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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 상대 시정명령 취소 소송 내 승소
법원 “면사랑과 거래 지속해도 돼” 판결
생계형적합업종법상 ‘사업확장’ 법리 제시
[법알못 판례 읽기]


충북 음성군 오뚜기 대풍공장. 사진=오뚜기


오뚜기가 30년 넘게 국수 등을 납품받아 온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 면사랑과의 거래 관계를 당장 끊어야 한다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처분은 위법했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중기부의 항소 가능성이 남아 있어 판결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당분간 오뚜기는 면사랑과의 거래를 지속할 수 있게 됐다.

중기부는 국수·냉면 제조업이 영세 소상공인의 생존권 보장 차원에서 지정된 ‘생계형적합업종’인 점에 기반해 오뚜기가 덩치를 키운 면사랑과 더 이상 거래해선 안 된다고 명령했다.

그러나 법원은 기존에 거래 관계를 맺고 있던 기업이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경우까지 생계형적합업종법을 적용해 제한할 수는 없다며 중기부의 처분을 무효화했다.

중소→중견기업 성장이 ‘사업확장’인가


서울행정법원 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6월 12일 오뚜기와 면사랑이 중기부가 내린 시정명령을 취소해달라는 취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사건의 발단은 2020년 3월 3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기준 면사랑은 3년간 평균 매출액이 1000억원을 넘어서면서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에서 벗어나게 됐다. 다만 3년간의 유예 규정(구 중소기업기본법 기준)에 따라 대기업으로 분류되기 시작한 것은 2023년 4월 1일부터다.

이를 인지한 오뚜기와 면사랑은 2023년 3월 말 중기부에 사업확장 승인을 요청했다. 소상공인생계형적합업종지정에 관한 특별법(생계형적합업종법) 8조는 대기업 등이 생계형적합업종의 사업을 인수·개시 또는 확장해선 안 된다(1항)고 규정하는데 “소비자의 후생과 관련 산업에의 영향을 고려해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2항)는 심의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예외를 허용한다.

오뚜기는 면사랑으로부터 납품받는 국수·냉면을 최대 연간 출하량의 110% 이내까지 줄이는 것을 승인 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열린 생계형적합업종 심의위원회는 두 기업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2024년 2월까지 약 3개월간의 이행 기간을 부여하고 오뚜기에 이 기간 내 대체 거래처를 찾으라고 명했다.

그러자 오뚜기는 “수십 년간 우수한 품질의 식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오던 면사랑과의 거래가 일시 중단되면 매출·이익 감소, 업계 점유율 및 신용도 하락 등 중대한 손해를 입게 된다”며 소송을 제기하고 중기부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2024년 2월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오뚜기와 면사랑 간 거래는 본안 판단까지 계속돼 왔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생계형적합업종법 8조 문언상 ‘사업확장’의 의미였다. 기존 법이나 시행령 등에서 사업확장의 정의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아 별도의 법원 판단이 필요했다.

재판부는 ‘침익적 행정행위’(국민의 권익을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처분)는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면서 사업확장을 관련 중기부 고시에 명시된 경우로 최대한 좁게 봐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생계형적합업종법 8조는 “그 자체로 대기업 등의 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어서 침익적 행정행위에 해당하고 이에 따라 관계 규정도 명확하고 엄격하게 해석돼야 한다는 얘기다.

면사랑 제품 이미지. 사진=면사랑 홈페이지 캡처


“업종 특성 고려 출하량 기준 판단해야”


국수·냉면 제조업 생계형적합업종 지정 고시는 사업확장을 ‘사업장이나 시설의 증가와 관계없이 최대 연간 출하량을 초과해 생산·판매하는 경우’로 규정한다. 다만 ‘중소기업 OEM을 통한 연간 생산·판매 출하량이 최대 연간 OEM 출하량의 130% 이내’인 경우, ‘연간 직접 생산·판매 출하량이 최대 연간 직접 생산 출하량의 110% 이내’인 경우를 예외로 두고 있다.

