 것들이 모여 하나의 플랫폼이 되는 형태로 발전하길 바란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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