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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남북 교류 전문가 역할론
이종석 임명 땐 통일부 장관 출신 두 번째 국정원장
2006년 北 핵실험 이후에도 'AG 공동입장' 이끌어
'통일부 장관 유력' 정동영도 체육 교류 중시
"北 '2국가론' 범위 내 스포츠 교류 안성맞춤
정권 초 모멘텀 활용하되 플랜B 마련 필요"

편집자주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지난 정부에서 꽉 막혔던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열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특히 역대 정부는 체육교류를 앞세워 북한과의 대화채널을 복원하며 화해 무드를 조성해왔다. 이번에는 탁구가 선봉에 섰다. 달라진 대북기조에 맞춰 정부와 체육계의 구상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향후 전망과 한계를 짚는 분석기사를 3회에 걸쳐 게재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국무총리와 국정원장, 대통령 비서실장 등 인선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 첫 번째가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 뉴스1


노무현 정부는 남북관계의 황금기로 불린다. 스포츠를 포함해 각 분야에서 남북이 접촉면을 넓히며 화해와 평화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을 주도할 요직에 당시 핵심 라인업이 중용될 전망이다. 신호탄은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다. 그는 2006년 통일부 장관을 지내며 남북교류를 설계하고 앞장섰다.

다만 20년의 간극 만큼이나 한반도 정세는 판이하다. 2000년대 중반엔 '햇볕정책'을 계승해 '평화번영정책'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지만, 지금은 남북 간 군사적 긴장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대화로의 전환과 '평화가 경제'라는 실용주의 대북정책을 기치로 내건 이재명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남북 스포츠 교류가 양측 관계개선의 훌륭한 지렛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19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이 후보자는 국내 최고의 북한 전문가로 통한다. 1994년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으로 북한 연구를 시작했고, 2000년 평양에서 열린 1차 남북정상회담 때 수행원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노무현 정부에선 2003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으로 발탁됐는데, 사실상 노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설계하고 주도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06년 12월 2일 카타르 도하 칼리파스타디움에서 열린 도하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남측 이규섭과 북측 리금숙이 한반도기를 들고 동시에 입장하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2006년 통일부 장관으로 임명돼 △개성공단 안정화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논의 △남북 철도 시험운행 합의 등 우호적 남북관계의 여건을 조성했다. 특히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으로 남북관계가 순식간에 얼어붙은 상황에서 두 달 뒤 열린 도하 아시안게임에 남북한 선수단 공동입장을 이끌어 낸 것은 이 후보자의 위기 관리 능력과 스포츠가 남북관계 유지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 사례로 손꼽힌다. 당시 이 후보자는 "남북 긴장 속에서도 교류를 끊지 않는 것이 평화의 출발"이라는 원칙을 강조했다.

이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김대중 정부 시절 임동원 전 국정원장에 이어 24년 만에 통일부 장관 출신이 국정원 수장으로 나선다. 국정원은 과거 물밑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그림자'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임동원 전 원장이 북측과 직접 협상을 진행했고, 이후에도 남북 정상이 만날 때마다 국정원장이 비공식 루트로 북측과 만나 회담을 조율했다. 통일부가 대북 공식 창구라면, 국정원은 비공식 채널로서 남북관계를 지탱해 온 것이다.

그래픽=이지원 기자


새 정부에서 국정원의 역할에 더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4일 이 후보자의 지명 배경에 대해 "경색된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열 전략을 펼칠 인사"라고 강조했다. 이재명표 대북정책의 선봉장으로 이 후보자를 낙점한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취임사에서 "아무리 비싼 평화도 전쟁보다 낫다"며 "북한과의 소통 창구를 열고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대북정책의 실질적 키를 쥔 통일부 장관에는, 역시 노 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동영 전 장관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정 전 장관은 남북 교류 기반을 대중적으로 확장한 상징적 인물로 기록되는데 △개성공단 출범 준비 △남북 철도 연결 등 가시적 성과를 일궜다. 또한 남북 스포츠 교류를 적극 추진해 2004년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에서 역대 두 번째로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했고, 2005년 인천아시아육상선수권 대회에는 북한 선수단이 참여했다. 당시 북한 선수단이 남한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참석한 것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3년 만이었다.

최악의 남북관계 상황에서 선봉에 설 대북정책의 지휘관들은, 남북 스포츠 교류를 마중물로 삼을 공산이 크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로선 김정은국무위원장이 불과 1년 6개월 전에 발표한 '적대적 2국가론'을 거둬들일 명분이 없기 때문에 남북 교류 재개는 '2국가'에 부합하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국제기구를 통해 남북이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참가하는 스포츠 대회는 남북 교류의 훌륭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남북 화해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높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한국일보의 자매지인 코리아타임스가 지난 4, 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1,000명의 응답자 중 29%는 '남북 협력과 인도적 지원 확대'를 가장 필요한 대북정책 과제로 꼽았다. '비핵화 협상 재개'(26%)까지 합치면 국민의 과반수가 남북 대화의 재개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다만 북한이 과거처럼 체육·문화 교류에 호의적일지는 미지수다. 러시아라는 믿을 구석이 생긴데다 내부적으론 10월 노동당 창건과 내년 초 9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남북관계 개선은 후순위로 밀릴 공산이 크다. 아울러 북미대화 성사 여부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 변화도 우리로서는 신경 쓰이는 변수다.

정 위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초기에 쏟아부은 노력이 '하노이 노딜'로 귀결되면서 정권 후반부에 남북대화의 동력을 찾지 못했던 전례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정권 초기 대화의 모멘텀을 잘 활용하되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 플랜B를 선제적으로 구상해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코리아타임스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목차별로 읽어보세요

  1. ① <상> 내년 평양서 '평화의 스매싱'
    1. • 정부도 남북 접촉 채비... 종교계는 교황 서울 오는 세계청년대회 주목 [막힌 남북관계, 스포츠를 마중물로]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1512350005491)
    2. • 6·15 공동선언 발판 된 체육교류… 북한이 먼저 손 내민 적도 [막힌 남북관계, 스포츠를 마중물로]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1322330005234)
    3. • 이달 말 우즈벡서 남북 접촉 추진... 내년 평양대회 참가 논의 [막힌 남북관계, 스포츠를 마중물로]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1321450004178)
  2. ② <중>남북 교류 전문가 역할론
    1. • 노무현 정부 대북정책 주축 다시 전면에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1614440001164)
    2. • '남조선' 아닌 '한국'… 매몰찬 북한의 냉대가 관계 회복 걸림돌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1810440001680)
  3. ③ <하>다음 과제는 태권도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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