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미국 공군이 AP통신사를 통해 지난 2023년 5월 2일(현지시간) 배포한 자료 사진으로 미국 미주리주 휘트먼 공군기지에서 공군병사들이 '벙커버스터'(GBU-57)를 운용하는 모습. 미 공군 제공.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이란 포르도를 포함한 주요 핵시설 3곳을 직접 타격하면서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충돌에 결국 참전했다. 현재의 중동 상황을 한반도에 즉자적으로 대입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핵·미사일 관련 시설뿐 아니라 최고지도부의 생존을 위한 은닉시설까지 지하에 갖춘 북한도 이란과 같은 처지에 내몰릴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미국의 대북 군사 옵션이 현실화할 가능성과는 별개로 무력하게 지하 시설을 파괴당한 이란의 사례는 말 그대로 '정권의 생존'을 위해 견고한 지하시설 구축에 공을 들여온 북한에게는 그 자체로 공포가 될 수 있다.



北 지하시설도 예외 아냐
북한은 6·25전쟁 당시 미군이 주도한 유엔군의 엄청난 공중 포격을 경험한 이후 전 국토를 요새화한다며 주로 화강암 지대에 6000개 이상의 지하 시설물을 건설했다. 고(故)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북한 지휘부가 유사시에 숨기 위해 평양 지하 300m 지점에 거대한 은닉시설을 만들어놨다고 밝혔다.

또 상당수의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생산·저장도 지하 시설을 활용하고 있다는 게 한·미 정보당국의 평가다. 영변 핵단지, 풍계리 핵실험장, 강선 우라늄 농축시설이 대표적이다.

수령 결사옹위 정신을 강조하는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보위(保衛)를 위해 평양 일대에 핵탄두 생산·보관 시설을 뒀을 가능성도 상당하다. 백두혈통을 지키기 위해 평양을 핵 갑옷을 두른 요새로 만든 셈이다. 실제 평양 만경대구역의 원로리 일대에 있는 지하시설의 경우 고농축우라늄(HEU) 생산을 위한 비밀 장소로 수년간 지목돼왔다.

북한이 2023년 12월 발사한 고체연료 기반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이 지하로 추정되는 은닉시설에서 발사를 위해 기동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같은 전략 무기도 평양 인근의 지하시설에 자리하고 있을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2023년 12월 화성-18형 시험발사 장면에 단서가 있다"며 "이동식 발사차량(TEL)이 비포장도로를 기동해 임의의 장소에서 ICBM을 발사하는 새로운 행태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화성-18형을 실은 TEL이 직선형 터널에서 도로를 따라 밖으로 나온 걸 보면 ICBM 운용을 위한 지하 시설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한·미는 이런 핵심 표적의 위치를 파악하고, 유사시 타격 훈련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트럼프가 2019년 2월 북·미 정상 간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이 숨겨왔던 핵시설을 5곳으로 특정한 게 방증이다.



이란 폭격 지켜본 김정은의 충격과 공포
앞서 트럼프는 지난 17일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위치를 알고 있다. 그는 쉬운 표적"이라고 항복을 압박하기도 했다. 이에 하메네이가 자신이 암살 당할 경우에 대비해 후계자 후보 3명을 지명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는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입장에서는 자신의 안위와 직접 연결시켜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란도 북한과 마찬가지로 산악지대인 포르도 지역에 핵시설을 만들어 외부의 공격에 대비했다. 특히 지하 80~90m 깊이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메인 홀'은 이스라엘이 가진 폭탄으로는 뚫을 수 없을 만큼 깊고 견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런 지리적 이점에도 이란의 핵시설은 결국 미국의 표적으로 전락했다. 트럼프는 공습 뒤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란의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3개 핵 시설을 공습했고 주요 핵농축시설을 완전히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란은 앞으로 상당 기간 물리적으로 핵 개발이 어려운 상황을 맞은 것이다.

북한으로서도 이미 구축한 지하 은닉 시설의 신뢰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무기나 핵 물질을 재배치하거나 분산하기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의 비용이 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밤 10시 백악관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란의 핵시설 3곳을 공습했다고 밝히는 모습. AP, 연합뉴스



괴물 미사일 현무-Ⅴ도 대기 중
북한이 자랑하는 지하시설에 한·미의 타격 수단이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할지도 이란 사례를 통해 가늠할 수 있다. 이번에 이란 포르도 핵시설을 때린 미 GBU-57은 2011년부터 오직 미국만 보유해온 현존하는 최강 벙커버스터다. 정식 명칭인 '정밀 유도 폭탄(Guided Bomb Unit)' 뒤에 '초대형 관통 폭탄(Massive Ordnance Penetrator)'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무게만 13t 이상인 GBU-57은 B-2 스텔스 폭격기에서 투하돼 철근 콘크리트 60m 이상 두께를 뚫을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위력 때문에 GBU-57은 사실상 실전용보다는 억제용 전략무기로 분류되곤 했다. 포르도 핵시설 타격 전까지 실전에서 활용된 사례가 없다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일각에선 포르도 핵시설이 지하 90m에 자리해 GBU-57로 파괴가 힘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미국은 6발을 집중적으로 투하해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물에서 "포르도는 끝장났다(FORDOW IS GONE)"고 밝혔다. 이스라엘 측은 포르도를 파괴할 건 GBU-57뿐이라면서 줄곧 미 측의 개입을 촉구해왔다.

