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들 본회의 한 차례만…나토-우크라 이사회도 '장관급' 격하
나토 정상회의 준비하는 헤이그 시내
[EPA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EPA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내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일정이 예년보다 대폭 축소됐다.
19일(현지시간) 나토가 배포한 일정에 따르면 24∼25일 정상회의 기간 중 32개 회원국 정상이 참석하는 북대서양이사회(NAC) 본회의는 둘째 날 2시간 30분간 일정으로 한 차례만 개최된다.
지난해까지 연례 정상회의 기간에 NAC 본회의가 2∼3차례씩 열리던 것과 대조적이다.
본회의 외에 32개국 정상이 모두 참석하는 공식 행사는 24일 네덜란드의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이 주최하는 부부 동반 환영만찬이다. 나머지는 부대 행사 격인 퍼블릭 포럼, 방위산업포럼, 외교·국방장관 실무만찬으로 일정을 채웠다.
이와 관련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루해하지 않고 조기 퇴장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3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설명했다.
한 당국자는 "되도록 (규모를) 작게 하면서 가능한 한 집중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전체적 취지"라며 "차질이 생길 여지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6∼17일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도중 조기 귀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이스라엘과 이란 사태를 사유로 들었다.
그러나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G7 참석 전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방문해 미국의 그린란드 편입에 반대를 표명한 데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짜증(irritation)이 이유 중 하나라고 FT는 전했다.
G7 둘째 날 회의에 초대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동에 큰 관심이 없었던 점도 '조기 퇴장'에 영향을 줬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나토 역시 이번 정상회의를 앞두고 젤렌스키 대통령 초청 여부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는데 이 역시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로 공식 일정표상으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상급에서 개최하던 '나토-우크라이나 이사회' 세션이 올해는 장관급으로 격하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일단 환영만찬에만 초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대 행사가 추가될 가능성은 아직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 무력충돌 사태가 나토 정상회의에도 차질을 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그러나 나토의 경우 G7과 달리 사실상 미국의 '독주 무대' 성격이 짙다. 또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해온 국방비 증액이 공식 합의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자신의 '대(對)유럽 압박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나토 무대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