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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경상수지 3년간 2.6배···1200억 달러 육박
새정부 통상팀 본격 협상 시작하는데···“부담 가중”
산업부, 다음주 초 워싱턴DC서 3차 기술 협의
1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경제]

우리나라의 지난해 대미 경상수지 흑자가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겼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세에 상품수지가 크게 개선된 덕이다. 한국이 미국과의 상품 무역에서 상당한 이득을 보고 있다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어서 미국과 관세 협상을 진행 중인 통상 대표단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르면 다음주초 제3차 한미 관세 기술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은행은 20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24년 지역별 국제수지’를 발표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경상수지는 1182억 3000만 달러였다. 2023년 대미 경상수지(877억 6000만 달러)보다 34.7%(304억 7000만 달러) 늘어난 결과다. 대미 경상수지가 1000억 달러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미 경상수지 흑자는 상품수지 확대에 힘입어 최근 꾸준히 증가해 왔다. 2021년만 해도 대미 경상수지 흑자는 455억 4000만 달러에 불과했는데 3년 만에 2.6배 가까이 뛰었다. 같은 기간 대미 상품수지 흑자가 417억 6000만 달러 흑자에서 1089억 9000만 달러 흑자로 늘어난 덕이다. 반도체와 자동차, 일반기계 등 품목에서 대미 수출이 수년간 호조세를 보이면서 상품수지와 경상수지를 모두 끌어올렸다.

지난해 대미 상품수지뿐 아니라 대미 본원소득수지도 흑자(184억 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인이 미국에서 벌어들인 임금·이자·배당 소득이 미국인이 한국에서 벌어들인 임금·이자·배당보다 더 많았다는 의미다. 미국 주식 시장에 뛰어든 ‘서학개미’들이 상당한 투자 소득을 얻은 덕으로 풀이된다.

상품수지·본원소득수지와 함께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서비스수지와 이전소득수지는 대미 실적이 각각 71억 8000만 달러 적자, 19억 8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서비스수지는 여행·운송·건설·보험 등 무형의 상품을 사고팔면서 발생한 거래를 측정한다. 이전소득수지는 가족 간 송금이나 자선단체 기부와 같이 상품·용역 제공의 대가나 투자 소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거래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부


한국이 상품 교역과 자산 투자를 통해 미국에서 큰돈을 벌고 있다는 것이 국제수지표를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되면서 대미 협상을 하고 있는 산업부 통상대표단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무역적자 축소를 요구하는 미국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새 정부 대표단이 꾸려진 데다 경상수지 폭도 상당하니 빠르게 협상을 진행하자는 미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며 “당장 상호관세 부과 유예 기간은 2주 조금 넘게 남은 상황이라 정부 부담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중심으로 새로 꾸려진 통상 대표단은 다음 주 초 미국 워싱턴DC를 찾아 제3차 기술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술 협의에서는 ‘7월 패키지’를 도출하기 위한 본격적인 협상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앞선 1~2차 기술협의에서는 한국 측 대통령 부재 탓에 각자 원하는 안건을 교환하는 실무적 대화를 하는 데 그쳤지만 이제 새 정부가 대표단을 임명한 만큼 실질적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측도 여러 나라와 동시에 협상을 진행하다 보니 일정을 잡는 것부터 도통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다른 나라와 미국의 협상 상황도 지켜보며 전략을 짜야 해 방정식이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기술 협의에 참석하는 대표단은 박정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이 이끌지만 여 본부장도 함께 미국을 찾아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상견례 성격의 만남을 가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조기 귀국하는 길에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1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미 통상 당국의 3차 기술 협의와 함께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나 관세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리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공식 만남이 성사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은 나토 회원국은 아니지만 나토 측의 초청을 받아 2022년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정상회의에 참석해왔다.

당초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17일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만날 예정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사태로 급히 귀국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나토 정상회의 참석 여부를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한편 한은이 발표한 2024년 지역별 국제수지에 따르면 대중 경상수지는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적자 폭은 2023년 292억 5000만 달러에서 2024년 290억 4000만 달러로 소폭 줄었다. 대일 경상수지 역시 지난해 127억 2000만 달러 적자였지만 2023년(157억 7007만 달러 적자)과 비교하면 적자 폭이 개선됐다.

유럽연합(EU)과 동남아시아와의 거래에서는 각각 170억 9000만 달러, 565억 2000만 달러의 흑자를 냈다. 선박·반도체·전자·컴퓨터(SSD) 등 품목의 수출이 좋을 실적을 낸 덕이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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