지난해 10월 1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6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지대지 미사일 현무-5가 분열하고 있다. 뉴스1
북한이 두려워할 대상은 GBU-57만이 아니다.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한국의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급 현무-Ⅳ·Ⅴ도 북한의 지하시설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비닉(秘匿) 사업으로 개발된 탓에 정확한 제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군 안팎의 전언을 종합하면 현무-Ⅴ의 탄두 중량은 8t으로 현무-Ⅳ의 2t보다 위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모두 100m 이상 지하를 뚫고 들어갈 수 있다는 평가다.

특히 지대지 미사일로 대규모 발사가 가능하다는 점은 폭격기에서 투하되는 벙커버스터보다 위협적일 수 있다. 미국의 벙커버스터에 가세해 현무 수십 발이 마하10 이상의 속도로 핵시설이나 김정은의 은신처를 한 번에 때리면 북한으로선 당해낼 방도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군 당국은 현무-Ⅳ·Ⅴ 수백 기를 양산해 배치할 것이라고 한다.

정부가 2023년 현무-Ⅳ에 이어 2024년 국군의날 행사에 현무-Ⅴ를 연이어 공개했을 때 북한이 "기형 달구지", "분식된 흉물"(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 등으로 비난한 것 자체가 공포감을 반영한다는 게 군 내부의 평가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0744 G80의 질주…글로벌 판매 50만대 돌파 new 랭크뉴스 2025.06.22
50743 [美 이란 공격] 이란군 "중동 美기지 취약"…보복 경고(종합) new 랭크뉴스 2025.06.22
50742 李 대통령 나토 정상회의 안 간다... "중동 정세 불확실성 고려" new 랭크뉴스 2025.06.22
50741 “연봉 8천만원 직장인, ‘소비쿠폰’ 10만원 더 받을 수 있나요?” [Q&A] new 랭크뉴스 2025.06.22
50740 구로구서 재활용차가 전선 건드려 전봇대 꽈당…일부 정전 new 랭크뉴스 2025.06.22
50739 37시간 날아간 美 B-2 폭격기…벙커버스터 14발 첫 실전 투하 new 랭크뉴스 2025.06.22
50738 국정기획위 “공직사회, 세상 바뀐 것을 전혀 인지 못하는 것 아닌가” new 랭크뉴스 2025.06.22
50737 [속보] 이 대통령 나토 정상회의 참석 않기로…“중동정세 불확실성 고려” new 랭크뉴스 2025.06.22
50736 李대통령 '통합 오색국수' 오찬 마련…野 'A4용지 3장' 작심발언 new 랭크뉴스 2025.06.22
50735 李대통령, 나토회의 참석않기로…"국내현안·중동정세 고려" new 랭크뉴스 2025.06.22
50734 검찰, 건진법사가 김건희 측에 보낸 ‘통일교 간부 윤 취임식 초청’ 청탁 명단 확보 new 랭크뉴스 2025.06.22
50733 B-2, 37시간 논스톱 비행… 포르도에 벙커버스터 12발 투하 new 랭크뉴스 2025.06.22
50732 [단독] 정치 개입 의혹 ‘국정원 신원조사센터’ 손본다 new 랭크뉴스 2025.06.22
50731 [속보] 이란혁명수비대 "중동 미군기지 취약"…보복 시사 new 랭크뉴스 2025.06.22
50730 李대통령, 나토 참석 않기로…“중동 정세 불확실” new 랭크뉴스 2025.06.22
50729 '침묵의 암살자' B-2, 37시간 날아 벙커버스터 12발 꽂았다 new 랭크뉴스 2025.06.22
50728 [속보] “李대통령, NATO 정상회의 직접 참석 안해” new 랭크뉴스 2025.06.22
50727 신형 '벙커버스터' 위력은…13.6톤 초강력 폭탄, 지하 60m 뚫고 폭발 new 랭크뉴스 2025.06.22
50726 [속보] 李대통령, 나토 정상회의 불참... 대통령실 "국내 현안·중동 정세 고려" new 랭크뉴스 2025.06.22
50725 [속보]이 대통령, 나토 정상회의 참석 않기로 결정 new 랭크뉴스 2025.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