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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년 만에 이란 본토 타격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가 지난 4월 30일 미주리주 와이트먼 공군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다. 노블노스/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 21일(현지시각) 이란 지하 핵시설 포르도 등 3곳을 직접 폭격했다. 특히 포르도에는 최신형 벙커버스터인 지비유-57(GBU-57) 6발이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미국이 이란 본토의 주요 시설을 직접 타격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사실상 전쟁행위로 간주된다. 이란의 보복이 이어질 경우 광범위한 전쟁으로 확대될 위험이 있어 중동 전역의 군사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10시 백악관에서 이번 공격과 관련해 대국민 연설을 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 47분(한국시각 22일 오전 8시47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 지하 핵시설인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등 총 3곳을 폭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이란 내 3개의 핵시설,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을 대상으로 한 매우 성공적인 공격을 완료했다. 모든 전투기는 현재 이란 영공을 벗어났으며, 주공격 대상인 포르도에 폭탄을 완전 투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항공기는 무사히 귀환 중이다. 위대한 미군 전사들에게 축하를 보낸다. 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군대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 지금이야말로 평화를 위한 시간이다”라고 덧붙였다. 이후 “포르도는 끝장났다”는 게시물을 공유했다.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이란 고위 관리 3명을 인용해 “미국군이 오전 2시30분(이란 현지시각·한국시각 오전 8시)께 포르도와 나탄즈를 폭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날 작전에는 B-2 폭격기가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포르도 폭격에는 벙커버스터 중에서도 최신형인 지비유-57(GBU-57) 6발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뉴스는 “포르도 시설에 지비유 총 6발 투하됐다. 이 말은 지하에 존재하던 모든 핵 관련 시설은 완전히 파괴되었을 것이며, 사실상 포르도는 “없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의미”라며 “나머지 두 시설에 어떤 무기 체계가 사용되었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포르도를 타격하기 위해 다수의 미국 B-2 폭격기가 투입되었다”며 “다른 미국 전투기가 이번 공습에 사용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날 아침 일찍 B-2 폭격기들이 미국 미주리에서 서쪽으로 향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폭격기들은 괌으로 향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폭격기들이 실제로 이번 공격에 사용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스라엘이 이번 주 수백 건의 공습과 정보전을 통해 이란의 대공 방어 체계를 무력화시키며 미국의 공습 경로를 실질적으로 확보했다”며 “이에 따라 미국의 직접 군사 개입이 가능해졌다”고 분석했다.

이날 공습 대상 중 하나인 나탄즈는 이란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우라늄 농축 시설로, 이미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은 상태였다. 이 시설은 15년 전 부시와 오바마 행정부가 사이버 공격으로 타격했던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당시 은밀한 사이버 공격은 부시와 오바마 행정부 모두 직접 폭격은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르도는 이란이 2021년부터 고농축 우라늄 대부분을 생산해온 핵심 시설로, 지하 산속에 위치해 공습이 극히 어려운 곳이다. 미국은 특수 벙커버스터 폭탄을 이용해 타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파한은 우라늄을 원심분리기에 넣을 수 있는 형태로 전환하는 핵심 시설들이 위치해 있었으며, 이스라엘이 일부 파괴했지만 지하에는 여전히 약 10개 핵무기 제조에 충분한 고농축 우라늄이 저장되어 있었다. 이번 공습으로 해당 물질이 파괴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10시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예고하며 “이번 작전은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전 세계에 있어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란은 이제 이 전쟁을 끝내는 데 동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내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강력히 지지하고 나섰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 존 튠 상원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저지했다”고 평가했다. 로저 위커 상원 군사위원장도 “이란 정권의 실존적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적절한 결정”이라며 지지를 보냈고, 짐 리쉬 상원 외교위원장도 “정확하고 제한적인 공습이었다”며 지상군 투입은 없을 것이라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의회의 승인 없이 군사 행동이 이뤄졌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공화당의 토머스 매시 의원과 민주당의 로 카나 의원은 전쟁권한법에 따른 의회 표결을 요구했고, 마저리 테일러 그린 의원은 “이것은 우리의 싸움이 아니다”라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미국 국무부는 이스라엘에 체류 중인 미국 시민 및 영주권자들을 위한 대피 항공편 운항을 시작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날 텔아비브에서 아테네로 향하는 두 편의 항공기가 출발했다”고 전했다.

이란은 앞서 미국이 분쟁에 개입할 경우 중동 전역에 배치된 미군을 타격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외교관계협의회 중동 연구 수석 연구원인 레이 타키예는 뉴욕타임스에 “그들은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굴욕을 당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자존심을 회복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공격은 전쟁 행위로 간주된다. 지미 카터 대통령 이래로 여러 미국 대통령들이 피하려 했던 일”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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