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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 자동차 시장의 화두 가운데 하나는 중국 전기차의 공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단, 비야디는 한국 진출 2달 만에 1,000여 대의 전기차를 팔아치우며 초반 시장 진입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에서는 '어디 중국이 만든 전기차가 어떤지 보자'며 팔짱을 끼고 지켜보시는 분들도 계실테고, '세계 1위 전기차라는데 사볼까'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런데, 비야디뿐 아니라 우리 시장을 노리는 중국산 전기차는 또 있습니다. 중국 완성차 2위 '지리자동차'의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입니다. 중국에서는 고급 전기차로 이름이 나 있는데요.

지리 자동차는 지난 2월 한국 지커 법인을 세우고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중국 언론들은 이르면 올해 연말, 지리자동차가 서울과 경기에 전시장을 차리고 판매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리자동차의 강점은 무엇이고, 해외 진출 속내는 뭔지, 지리자동차 본사와 공장을 직접 찾아가봤습니다.

■1분에 차 한 대가 '뚝딱'…. 어떻게?

지리자동차는 중국 기술 혁신의 상징 '항저우'에 둥지를 틀고 있습니다.

본사 인근에 연구개발센터와 부품 생산시설, 완성차 공장이 포진해 있는데요. 그 가운데 중국 당국의 '5G 산업 인터넷' 시범 공장으로까지 지정된 '창싱기지(长兴基地)'를 찾아가 봤습니다.

지리자동차 창싱기지, 중국 저장성 후저우시에 자리잡고 있다(영상제공: 지리자동차)

지리자동차 창싱기지는 한적한 시골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요. 5천만 제곱미터의 광활한 부지에 연구개발 시설과 생산시설 등이 밀집해 있습니다. 기지가 지역 경제를 상당 부분 부양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연간 생산능력은 30만 대에 달했는데요. 현대자동차가 올해 미국 조지아주에 문을 연 메타플랜트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생산 라인에 들어서니 사람의 그림자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현저하게 적은 수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었습니다. 현장 직원은 "로봇팔을 포함해 2천 100여 대의 자동화 설비가 투입됐다"며 "생산 자동화율은 90%에 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리자동차 창싱기지의 자동화율은 90%에 달한다(영상제공:지리자동차)

실제로 용접과 도색, 부품 장착도 로봇팔이 해냈고 직원들은 설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계기판을 살펴보거나 부족한 부품을 나르는 데에만 배치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5G 산업용 인터넷으로 각 공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효율을 극대화 했다는 설명이 뒤따랐는데요. 1분 마다 차 1대가 생산됐습니다.

■배터리도, 반도체도 직접 만든다

지리자동차는 최근 '불이 나지 않는 배터리'도 선보였는데요. 전기차 배터리의 '열폭주 현상'으로 폭발 사고가 잇따르자, 중국 당국이 배터리 안전 기준을 대폭 강화한 영향입니다.

중국 자동차 업계와 배터리 회사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데요. 크게, 액체가 아닌 전고체를 활용해 발화 가능성을 낮추거나 배터리 형태를 개선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리자동차는 배터리 길이를 짧게 하고 전해질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발열 현상을 30% 이상 줄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리자동차 애쉬 서트클리프 글로벌홍보이사가 기자에게 새로운 엔진 개발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촬영: 안용습 기자)

현장에서 만난 지리자동차 품질·생산 기술자 류성위 씨는 "올해 연말까지 5나노 수준의 차량용 반도체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라고 전했습니다.

지리자동차는 이에 더해 엔진과 차량용 반도체까지 개발하고 있는데요. 연구개발에서부터 부품, 조립까지 대부분의 공정을 일관화한 겁니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공통적인 특징인데요.

이 때문에 최근 중국 시장에서 불붙은 가격 경쟁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세계화는 불가피한 전략"... 한국시장은 올해 말 상륙할 듯

지리자동차는 전기차 세단인 '지커007'과 SUV 모델 '지커X'를 앞세워 이르면 올해 연말 우리나라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보입니다.

지커007은 지난달까지 중국에서 20만 대 이상 판매된 인기 모델입니다. 월간 판매랑은 만 8천여 대로 테슬라 모델3와 비슷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가장 자신 있는 모델을 들고 한국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겁니다. 물론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얼마나 맞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지커 007, 고급 전기차 세단으로 중국에서 4천만 원대에 팔리고 있다(사진: 지리자동차)

이런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잇따른 해외 진출에는 현실적인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3천만 대가량인데, 연간 생산 능력은 7천만 대로 2배가 넘습니다.

포화상태에 이른 중국 시장 대신 해외 시장 개척이 필수 불가결해진 겁니다. 게다가 '할인 경쟁'까지 붙으면서 중국 시장은 자동차 회사들의 무덤이 돼 가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만 웨이마 자동차(威马)와 가오허자동차(高合), 지웨 자동차(极越),헝다 자동차(恒大) 등 10여 곳의 전기차 업체가 폐업하거나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당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도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중입니다. <중국 자동차 동력 배터리 산업 연합> 통계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는 2020년 72개에서 2023년 52개로 줄었습니다. 상위 업체인 CATL과 비야디(BYD)의 비중이 70%대까지 올라서며 중소 업체들의 퇴출이 빨라지고 있는 겁니다.

중국 전기차 산업을 키우기 위해 '보조금'을 퍼주던 중국 정부가 '시장 자율'과 '세제 지원' 중심으로 정책을 바꾼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 전기차 사업의 '과잉투자'를 정리하기 위해 지원을 축소하며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미·중 관세 전쟁의 영향까지 닥치고 있습니다. 관세 장벽에 막힌 미국 시장 대신 한국, 유럽, 일본 등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겁니다.

왕루이핑 지리자동차 수석 부사장은 "세계화라는 방향성은 멈출 수 없습니다. (세계 시장이) 매우 깊게 연결돼 있습니다."며 불가피한 전략임을 시사했습니다.

이제 한국에서 중국 전기차를 타는 게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됐습니다. 가성비든 기술력이든, 우리 자동차 업체들은 어떤 카드를 들고 안방을 사수할까요? 한국 자동차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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