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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내란 재판의 재구성③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4월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 재판 2차 공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내란 재판의 재구성’은?

2024년 12월3일, ‘내란의 밤’은 한국 현대사의 가장 충격적인 장면 중 하나였습니다. 시민들은 주저앉지 않았습니다. 다시는 민주주의를 빼앗길 수 없다는 열망으로 광장과 거리에 섰습니다. 그 바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과 기소로 이어졌습니다. 같은 비극을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한겨레는 법정에 세워진 내란 사건을 격주마다 기록해 독자들께 전합니다.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내란 재판의 재구성(https://www.hani.co.kr/arti/SERIES/3312)를 구독해 생생한 그 역사의 초고를 확인해보세요.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장 윤석열을 ‘국민 검사’의 반열로 올린 이 한 마디는 12년이 지나 그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왔다. 외압에 굴하지 않겠다는 ‘윤석열의 소신’을 반복한 사람은 비상계엄 선포로 국회 출동 지시를 받았던 계엄군 현장 지휘관이었다.

2025년 4월2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사건의 2차 공판이 열렸다. 이날은 ‘피고인 윤석열’의 법정 모습이 처음 공개된 날이기도 했다. 재판부는 1차 공판기일에서는 법정 내부 촬영을 불허했다가 2차 공판에서 “국민 관심과 국민의 알 권리 등을 고려했다”며 허가했다. 이날 오전 9시57분께 법정에 들어선 윤 전 대통령은 방송 카메라 쪽을 한번 바라본 뒤, 취재진을 의식한 듯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두고 앉았다. 플래시 세례가 시작되고, 윤 전 대통령이 피고인석에 앉는 장면이나 변호인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 입정하는 재판부를 향해 인사를 하는 장면 등이 카메라에 담겼다. 3∼4분간의 촬영 뒤 촬영기자들이 철수하고 나서야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다.

이날 재판에서는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대령)과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중령)에 대한 윤 전 대통령 쪽 반대신문이 진행됐다. 조 단장은 이날도 이진우 당시 수방사령관으로부터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증언을 이어갔다. 조 단장은 윤 전 대통령 쪽의 압박 질문에 굴하지 않았다. 송진호 변호사가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는 애초에 불가능한 작전이 아니냐’고 묻자 조 단장은 “(불가능한 작전인 줄) 잘 알고 계시는데 그런 지시를 왜 내리셨는지 모르겠다”고 받아쳤다. 조 단장은 “군사작전에는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있을 수 없다. 그게 군사작전으로 할 지시인가? ‘네, 이상 없습니다’라고 하고 가서 (지시를 이행)할 사람이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윤 전 대통령 쪽은 ‘검찰 조사와 헌재 변론, 지금 증언이 모두 다르다’며 증언에 흠집을 내려 했지만 조 단장은 “변호인이 가정하거나 맥락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단어를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저의 증언은) 모두 진실”이라고 잘라 말했다. 증인석에 앉아 있는 내내 허리를 편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던 조 단장의 답변에는 꾹꾹 눌러담은 분노가 담겨 있었다. 조 단장은 증언을 마친 뒤 법정 밖에서 “참담한 심정”이라며 “우리를 보호해 줘야 할 사람들이…”라며 말을 삼켰다.

비상계엄 당일 특전사 병력을 이끌고 국회로 출동해야 했던 김 대대장도 이날 증인석에서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김 대대장은 불합리한 지시를 이행하지 않을 수 있었던 배경으로 ‘시민들’을 언급했다. 김 대대장은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정당한 지시인가에 대해 옳은 판단을 할 수 없어서 (이를 휘하 병력에) 알리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김 대대장은 윤 전 대통령 쪽이 ‘야간에 국회에 일반 시민이 동의 없이 들어가는 건 위법이 아니냐’는 질문에 “들어갈 만하니까 들어갔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김 대대장은 “시민 저항이 격렬해서 병력들이 국회 본청에 들어가지 못했고, 일부 병력은 버스 대기 상태였으며, 현장 상황이 매우 혼란스러워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며 시민들의 저항이 내란을 막았다고 강조했다. 김 대대장은 마지막 발언 기회를 얻어 이렇게 말했다.

“23년의 군생활 동안 과거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는 게 한가지가 있습니다.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것입니다.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조직에 충성해왔고요. 그 조직은 제게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는 임무를 부여했습니다.(중략)

저는 항명이 맞습니다. 그렇지만 상급자의 명령에 하급자가 복종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임무에 국한됩니다. 저는 지난 23년을 국민들에게 사랑받으며 군 생활을 해왔는데, 지난 12월4일에 받은 임무를 제가 어떻게 수행하겠습니까? (중략)

차라리 저를 항명죄로 처벌해주십시오. 그러면 제 부하들은 항명도, 내란도 아니게 됩니다. 제 부하들은 아무 잘못도 없습니다. 그날 그 자리에서 그들이 아무 일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그 덕분에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이날 변론을 내내 지켜보기만 하던 윤 전 대통령은 “계엄이라 하는 것은 그 자체로는 가치 중립적인 것이고 하나의 법적 수단에 불과하다. 칼 썼다고 무조건 살인이라고 도식화해서는 안되지 않나” “이 사건에서 아무도 다치거나 유혈사태 없었다”고 주장하며 ‘정당한 계엄’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유혈사태가 없었던 이유는 내란 세력의 ‘자제’ 때문이 아니라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었다.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내란 재판의 재구성

아직 끝나지 않은 윤석열 내란의 단죄, 그 재판 현장의 생생한 기록을 아래 링크에서 읽어보세요.

‘자유의 몸’ 윤석열의 93분 “재판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어요?”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01219.html?h=s

윤석열 내란 재판, 위태롭게 오른 그 서막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98743.html?h=s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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