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총리, 뤼터 총장에 "합의서 제외해달라"…美대사 회견도 취소
나토 정상회의 앞둔 헤이그
[EPA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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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으나 '국내총생산(GDP)의 5%'라는 새로운 국방비 목표치 합의에는 막판 제동이 걸렸다.
GDP 대비 국방비가 '꼴찌'인 스페인이 사실상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면서 정상회의에서 만장일치 합의를 발표하려던 계획이 틀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AFP, AP 통신에 따르면 나토 32개국 대사들은 2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정상회의 합의안을 확정하기 위한 회의를 열었지만 합의없이 마무리됐다.
뤼터 사무총장은 이르면 이날 중 스페인을 설득하기 위한 새 제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복수 소식통은 주말까지 협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정상회의가 개막하는 24일까지는 돌파구를 찾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전날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GDP 5% 목표가 불합리하며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스페인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촉구했다.
스페인은 지난해 기준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이 1.24%로 32개국 중 가장 낮다. 올해 말이 돼야 현행 기준선인 2%를 처음 넘길 예정이다.
산체스 총리의 '폭탄선언'에 일부 회원국들은 수개월에 걸쳐 신중히 조율된 타협안이 무산될 수 있다며 격분한 반응을 보였다고 AFP는 전했다.
스페인이 공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 눈치만 보던 다른 회원국들을 자극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스페인 외에 이탈리아, 벨기에, 캐나다, 프랑스도 내부적으로는 GDP 5%라는 목표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혹스러운 분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됐다.
매슈 휘태커 나토 미국 대사는 애초 이날 오후 언론을 상대로 '나토 정상회의 사전 브리핑'을 온라인으로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당일 오전 취소했다. 나토 미 대표부는 브리핑이 23일로 연기됐다고 재공지했다.
나토 대변인실은 관련 질의에 "동맹국 간 논의가 아직 진행 중"이라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나토 국방비 지출 목표치를 현행 GDP의 2%에서 5%로 증액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애초 나토 회원국들은 대체로 러시아 억지를 위해 국방비 증액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GDP의 5%라는 목표치는 비현실적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회원국들이 국방비를 증액하지 않으면 공격받더라도 집단방위조약에 따른 방어 의무를 이행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뤼터 사무총장은 직접 군사비 3.5%, 간접적 안보 관련 비용 1.5%로 총 5% 국방비로 지출한다는 구상을 회원국에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나토 이탈'을 막기 위해 설계한 셈이다.
달성 시점은 2032년이 현재로선 유력하지만, 일부 회원국들은 적어도 10년, 즉 2035년으로 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간접비 성격인 1.5% 범주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스페인은 앞서 기후 변화 대응 관련 지출 역시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해왔으나 미국 등 다른 회원국이 받아들일지는 불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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