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강주안 논설위원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해 12월 4일 오전 1시20분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건넸다는 말이다. 김철진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의 법정 진술로 공개됐다. 당시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자 윤 전 대통령은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을 방문했다. 국회에 500명을 투입했다는 김 전 장관에게 윤 전 대통령은 “1000명은 보냈어야지”라면서 향후 계획을 물었다는 게 김 전 보좌관의 증언이다.

계엄 직후 수습 걱정하던 윤석열
기자에게 짜증내고 경찰소환 불응
그런 대응으로 특검 수사 견딜까

현시점에 돌아보면 “이제 어떻게 할 거야?”라는 질문은 앞으로 닥칠 시련을 걱정하는 윤 전 대통령의 자문(自問)처럼 들린다. 이 증언이 나온 지난 16일은 이재명 대통령이 김혜경 여사와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G7 정상회의 참석차 캐나다로 출국한 날이다. 계엄이 없었다면 공군 1호기 앞에서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드는 사진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찍혔을 터다. 1호기 자리를 2년 일찍 내준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이날 힘든 하루를 보냈다. 김 여사는 오후 3시30분쯤 우울증 증세로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법원 포토라인을 지나게 된 이후 처음으로 현장 기자에게 말을 했다. 그런데 내용이 뜻밖이었다.

“저 사람들(지지자) 좀 보게 이 앞을 가로막지 말아 주시겠어요?”

7차 공판까지 법원을 지키며 질문해 온 기자들에게 처음 꺼낸 말이 시야를 가리지 말라는 언사였다. 영상을 찾아봤다. 윤 전 대통령이 법원 청사에서 차량까지 걸어가는 동안 왼쪽 앞에서 질문하는 기자의 키는 윤 전 대통령보다 꽤 작았다. 오히려 키 큰 경호원들이 윤 전 대통령의 시야를 더 가리는 듯했다. 그런데도 기자에게만 발끈하니 연유가 궁금해진다. 해당 기자가 직전에 던진 질문은 “특검에서 소환조사를 요구하면 응하실 예정입니까” “세 개 특검 모두 정치보복 특검이라고 보십니까”라는 내용이다. ‘세 개 특검’ ‘소환 요구’ 같은 용어가 자제력을 잃게 했을까.

윤 전 대통령에게 발등의 불은 특검보다 경찰 수사다. 어제(19일) 경찰의 3차 출석 요구를 거부했다.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를 세 차례 거부하면 대개 체포영장 수순으로 들어간다. 윤 전 대통령은 “범죄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나 이런 주장은 수사기관에 출석해 설명하는 게 상식이다.

더욱이 경찰 내부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만만치 않다. 가깝게는 경찰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함께 지난 1월 한남동 관저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할 때 경호처가 물리력으로 맞선 기억이 있다. 윤석열 정부 초기 행정안전부에 경찰국 신설을 강행할 때의 앙금도 여전하다. 이 문제를 논의하려고 모인 ‘총경 회의’ 참석자 전원이 이듬해 정기 인사에서 좌천당했다는 연구 논문이 나오기도 했다(이은애 ‘행정법의 일반원칙과 경찰청장 인사재량권의 한계’).

경찰 안팎에선 윤 전 대통령 수사를 원칙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른다. “체포영장 신청을 안 할 거면 애초에 출석 요구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경찰은 어제 3차 출석요구를 거부한 윤 전 대통령 향후 수사와 관련해 “체포영장 신청 등에 대해 내란 특검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부부를 타깃으로 한 특검이 세 개나 출범한 마당에 언제까지 조사 테이블을 회피할 수 있을까. 수사 진용조차 미비한 상황에서 임명 6일 만에 김용현 전 장관을 추가 기소한 조은석 특검처럼 의표를 찌르는 수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계엄 사태 이후 계속된 “이제 어떻게 할 거야?”라는 질문 앞에서 윤 전 대통령이 내놓은 대답엔 오답이 많았다. “경고성 계엄”이라는 기상천외한 답변을 던졌으나 파면을 면치 못했고 사상 최대 특검 수사를 초래했을 뿐이다. 이제 “앞을 가로막지 말아 달라”는 식의 기이한 저항은 끝내면 좋겠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9733 [속보] ‘이종석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 취소 랭크뉴스 2025.06.20
49732 최선희 외무상에게도 쓴소리하는 '김정은 심복' [월간중앙] 랭크뉴스 2025.06.20
49731 클릭도 안 했는데 쿠팡으로 이동?···방통위, ‘납치 광고’ 조사 착수 랭크뉴스 2025.06.20
49730 인천 공항고속도로 침수…‘호우경보’ 김포·고양·파주·양주·동두천·포천 랭크뉴스 2025.06.20
49729 장맛비 이제 시작…간밤 수도권 북부 100㎜ 넘게 비 랭크뉴스 2025.06.20
49728 주진우 “김민석, 현금 6억원 집에 쟁여놔”···사퇴·이 대통령 사과 요구 랭크뉴스 2025.06.20
49727 같은 말기 암인데…‘이것’ 따라 생존율 5배 차이 [이런뉴스] 랭크뉴스 2025.06.20
49726 밤새 폭우에 의정부경전철 잇단 고장…출근길 두 차례 운행 중단 랭크뉴스 2025.06.20
49725 "나 없어서 좋았다면서요"... 강훈식 웃게 만든 李 한마디 랭크뉴스 2025.06.20
49724 곳곳에 강한 장맛비…내일까지 최대 150mm 이상 [930 날씨] 랭크뉴스 2025.06.20
49723 서울 호우주의보에 통제된 동부·북부간선도로 '통행 재개' 랭크뉴스 2025.06.20
49722 [단독] 군 초급간부 초봉 300만원으로 상향 검토… 간부 정년 최대 5년 연장 [이재명 정부 국방개혁] 랭크뉴스 2025.06.20
49721 "이란 원전 폭발땐 체르노빌급 재앙"…전문가들 우려 터졌다 랭크뉴스 2025.06.20
49720 [속보] 청계천·목동천 등 29곳 하천 통제…동부·북부간선도로 통행 재개 랭크뉴스 2025.06.20
49719 ‘140㎜ 폭우’ 인천 도로 침수…호우경보 김포·고양·파주·양주·동두천·포천 랭크뉴스 2025.06.20
49718 [속보] 서울 호우로 출근길 동부간선 곳곳 한때 전면 통제 랭크뉴스 2025.06.20
49717 [단독]김민석 “기독사학은 기독교 가치 전파하는 곳”···교원 임용 규제 반대 발언 랭크뉴스 2025.06.20
49716 머스크 화성탐사선 스타십 지상 폭발… “질소탱크 결함 추정” 랭크뉴스 2025.06.20
49715 서울 호우에 통제된 동부·북부간선도로 통행 재개(종합) 랭크뉴스 2025.06.20
49714 장마 일찍 오면 길었다… 올해도 평년보다 일주일 먼저 와 랭크뉴스 2025.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