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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는 세대가 바뀔 때마다 변화가 나타난다. 할아버지가 매년 레드 와인을 300리터 마셨다면, 아버지는 180리터, 아들은 30리터를 마신다.
-장 피에르 뒤랑 프랑스 보르도 와인 산업 협회 이사회 위원.


시대와 세대가 바뀌며 프랑스 내 와인 소비 구조가 변하고 있다. 오랜 기간 고급 와인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레드 와인의 입지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프랑스 보르도 와인 산업 협회에 따르면 프랑스의 적포도주 소비량은 1970년대 이래로 90%가량 감소했다.

대신 화이트 와인이 주류로 떠올랐다. 지난 4월 프랑스 와인 전문 기관 소와인(SoWine)이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와인은 화이트 와인이었다. 샴페인, 로제 와인, 레드 와인이 뒤를 이었다. 품종 선호도 조사에서는 샤르도네가 가장 높은 선호를 기록했다. 와인은 여전히 프랑스인이 가장 선호하는 주류로 꼽히지만, 더 가볍고 신선하며 접근성 좋은 와인이 시장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흐름에 맞춰 프랑스 와인 업계는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맛있고 쉽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을 만드는 방향으로 생산 기조를 바꾸는가 하면, 명성 있는 와인 생산자들이 보다 넓은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 실험에 나서는 사례도 늘고 있다. 부르고뉴, 보르도 등 전통 산지의 양조 노하우를 새로운 토양과 품종에 이식하면서 품질과 대중성의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다.

이 가운데 주목받는 지역이 바로 프랑스 남부의 랑그독이다. 이 지역은 한때 군 보급용·노동자용 와인을 대량 생산하는 ‘싼 와인의 본산지’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가성비 좋은 와인 산지’라는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포도 수확량을 제한하고 친환경 농법을 도입하는 한편, AOC 같은 등급 체계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품종과 양조 기법을 시도할 수 있는 유연함이 경쟁력이 됐다.

그래픽=정서희

이러한 변화의 한복판에서 주목받는 인물이 브루노 라퐁이다. 그는 부르고뉴 3대 화이트 와인 생산자로 꼽히는 ‘도멘 데 콩트 라퐁(Domaine des Comtes Lafon)’ 가문 출신으로, 뫼르소 샤르도네를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와인 명가의 후계자다.

그는 1999년 부르고뉴를 떠나 랑그독으로 이동해 ‘도멘 마젤란(Domaine Magellan)’을 설립했다. 2020년에는 부인 샤론, 딸 앨리스와 함께 ‘파미유 브루노 라퐁(Famille Bruno Lafon)’으로 브랜드를 확장하며 본격적인 실험에 나섰다.

브루노 라퐁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루노 라퐁 셀렉션’을 통해 부르고뉴의 전통과 남프랑스의 자유로운 실험정신을 결합한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유기농 전환을 기반으로 포도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방식에 집중해 왔다. 샤르도네, 시라, 그르나슈 등 랑그독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다양한 품종과 스타일을 실험하고 있다. 포도는 모두 손으로 수확하고 자연 효모로 발효한다. 새 오크 사용을 최소화해 포도 본연의 풍미를 살리는 데 주력한다. 19.7에이커 규모의 포도밭 외에 인근 37에이커 규모의 포도원과 협력하고 있다.

‘르 쁘띠 샤도 드 브루노 라퐁(Le P’tit Chardo de Bruno Lafon)’은 그가 선보이는 캐주얼 화이트 와인 중 대표적인 제품이다. ‘작은 샤르도네’라는 이름의 의미처럼 밝고 친근한 인상을 주지만, 그 안에는 부르고뉴의 정제된 균형감과 남프랑스의 생동감이 절묘하게 녹아 있다. 이 와인은 지중해성 기후가 피레네 산맥의 영향을 받아 온화해지는 지역에서 자란 샤르도네를 사용한다. 낮에는 따뜻하고 밤에는 기온이 크게 떨어지며 늘 바람이 부는 기후 덕분에 향이 풍부하고 산미가 살아 있는 포도가 생산된다.

신선한 산미를 유지하기 위해 해 질 무렵에 수확한 포도를 사용하고,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16~17°C로 발효 후 병입한다. 통통 튀는 듯한 산뜻함과 상큼함을 겸비한, 가볍게 마시기 좋은 샤르도네다. 복숭아, 파인애플, 시트러스 계열의 과즙에서 오는 신선한 산미가 입안을 부드럽게 감싸며, 뒤이어 고소한 견과류의 풍미가 이어져 복합미와 견고한 질감이 조화를 이룬다.

가볍게 조리한 갑각류, 증기나 그릴로 조리한 생선, 닭고기, 봄 야채와 곁들인 파스타 등과 잘 어울린다. 가볍고 섬세한 음식들과 다양하게 잘 어울린다. 르 쁘띠 샤도는 지난 2025년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구대륙 화이트 와인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국내 공식 수입사는 비노에이치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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