재판부는 해당 고시에서 사업확장 여부를 판단할 때 ‘출하량’을 주요 기준으로 삼은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국수·냉면 제조업 특성상 대기업은 설비의 추가 확장 없이도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용이하지만 생산 시설이 노후화한 경우가 많은 중소기업에선 설비를 확장해야만 생산량이 유지되는 경우가 있어 ‘사업장·시설의 증가’로는 생산 증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중기부는 면사랑과 같이 기존에는 중소기업이었다가 대기업 등(중견기업)으로 분류가 변경된 경우가 “최대 연간 출하량 초과 여부와 무관한 사업의 실질적 확장”에 해당한다며 생계형적합업종법 8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업확장에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양적 확장 역시 소상공인의 영업 활동 전반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중견기업으로 전환될 당시 3년간의 유예 기간이 주어졌음에도 오뚜기가 대체 거래처를 찾지 않은 것도 불승인 처분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런 논리에 수긍하지 않았다. 중기부 주장대로라면 당해 대기업의 국수·냉면 연간 생산·판매 출하량이 전혀 증가하지 않았거나 감소한 경우라 하더라도 사업확장에 해당하게 돼 생계형적합업종법과 관련 고시상 문언의 통상적 의미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재판부는 “사업확장은 대기업이 종전에 영위하던 생계형적합업종 사업의 범위나 규모를 늘려서 넓히는 것을 의미한다고 봐야 하고 이런 통상적 의미를 벗어나선 안 된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생계형적합업종법의 입법 취지는 이 업종에 대한 대기업의 ‘진출’을 억제해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국민 경제의 균등한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지 대기업이 기존에 영위하던 사업 규모나 기존 납품업체들과 형성해 왔던 거래 규모를 축소하는 것까지 예정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면사랑 사례를 대기업의 사업확장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최대 연간 출하량’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원고들이 국수·냉면에 대한 OEM 거래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허용돼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면서 오뚜기와 면사랑 간 OEM 거래가 합법이라고 봤다.

중기부가 오뚜기와 면사랑 간 거래를 전면 중단하도록 한데 대해 재판부는 “재량권의 일탈·남용”이라고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두 회사 간 종전 OEM 거래량을 보면 (이행 기간으로 주어진) 3개월 이내에 동등한 품질을 유지하면서 같은 거래량을 공급할 수 있는 대체 거래처를 확보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던 것으로 보이고 종전 OEM 거래량이 유지되는 이상 면사랑의 지위 변동만으로는 소상공인의 영업 활동에 실질적 위축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비례의 원칙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중기부 처분이 내려질 당시 오뚜기에 대한 면사랑의 납품 비중은 20% 안팎이었다. 중기부는 두 기업에 내린 시정명령이 “단순 권유 내지 안내”였다며 소송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들은 해당 처분으로 인해 거래를 종료하고 대체 거래처를 찾아 그 결과를 보고할 의무를 지게 됐으며 불이행 시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을 수 있었다”며 시정명령의 처분성을 인정했다.

[돋보기]

‘친족 기업’ 간 거래 허용…중기부, 항소할까


오뚜기는 “법원 판단에 감사하며 좋은 품질의 제품으로 식품 회사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기부는 항소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는 분위기다. 1심 판결에 불복하는 것 자체가 민간 기업의 경영활동에 제동을 거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어서다.

면사랑은 오뚜기의 친족 기업이다. 정세장 면사랑 대표가 오뚜기 창업주인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의 맏사위이자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매형이다. 오뚜기와의 거래는 1993년부터 지금까지 30년 넘게 계속돼 왔고 내부 거래 논란이 심심찮게 불거졌다.

일각에선 오뚜기와 면사랑의 이 같은 특수관계가 중기부 처분에 영향을 미쳤을 거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장서우 한국경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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